“한강 작품은, 아픔을 온몸으로 느끼고 애도하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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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출신 번역가 베레아 페레스 알바(32·여)씨는 14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관련해 "처음 채식주의자를 접했을 때 느꼈던 떨림과 설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에서 쓰는 '갈리시아어'로 처음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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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아르헨티나에 작품 처음 소개한 윤선미 한국문학번역원 교수 제자
스페인 출신 번역가 베레아 페레스 알바(32·여)씨는 14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관련해 “처음 채식주의자를 접했을 때 느꼈던 떨림과 설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에서 쓰는 ‘갈리시아어’로 처음 번역했다. 알바씨는 2018년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온 뒤 한국 문학에 매료돼 2019년 한국문학번역원에 입학했다. 2021년 한국문학번역원을 졸업한 그는 정세랑 작가의 ‘영원히 77 사이즈’를 스페인어로, 올해는 김금숙 작가의 ‘풀’을 갈리시아어로 번역했다.
알바씨는 한강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로 ‘아픔’과 ‘애도’를 꼽았다. 번역 과정 내내 아픈 역사를 전달하는 정서에 가장 중점을 뒀다고 했다. 그는 “한강의 작품은 아픔을 온몸으로 느끼고 애도하게 한다. 그의 책을 접하고 한국 문학과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스페인도 한국과 비슷한 아픔의 역사가 많아 공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문학을 공부하는 그의 연구 주제도 한강의 영향을 받았다. 올해 알바씨는 서울대에서 비교문학을 전공하며 석사 학위를 받았다. 석사 논문에 한강의 ‘소년이 온다’와 스페인 전쟁을 다룬 문학을 비교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는 “소년이 온다를 다 읽는 데 무려 1년이 걸렸다. 온전히 이해하고 싶어 한 장 한 장 신중하게 읽었다”며 “작품을 읽으며 어떻게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지 오랫동안 고민했다”고 말했다.
알바씨는 채식주의자를 번역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한국의 가족 중심 문화를 꼽았다. 그는 “채식주의자에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나오지 않고 형부, 오빠 등으로 불린다. 인칭대명사로 쓰면 편하겠지만, 인물들의 관계가 주는 메시지가 크다고 생각해 최대한 비슷한 단어를 갈리시아어로 찾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또 “작품 내의 가부장적 요소, 여성 억압 등의 서사들은 한국의 독특한 역사이자 문화이지만, 모두의 이야기이기에 충분히 이해했다”고 덧붙였다.
알바씨는 현재 만화가 박건웅씨의 ‘황금동 사람들’을 번역하고 있다. 그는 “한국 웹툰 역시 문학과 견줄 만큼 문학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했다.
알바씨는 윤선미 한국문학번역원 교수의 제자다. 윤 교수는 2012년 채식주의자를 스페인어로 번역해 아르헨티나에 소개했다. 윤 교수는 “한강 작가의 수상을 들었을 땐 기쁨이 쓰나미처럼 몰려왔고, 시간이 지날수록 번역계에 새로운 파장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 “알바씨처럼 젊은 번역가들이 많이 양성되길 바라지만 아직 지원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현재는 대산문화재단과 한국문학번역원 두 곳이 유일하게 한국문학 번역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아직도 발굴할 한국 작가들이 너무 많다. 이번 수상이 더 많은 한국 문학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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