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피 불장’에 퇴직연금 DC전환, 급락장에 10% 눈물의 손실

조문규 2026. 10. 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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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증시 활황이 이어지자 퇴직연금을 회사가 운용하는 확정급여형(DB)에서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으로 전환한 가입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가 고점을 향해 치솟던 6월부터 전환자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후 증시가 급락하면서 당시 DC형으로 갈아탄 일부 가입자는 10% 안팎의 돈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7월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한 가입자는 총 14만971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만3242명보다 181.2% 증가했다.

전환 가입자는 올해 6월을 기점으로 크게 늘기 시작했다. 6월 4만3974명이던 전환자는 7월 10만5736명으로 한 달 만에 두 배 넘게 늘었다. 올해 1∼7월 누적 전환자는 34만15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만5947명보다 118.1% 증가했다. 이 중 44.0%가 6∼7월에 몰렸다.

금감원 집계는 해당 월에 DC형으로 전환을 완료한 가입자를 기준으로 하며, 신청부터 실제 전환 완료까지는 통상 약 1개월이 소요된다. 이에 전환 가입자가 급증한 시기는 상반기 증시 상승세가 정점으로 향하던 때와 맞물린다.

연초 4200선에서 출발한 코스피는 상승세를 이어가다 지난 6월 19일 장중 9385.59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급등락을 반복하며 우하향했다. 7월부터 8월까지 코스피 지수는 8303.4포인트에서 6820.0포인트로 18.1% 급락했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형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서 올해 4∼6월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한 가입자들의 7∼8월 단순 기간수익률은 각각 -10.7%, -10.2%로 집계됐다.

퇴직연금은 근로자가 오랜 기간 일해 마련한 중요한 노후 자금이다. 노후 대비를 위한 성격이 짙기 때문에 법에 따라 전체 적립금의 최대 70%까지만 주식형 ETF나 주식형 펀드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이런 성격으로 일반 주식투자보다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만큼 두 달 사이 10% 안팎의 손실은 이례적으로 큰 변동 폭으로 평가된다. 다만 해당 수치는 두 증권사의 전환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해 전체 DC형 전환자의 수익률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박 의원은 “노후자금의 운명을 바꾸는 중대한 선택인데도 정부는 상승장에 휩쓸린 ‘묻지마 전환’을 사실상 방치했다”며 “단기 수익률에 현혹돼 성급한 전환이 반복되지 않도록 위험고지와투자교육을 강화하고, 숙려 절차 등 실질적인 보호장치를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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