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성과 멋 모두 겨울 부츠 브랜드, 블런드스톤

안녕 올겨울 풍성한 눈에 마음만은 포근한 객원 필자 김고운이다. 소복하게 쌓여있는 눈은 언제나 마음을 들뜨게 만드는 것이 있다. 발끝부터 전해오는 뽀도독하는 감촉이란. 그렇지만 눈을 밟고 즐기노라면 신발이 녹은 눈에 젖어 발이 시려 마음이 훅 식어버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눈을 집에서만 감상할 수는 없는 노릇. 오늘은 겨울을 쾌적하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부츠 브랜드, 블런드스톤을 소개하려 한다.


[1]
역사

호주 브랜드인 블런드스톤은 무려 150년 전부터 부츠를 만들었다.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호주는 영국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블런드스톤의 설립자인 존 블런드스톤은 1850년대에 호주의 타즈매니아 지역에 정착했다. 그리고 1870년에 블런드스톤을 세우고 영국에서 부츠를 수입하는 한편으로 직접 부츠를 생산하였다. 이곳 타즈매니아 지역은 호주에서도 최남단에 위치해 있고 거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어, 이 당시에는 영국의 악명 높은 죄수들을 격리해서 수감하는 감옥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다양한 운송수단이 많은 요즘도 불편한 신발을 신으면 신경이 쓰이는데 하물며 여러모로 거친 타즈매니아에서 튼튼한 부츠를 사업 아이템으로 삼은 건 지하철역 앞 붕어빵만큼 자연스럽고 탁월해보인다.

[80년대 타즈매이나 공장 풍경]

블런드스톤은 긴 역사만큼 교과서에서 봄직한 굵직굵직한 사건들과 함께했다. 타즈매니아에서 검증된 튼튼한 부츠를 바탕으로 세계 1,2차대전 때는 참전한 호주 군인들을 위한 전투화를 제작하여 보급하였다. 또 1970년 대에는 호주 에베레스트 탐험대에 등산화를 지급하기도 하였다. 브랜드의 시작부터의 행보를 보면 블런드스톤의 부츠는 불편을 개선해주는 장비의 역할을 수행했다. 험한 전쟁터와 히말라야의 혹독한 추위를 맨발로 부딪히는 건 어리석은 일이었을 테니 말이다.

블런드스톤은 1969년에 판매를 시작한 첼시부츠로 패션 브랜드로서 현재의 위상을 갖게 된다. 작업복 브랜드에서 워크웨어 브랜드까지 확장된 것이다. 첼시부츠의 특징은 두 가지. 부츠 발목 끝에 있는 풀탭(pull-tab)과 발목 부분의 고무 패널이다. 이들은 모두 빳빳하고 단단한 가죽 부츠를 편하게 신기 위한 장치이다. 이름대로 풀탭을 당기면서 발을 집어넣으면 고무의 탄성 덕에 입구가 늘어나면서 쉽게 착용이 가능하다. 착용하면 발목을 착 감싸면서 발목을 보호한다.

첼시부츠는 무려 19세기에 개발되었다. 생고무는 탄성은 있지만 열에 약하고 쉽게 경화되어 탄성을 잃어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미국의 화학자 찰스 굿이어는 황을 추가하여 고무를 강화하는 공법이 개발하여 이러한 단점을 해결하였고 이로 인해 고무의 활용도가 급격히 상승하였다. 첼시부츠도 이때 발명되었다. 처음에는 영국 여왕이 편하게 승마 신발을 신고 벗을 수 있게 고안되었는데 이것이 세계 2차대전 이후 영국의 첼시 지역의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첼시부츠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왼쪽부터 오리지널, 클래식, 드레스]

블런드스톤은 첼시부츠의 기본적인 특징은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조금씩 다른 디테일로 크게 오리지널, 클래식, 드레스로 나누었다. 오리지널과 클래식이 캐주얼한 무드라면 드레스는 얇은 솔에서도 느낄 수 있든 포멀한 느낌을 준다. 먼저 클래식을 알아보자.


[2]
대표제품

CLASSIC #585 러스틱 브라운

고백하자면 이 모델은 지금 내 장바구니에 있다. 패션 브랜드 기사를 준비하면서 다양한 강도의 구매 욕구를 느꼈지만 블런드스톤의 이 #585 러스틱 브라운 모델은 현재까지 가장 강력한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아직까지는 참았지만 기사가 발행될 때는 아마 이걸 신은 채로 뿌듯하게 읽어볼지도 모르겠다. 자업자득템이랄까.

제품에 대해서 소개를 하자면 블런드스톤은 기본적으로 소가죽을 사용한다. 여기에 오일을 도포하여 내구성이 향상되고 방수 기능이 추가된다. 사실 사이즈 조사도 이미 마쳤다. 강현모 에디터의 신발 사이즈 제대로 고르는 법(https://the-edit.co.kr/57072)에 입각하면 나는 AU6 사이즈(250-255)가 적당하다. 발볼이 딱 맞고 길이는 약간 남는 정도. 이때 발목은 조금 남았다. 참고로 나는 컨버스 255mm가 정 사이즈이고 발등, 발볼의 형태도 특별하지 않고 지극히 평범하다. 가죽이라 처음에는 약간 뻑뻑한 느낌이 들 수 있지만 가죽이 시간이 지나며 적당히 길이 들여지면 오히려 내 발에 착 맞는다. 모든 제품의 사이즈는 220부터 300까지 다양하게 있고 러스틱브라운 같은 인기 모델은 키즈 사이즈도 있어 가족 신발로도 신을 수 있다. 구매는 여기(https://bit.ly/3OdKH5X)에서.

