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 관객을 눈앞에 두며 역대급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20년 전 극장가를 뒤흔들었던 또 하나의 사극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바로 <왕의 남자>다.

두 작품은 공통점이 적지 않다. 기획 단계부터 ‘천만’을 외친 블록버스터도 아니었고, 초대형 톱스타를 앞세운 물량 공세도 아니었다. 오히려 작품성과 입소문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힘으로 관객을 움직였다는 점에서 닮았다.

2005년 12월 개봉한 <왕의 남자>는 조선시대 광대 장생과 공길이 연산군의 궁에 들어가며 벌어지는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연극 <이>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질투로 시작해 자결로 끝나는 비극적 서사를 통해 한국 사극의 새로운 결을 제시했다.

당시만 해도 사극은 “흥행이 어렵다”는 인식이 강했다. 더구나 동성 간의 미묘한 감정을 전면에 배치한 설정은 상업적으로 모험에 가까웠다. 하지만 <왕의 남자>는 직접적인 묘사 대신 여백을 남기는 방식으로 감정을 그려냈고, 이 절제된 표현이 오히려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무엇보다 <왕의 남자>가 지금까지도 ‘진짜 천만 영화’로 회자되는 이유는 상영 환경에 있다. 최대 스크린 수 313개. 개봉 초반은 200여 개 남짓이었다. 이후 천만 영화들이 1000개 안팎, 최근에는 2000개 가까운 스크린을 확보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좌석 판매율 80%를 넘기며 자리가 없어 계단에 앉아 봤다는 증언까지 나왔을 정도다.

물량이 아닌 관객의 반복 관람이 흥행을 이끌었다는 점도 특별하다. 실제로 온라인 카페와 커뮤니티에는 5번, 10번씩 영화를 봤다는 이른바 당시 유행하던 ‘폐인’ 관객들이 속출했고, 1인 평균 관람 횟수가 5회를 넘는다는 조사까지 등장했다. 관객이 영화를 키운 셈이다.

배우들의 발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공길 역의 이준기는 2천 명이 넘는 후보를 제치고 발탁돼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장생을 연기한 감우성, 폭군이자 외로운 인간으로 연산을 그려낸 정진영의 연기 앙상블은 지금 봐도 압도적이다. 여기에 유해진, 정석용 등이 더해지며 영화는 더욱 단단해졌다.

제작비 역시 44억 원 수준으로, 동시대 천만 영화였던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와 비교하면 훨씬 적은 규모였다. 그럼에도 45일 만에 1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사에 사극 최초 천만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평단의 평가도 높았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한국 천만 영화 작품성 순위에서 <왕의 남자>를 <기생충>, <괴물> 다음으로 꼽았다. 스크린 독점이나 신파에 기대지 않고도 관객을 사로잡은 ‘가장 천만 영화다운 천만 영화’라는 찬사도 이 작품에 따라붙는다.

이제 <왕과 사는 남자>가 다시 한번 사극 흥행 신화를 쓰고 있다. 막대한 제작비도 톱스타도 없이 오직 이야기의 힘으로 관객을 모은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시대를 넘어 닮아 있다.
결국 천만이라는 숫자는 마케팅이 아니라 관객의 선택이 만든 결과라는 것. 20년 전 <왕의 남자>가 증명했던 그 사실을, 지금 또 다른 ‘왕과 남자’의 이야기가 다시 증명하고 있다.
- 감독
- 출연
- 정석용,이승훈,장항선,윤주상,최일화,신정근,윤소정,맹봉학,이영석,서승원,김주홍,조련,박수일,우현,김현진,정대용,김현아,김진영,하희경,전일범,문정수,강은진,조경훈,한일규,최석환,김태웅,정진완,정승혜,이준익,장원석,이병우,지길웅,나승룡,한기업,김탄영,김보선,홍장표,정재민,오세영,강대영,손미경,김미정,임선애,정용기,정현진,김정선,이재홍,이윤석,최태영,김상범,김재범,박미정,강승용
- 평점
나우무비 에디터 김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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