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1st] 황인범 데뷔전부터 '모던 식스' 새로운 역할 받았다… "성숙한 남자"에 대한 기대 증폭

김정용 기자 2024. 9. 2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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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범(페예노르트).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황인범이 새 소속팀 페예노르트에서 그동안 맡아 온 역할과 미묘하게 다르고, 약간 더 난이도 높은 자리레 배치됐다. 이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현지의 호평도 이끌어냈다.


22일(한국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스타디온 페예노르트에서 2024-2025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6라운드를 치른 페예노르트가 NAC브레다에 2-0 승리를 거뒀다.


황인범의 에레디비시 데뷔전이다. 9월 초 세르비아의 츠르베나즈베즈다에서 페예노르트로 이적한 황인범은 A매치 일정, 등록 절차로 인해 이제야 공식경기에 출장하기 시작했다. 주중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 선발 출장해 바이엘04레버쿠젠 상대로 대패한 뒤, NAC를 홈으로 불러 이적 후 첫 승을 신고했다.


경기 후 현지 일간지 'AD'는 황인범의 데뷔전에 대해 기사 하나를 따로 할애했다. 왜 황인범이 적응기 전혀 없이 페예노르트에서 즉시 활약할 수 있는지를 다룬 기사였다. 먼저 빠른 적응의 비결로는 최근 아버지가 되었다는 점과 차분한 성격 등을 거론하면서 "성숙한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들었다.


전술적으로도 주목받는 요소가 있었다. 황인범은 'moderne zes'라고 묘사됐다. 영어의 모던 식스(modern six)와 같은 말이다. 축구 포지션 용어에서 6번은 수비형 미드필더를 뜻한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기본적으로 맡되, 현대적인 방식으로 맡았다는 의미다.


브리안 프리스케 감독은 장신 수비형 미드필더 마츠 비퍼르의 대체자 황인범을 같은 자리에 집어넣은 셈이다. 비퍼르는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를 남겨주고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으로 떠난 190cm 장신 수비형 미드필더다. 다만 시작할 때 위치만 비퍼르와 같을 뿐 역할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황인범은 첫 경기에서 4-3-3 포메이션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됐다. 그동안 많이 맡았던 좀 더 공격적인 역할이 아니라, 중원에서 팀을 조율해 주고 패스를 순환시켜줘야 하는 역할이다. 4-2-3-1 포메이션에서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배치돼 더 많이 전진하는 역할은 한 적 있다. 이 역할은 주로 8번이라 불린다. 또는 공격형 미드필더, 즉 10번도 익숙하다. 하비나 10번이나 8번과 달리 6번 경험은 거의 없다.


'모던 식스'인 이유는 황인범이 전통적인 수비형 미드필더처럼 포백 앞에 자리를 지키면서 보호와 정적인 배급만 한 게 아니라, 다양한 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원래 공격적인 선수인 만큼 팀이 공을 잡았을 때는 동료들과 위치를 바꿔가며 전진하는 게 허락됐다. 수비할 때도 체격이 크지 않은 황인범을 보좌하기 위해 다른 미드필더들이 힘을 보태주는 장면이 있었다. 체구가 비교적 작은 수비형 미드필더가 전술적 보좌 안에서 배급을 맡는다는 건 과거 안드레아 피를로, 조르지뉴 등 이탈리아 무대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많이 보여준 모습이다. 최근 사례로는 김민재의 나폴리 시절 동료였던 스타니슬라프 로보트카가 있다.


황인범의 리그 데뷔전 활약은 눈에 띄었다. 두 팀 통틀어 세 번째로 오래 공을 잡았다. 슛을 4회 시도했고, 패스 성공률은 82%로 그리 높지 않았지만 이는 차분하게 공을 돌리기보다 빠르게 전방으로 보내려는 팀 전술에 맞춘 것으로 보였다. 황인범은 수비형 미드필더치고 상당히 많은 키 패스(동료의 슛으로 이어진 패스) 3회를 기록했으며 그 밖에도 측명네서 오버래핑하는 동료에게 찔러주는 장거리 땅볼 패스로 득점 기회를 엮어내는 등 날카로운 공 배급을 이어갔다. 공 탈취 2회, 가로채기 2회, 걷어내기 3회 등 수비형 미드필더다운 수비 기록도 좋았다.


황인범(페예노르트). 페예노르트 X 캡처
황인범(페예노르트). 페예노르트 X 캡처

안정감도 필요한 만큼 앞으로 패스 성공률을 더 높일 필요는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활약이 합격점 이상이었다. 'AD'도 황인범이 장차 팀의 기둥이 될 선수라고 호평했다. 특히 황인범을 활용한 왼쪽 빌드업이 주목 받았다. 23세 주장 퀸턴 팀버르는 많은 활동량으로 공수에 걸쳐 공헌하는 미드필더인데 주로 왼쪽에서 뛴다. 또한 왼발잡이 센터백 다비드 한츠코는 공을 뿌리는 빌드업뿐 아니라 직접 몰고 전진하는 능력까지 있다. 황인범과 기존 멤버 둘까지 이들 셋이 후방에서 유연하게 자리를 바꿔가며 경기운영의 기틀이 될 거라는 분석이다.


황인범이 3인 중원에서 가장 뒤쪽에 자리 잡고 활동할 수 있다는 건 수비형 미드필더 발굴에 골머리를 앓아 온 대한민국 대표팀에도 힌트가 될 만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페예노르트 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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