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A 전력강화위, 3월 A매치 '임시 감독 체제' 가닥…국내파 대세론 꺾이나

김정현 기자 2024. 2. 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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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대한축구협회(KFA)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가 다음 달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 2연전을 '임시 감독' 체제로 치르기로 가닥을 잡았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는 24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차 회의를 열고 대표팀 감독 선임 관련 내용 등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21일 첫 회의와 달리 별도의 언론 브리핑 없이 전면 비공개로 진행됐다.

축구계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위원들은 3월 A매치 기간 월드컵 예선 2경기를 위해 임시 사령탑을 선임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지난 16일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감독을 경질한 대한축구협회는 20일 정해성 대회위원장을 새로운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으로 선임하고 새 사령탑 선임을 포함한 대표팀 재정비를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팀이 3월 A매치 기간 태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 2연전(21일 홈·26일 원정)을 앞둔 가운데 위원회는 21일 첫 회의 땐 곧바로 정식 감독을 선임하기로 방향을 잡은 바 있다.

1차 회의에서 전력강화위원회는 새 감독에게 필요한 8가지 자질을 발표했다. ▲ 감독의 전술적 역량 ▲ 취약한 포지션을 해결할 육성 능력 ▲ 지도자로서 성과를 냈다는 명분 ▲ 풍부한 대회 경험을 갖춘 경력 ▲ 선수, 축구협회와 축구 기술·철학에 대해 논의할 소통 능력 ▲ MZ 세대를 아우를 리더십 ▲ 최상의 코치진을 꾸리는 능력 ▲ 이상의 자질을 바탕으로 믿고 맡겼을 때 성적을 낼 능력 등 조건에 모두 부합하는 인물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하겠다는 것이다.

3월 A매치 일정까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촉박한 시간 때문에 외국인 감독보다는 국내 사정과 선수들 면면 파악이 용이한 한국인 감독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였다.

1차 회의 후 브리핑에서 정 위원장은 임시 체제로 갈지, 아니면 이번에 정식 감독을 선임할지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임시 체제보다 이번에 정식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대표팀이 중요한 시기인데 감독 선임을 6월로 미루는 건 옳지 않고 지금부터 팀을 다져야 단단해진다. 현실적으로 임시 체제를 꾸리기에는 여러 장애가 있어 택하기 어렵다고 의견을 모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시체제가 낫다는 일부 의견으로는 성급하게 결정하기 보다 장기적으로 보고 신중하게 선임하자. 6월을 보고 감독 선임을 해도 월드컵 예선에 큰 부담은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라고 브리핑을 마쳤다.

정식 감독에 대한 질문이 들어오자, 정 위원장은 "정식 감독과 임시 감독에 대해 (위원들이) 신랄하게 의견을 줬다. 임시 감독 의견에서는 2경기를 하려고 하는 감독이 나타날까. 보여질까 하는 의견들을 주셨다. 2경기에 대한 부담이 어떤 분한테 주어졌을 때 과연 두 경기를 하겠다고 나서 주실지가 의문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정식 감독에 비중을 더 둔 건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두고 근시안적이란 비판이 빗발쳤다. 3월 A매치를 핑계로 K리그 현직 국내파 감독을 데려오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거셌다. 이석재 부회장의 발언도 실언이었다. 이 부회장 발언은 마치 전력강화위원회 이전부터 누군가를 염두에 두고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 감독으로는 홍명보 울산 HD 감독, 김학범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신태용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 최용수 전 강원FC 감독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다만 홍명보 감독, 김학범 감독 등 현직 K리그 감독을 선임한다면 각 구단 팬들의 반발에 마주할 것으로 보인다. 개막까지 2주도 남지 않은 K리그에는 예상치 못한 불똥이 떨어진 셈이다.

정 위원장의 발언 이후 일부 K리그 팀들은 개막을 앞두고 사령탑을 잃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홍명보 감독과 김기동 감독은 당장 3월 첫 주에 K리그 개막전을 치러야 한다.

특히 강력한 차기 감독 후보로 거론된 홍명보 울산HD 감독의 소속팀 울산 HD 팬들은 단체 행동을 진행하며 대한축구협회에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img처용전사'가 23일 오전 8시부터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앞에서 대한축구협회를 겨냥한 트럭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4.2.23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height="413" src="https://image.xportsnews.com/contents/images/upload/article/2024/0224/1708772747696479.jpg" width="550" />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홍명보 감독이 국내파 중에서는 가장 자주 감독 후보로 언급되는 데 대해 'K리그 감독 선임 논의 백지화', '필요할 때만 소방수, 홍명보 감독은 공공재가 아니다' 등 항의성 문구를 띄운 트럭을 축구협회에 보내 감독 지키기에 나섰다. 이들은 항의 메시지를 띄우는 트럭과 근조 화환을 축구 회관에 보내기도 했다. 

처용전사는 "다수의 매체로 보도된 '대한축구협회의 K리그 현역 감독 대표팀 감독 선임'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 협회는 최근 한국 축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그 어떤 책임감도 느끼지 않고 오롯이 K리그 감독을 방패 삼아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라며 대한축구협회의 행동을 지적했다.

이어 "협회는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준비 당시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에 책임감 있는 자세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K리그 현역 감독이던 최강희 감독을 방패로 내세워 표면적인 문제 해결에만 급급했으며 그 결과는 K리그를 포함한 한국 축구 팬들에게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지금 협회는 지난날의 과오를 반복해 또 한 번 K리그 팬들에게 상처를 남기려 하고 있다"라며 10년 전에 이어 또다시 홍명보 감독을 소방수로 데려가려는 움직임을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협회는 더 이상 K리그 감독을 방패 삼아 자신들의 잘못을 회피하는 과오를 반복하지 말고 무거운 책임감과 경각심을 가지고 본 사태를 해결하길 바란다. 또한 처용전사는 리그 현역 감독의 선임 논의 자체를 무효화할 것을 요구하며, 이를 위해 어떠한 단체행동도 불사할 것임을 선언한다"라며 성명문을 마쳤다.

그러나 이날 두 번째 회의에선 임시 사령탑 선임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파악된다. 위원들은 감독 후보를 꼼꼼히 검증해 제대로 된 인물을 선임하려면 3월 A매치까지는 시간이 촉박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수' 후보로는 국내 지도자 몇 명이 거론된 걸로 전해졌다.

정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은 1차 회의 때 도출한 리더십, 전술적 역량, 육성 능력 등 '감독 요건 8가지'를 중요 원칙으로 삼는 것은 물론, 축구 팬들의 여론도 살피고 있다고 한 관계자는 분위기를 전했다.

3월 1일 K리그 개막을 앞두고 현재 프로 팀을 이끄는 지도자들이 정식 사령탑 후보군으로 꼽히자 K리그 팬들의 강한 반발을 사는 상황 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전력강화위원회는 다음 주 중 3차 회의를 열 계획이다. 임시 감독 선임으로 시간을 끌며 온갖 풍문을 양산하는 대신 이르면 3차 회의에서 곧바로 발표해 상황을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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