  • CLASSIC #585 첼시부츠 러스틱브라운 27만 9,000원

DRESS #1306 러스틱 브라운

다음은 드레스 첼시부츠이다. 클래식과 오리지널의 차이는 크지 않다. 클래식이 2mm 두께의 가죽을 사용하였다면 오리지널은 조금 두꺼운 2.5mm의 가죽을 사용한 것과 고무 패널의 색상이 다른 정도다. 그에 비해 클래식과 드레스는 나름의 차이를 가지는데 두드러지는 차이는 두 가지다. 먼저는 사진에서 보이듯 솔 파트가 얇아졌다. 구두의 그것과 비슷한 모양새가 되어 전체적으로 단정한 느낌을 준다. 거기에 발바닥에서 발등까지의 높이가 낮아지고 앞코 부분이 각진 얄쌍한 형태라 포멀함은 더욱 강해진다.

블런드스톤의 모든 부츠는 발바닥이 닿는 풋베드에 Poron XRD 기술을 적용해 효과적으로 하중을 분산시킨다. 거기에 더해 발목의 고무 패널이 걸을 때 발목을 압박하지 않아 편안하게 오래 걸을 수 있다. 구매는 여기(https://bit.ly/3u5a6YE)에서.

  • DRESS #1306 첼시부츠 러스틱브라운 28만 9,000원

ORIGINAL #2306 러스틱 브라운

해외의 블런드스톤에서는 첼시부츠 외의 끈 타입의 부츠류들도 구매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가장 유명한 첼시부츠만 구입이 가능하다. 그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이 바로 낮은 형태의 미들슈즈이다. 풀탭과 고무 패널을 유지하여 첼시부츠의 특징을 지켰다. 그러면서 낮은 형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느낌을 풍긴다. 특히 발에 딱 달라붙게 되는 스니커즈를 주로 신는 나로서는 미들슈즈의 여유로운 깊이와 둥그런 코 부분에서 어딘가 미국 느낌을 받았다. 호주 브랜드에서 미국 맛을 느끼는 게 이상하기는 하지만 플란넬 셔츠를 입고 와이드핏의 코듀로이 바지에 이 미들슈즈를 신는 모습을 상상했을 때 그 배경은 아무래도 미국이 어울렸다. 그것도 보스턴의 대학가

겨울에 신발을 고를 땐 추위는 물론이고 바닥이 미끄럽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바닥 무늬가 밋밋한 신발을 신다가는 무거운 옷 덕에 안 그래도 굼뜬 몸이라 넘어지기 십상이다. 블런드스톤은 접지력이 뛰어난 TPU 아웃솔을 사용하여 안전하게 걸을 수 있게 도와준다. 구매는 여기(https://bit.ly/3O8aZWT)에서.

  • ORIGINAL #2036 러스틱브라운 24만 9,000원

첼시부츠 스타일링의 정석이라고 하면 약간 너무 와이드하지 않은 청바지나 슬랙스에 매치하여 포멀한 분위기를 내거나, 와이드한 바지와 매치하여 아메카지 룩을 연출하는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추가하자면, 나는 개인적으로 반바지와 매치할 때 첼시부츠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한껏 살아난다고 느꼈다. 가죽에서 풍기는 단정함에 더해 아웃도어 느낌이 한껏 살아난다. 이것이 오히려 첼시부츠 다운 스타일링이 아닐까. 약간의 자신감은 필요하겠지만.

[사진 속 제품은 Dress #063 블랙이다.]

브랜드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방식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제품을 넘어 생산과정으로도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말한다. 그런 면에서 블런드스톤은 매우 수다스러운 달변가다. 홈페이지에는 제품은 물론이고 환경과 노동환경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블런드스톤은 동물권과도 관련이 있는 가죽 사용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며 무분별하게 가죽을 사용하지 않고 재단을 하는 과정에서는 최대한 활용하여 가죽을 낭비하지 않는 방안을 연구한다. 또한 생산과정 중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사용되는 물을 최소화하여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제품을 생산한다. 놀라운 건 이러한 항목들을 본사는 물론 베트남을 비롯한 전 세계에 있는 공장에서도 준수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관리를 한다는 점이다. 지구에게 은혜를 입고 살아간다면 어떻게 갚아나가야 할지 블런드스톤을 보면 알 수 있다.

올겨울은 유독 눈이 많이 내리고 추운 느낌이다. 벌써 겨울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지만 부츠를 눈여겨볼 이유는 충분하다. 위에서 언급했듯 첼시부츠는 여름 착장에서도 매력을 유지하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이왕이면 신었을 때 편안하고 멋들어지고 지구와 근로자들까지 살피는 블런드스톤이라면 더욱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