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현 대통령, 재집권…러와 멀어지고 친중·친서방 외교행보
대통령 임기 7년 단임제 개정 후 첫 선거
승리 확정 시 임기 2029년까지 연장
카자흐스탄 조기 대선에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69) 현 대통령이 압도적인 표 차로 승리하며 당초 2024년이던 임기가 2029년으로 연장된다.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 예비결과에서 토카예프 현 대통령이 81.31%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승리했다고 밝혔다.
선거에 출마한 나머지 5명의 후보자 득표율은 지굴리 다우라바예프(3.42%), 메이람 카즈켄(2.53%), 카라카트 아브덴(2.60%), 살타나트 투르슨베코바(2.12%), 누를란 아우에스바예프(2.22%)로 각각 집계됐다.
투표는 전날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됐으며 유권자 1195만 명 가운데 69.44%가 투표에 참여했다. 대선 투표 결과는 오는 30일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조기 대선은 토카예프 대통령이 지난 9월 대통령 임기를 5년 연임제를 7년 단임제로 바꾸는 개헌안을 통과시키면서 치러졌다.
러와 거리두기…'전 정부 후계자' 이미지 탈피
AP는 토카예프 대통령이 자신의 남은 임기를 단축하고 재임을 시도하는 승부수를 던진 데에는 오랜 동맹이면서도 지역 강국인 러시아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로이터 역시 자원이 풍부한 러시아를 배제하지 않으면서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로 개헌했다고 풀이했다.
앞서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후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와 경제 분야 등에서는 협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전쟁과 관련해서는 옛 소련 일원이던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다르게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토카예프 대통령은 지난 6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친러시아 세력에 의해 세워진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에 주변에 있던 관계자들이 놀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또 지난 9월 카자흐스탄 외무부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 4곳에서 행해진 합병을 위한 주민투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내놨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선거 전 발표한 공약에서도 자국 이익보호와 이해관계에 있는 모든 국가와의 협력 강화, 국제 평화 및 안보 등을 추구하는 외교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공언했다. 이 같은 공약은 중국과 미국을 비롯한 서방 등과 밀착하는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9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약 32개월 만에 외국 방문을 재개하면서 첫 해외 순방지로 카자흐스탄을 택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지난 16일 토카예프 대통령과 만나 국가 영토보전에 관한 유엔헌장에 대한 확고한 지지에 감사의 뜻을 표한 바 있다. 도날드 루 미 국무부 남아시아·중앙아시아 담당 차관보도 6∼11일 카자흐스탄을 비롯해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을 방문하며 무역·경제 등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만큼 미국 등 서방이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중국도 미국과의 패권경쟁에 있어 경제·안보 측면에서 중요한 거점이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번 승리로 과거 30년간 장기집권했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후계자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게 됐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토카예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 자진 사임 후 열린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후 2년 반 동안 전 정권의 후임자 역할을 수행왔다. 하지만 지난 1월 연료비 급등으로 촉발돼 232명의 사망자를 낳은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계기로 전 정권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시위 진압 후 토카예프 대통령은 전 정권과 연계된 부정부패 연루기업들을 퇴출하는 등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친 대규모 개혁을 추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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