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운용사 서울프라이빗에쿼티(서울PE)가 한때 이니텍 인수를 위해 손을 잡았던 로이투자파트너스‧사이몬제이앤컴퍼니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함께 이니텍을 인수하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독자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로이‧사이몬 컨소시엄은 서울PE가 반복적으로 계약 이행을 거부하는 등 주주간 계약을 위반했다고 맞서고 있어, 양측의 갈등은 결국 법적 다툼으로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PE는 로이‧사이몬 컨소시엄을 상대로 사기 및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서울PE의 법률 대리인은 법률사무소 사유가 맡았으며, 고소장은 지난 6일 접수됐다.
서울PE는 이니텍 인수를 위해 로이‧사이몬 컨소시엄과 주주간 약정을 체결했으나 피고 측이 이를 위반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서울PE에 따르면 로이‧사이몬 컨소시엄은 주주간 약정을 어기고 서울PE를 배제한 채 독자적으로 이니텍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또 실사보증금 25억5000만원을 납부하는 등 서울PE가 계약을 성실히 이행했음에도 피고 측이 연락을 차단하고 실사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등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PE는 고소장에서 “주주간 약정 제8조에 의하면 본 계약 체결의 매수인은 컨소시엄이 공동으로 설립할 특수목적법인(SPC)이 돼야 하지만 피고들의 단독 명의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로이‧사이몬 컨소시엄은 서울PE에게 ‘공동으로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를 설립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허위 사실을 믿게 하여 거액의 자금을 송금받았다”며 “이후 이 약정을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원고로부터 자금을 편취했기에 이는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서울PE는 이니텍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로이‧사이몬 컨소시엄이 인수대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때 백기사로 나섰던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양측은 1월22일 주주간계약을 통해 우선협상 대상자 지위를 서울PE에 양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주주간계약에 따르면 서울PE와 유니베스트투자자문이 이니텍 인수를 위해 주요 자금 조달자로 나서고, 인수 성공 시 서울PE가 단독으로 SPC를 운영하며 경영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자금 조달 방안으로는 서울PE가 150억원, 유니베스트투자자문이 200억원을 조달하며, 기존 거래당사자였던 로이·사이몬이 연대해 50억원을 분담하는 구조였다.
서울PE는 로이·사이몬이 명백한 계약 위반 및 기망 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해 주주간 약정의 해제를 선언하고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서울PE는 “피고들은 연대해 25억5000만원을 반환해야 하며, 당사가 이니텍 인수를 기대하며 착수한 매수 자문 및 금융주선 계약 파기에 따른 손해배상금 5000만원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PE는 로이‧사이몬 컨소시엄뿐만 아니라 이니텍 매도 측인 케이티디에스(KTDS) 및 에이치엔씨네트워크(HNC네트워크)를 대상으로 소장을 제기했다. 로이‧사이몬 컨소시엄의 불법행위 손해배상 책임이 인용될 경우 매도 측도 공동불법행위자에 해당된다는 주장이다.
서울PE는 고소장에서 “KT DS 및 HNC네트워크는 로이‧사이몬이 원고(서울PE)의 자금을 편취할 목적으로 주주간 약정을 체결한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들과 공모해 원고를 배제한 채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며 “원고의 계약금을 편취하기 위한 공동의 목적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피고들의 행위는 객관적으로 관련 공동성이 있으며 원고의 손해발생에 공통의 원인이 되었다”며 “KT DS 및 HNC네트워크는 로이‧사이몬과 함께 원고에게 26억원 및 지연이자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로이‧사이몬 컨소시엄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로이‧사이몬은 2월12일, 24일 발신한 내용증명‧공문을 통해 이니텍 대상거래에 관한 배타적 우선협상자는 매수인들이며, 서울PE가 대상회사 인수를 위한 주요 자금 조달자라는 점이 주주간 약정서에서도 명시돼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PE가 이니텍 매수인이 된다거나, 귀사가 매수인들로부터 거래에 관한 배타적 우선협상자 지위를 이전받았다고 볼만한 사정 및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도 설명했다.
또 로이‧사이몬에 따르면 컨소시엄 내 모두가 인수자금 조달 의무를 이행될 경우 공동으로 설립한 사모집합투자기구가 주식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컨소시엄 내 매수자 및 투자자들의 인수자금 조달 의무가 모두 이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식매매계약 체결 당사자에 SPC를 선정하지 않았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로이‧사이몬은 오히려 서울PE가 반복적으로 주주간 약정서에 대한 이행거절 의사를 명백히는 등 주주간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로이‧사이몬은 공문에서 “서울PE가 아무런 근거 없이 본건 약정서 위반을 주장하고 이행보증금 반환 및 법적인 근거 없는 위약벌 지급까지 요구하고 있아 주주간 약정서를 이행할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된다“며 “서울PE가 새롭게 주주간약정서를 체결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이어 나갔지만 이러한 주장에는 어떠한 타당한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PE가 주주간 약정서를 진지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며 ”근거 없는 무리한 위약벌의 지급을 요구했다, 본건 약정서의 존재 및 내용을 돌연 부정하고 새로운 계약조건까지 요구해 주주긴 약정서에 대하여 명백히 이행거절의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계약 위반으로 인해 이니텍 인수 과정에도 차질을 초래했다고도 강조했다. 로이‧사이몬은 공문에서 “서울PE가 반복적으로 이행거절 의사를 표시한 데다 이니텍의 매수인이라도 된 양 매도 측에 연락을 취하고 귀사가 대상회사를 인수한다는 언론보도를 냈다”며 “매도인 및 매각주관사가 매수인들의 진의와 진정성 및 대상거래의 원활한 진행 가능성에 대하여 의심을 품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제3자를 통해 대상거래 매각주관사인 삼정 KPMG 회계법인 담당자‧매도인에게 연락해 주주간 약정서를 근거로 실사자료 열람을 요청하는 등 계약 내용을 유출했다”며 “명백히 본건 약정서에 따른 비밀유지의무 위반에 해당하며, 시정 불가능한 하자”라고 부연했다.
로이‧사이몬은 서울PE가 지급한 이행보증금을 반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 이행보증금은 납입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PE 관계자는 “로이‧사이몬이 25억5000만원이라는 고액에 대해 반환 예정이라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반환은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에 서울PE는 로이와 사이먼을 형사 고소 및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금은 차치하고라도 이행보증금을 사용하여 본인들이 이익을 편취하고 상환하지 못했으니 이는 특경사기에 해당한다”며 “이를 애초에 로이‧사이몬이 지킬 능력이 없었고 의사도 없었음을 입증할 수 있음을 법무법인을 통해 공식적인 의견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로이‧사이몬 컨소시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서울PE에 이행보증금을 납부할 예정”이라며 “이행보증금 반환 시 법률 대리인 측도 문제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남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