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ew]정부와 기업 투자, 투명한 협상구조 필요하다

2026. 7. 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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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갇힌 韓 정책…유인과 압박의 경계
美, 로비스트 통해 정부와 공개적 협상
기업·주주 의견 반영 정책 투명성 확보
기업 가치 지킬 공개적 협상 제도 마련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 투자가 발표됐다. 정부는 이를 국가 AI 전략과 지역 균형 발전의 핵심축으로 발전시킨다는 기조로, 조성정책의 일환으로 유인했고 최종 선택은 기업이 했다고 말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동안 용인, 평택, 이천을 중심으로 투자를 결정해온 것은 단순한 수도권 선호 때문이 아니다. 반도체 공장은 전력, 용수, 인력, 기존 생산시설과의 연계가 모두 맞아야 하는 산업 인프라다. 몇 수 앞을 내다보고 투자 결정을 해온 기업들이 그 지역을 선택한 것은 비용과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최적 입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역 균형이라는 명분으로 이러한 판단을 뒤집고 특정 지역에 팹 공장과 생산시설을 유치하도록 압박한다면, 그 결정은 더 이상 경제적 효율을 따진 순수한 시장의 선택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번 정부의 유인은 유인보다는 압박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정부가 기업을 유인하고 압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 행정부도 관세를 무기로 TSMC의 1000억달러 투자를 받아냈다. 미 정부도 이 투자 발표를 제조업 부흥의 성과로 내세웠다. 그러나 중요한 차이는 정부가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느냐가 아니라, 그 영향력이 어떤 제도적 견제와 공개적 협상 속에서 작동하느냐에 있다.

미국에는 합법적 로비스트가 있다. 로비라는 단어는 한국에서는 부정적으로 들리지만, 본질적으로는 정부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전달하고 협상하는 공식 창구 역할을 한다. 기업은 로비스트를 통해 법안, 보조금, 지역 투자 인센티브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설명한다. 특정 정책이 기업의 비용 구조를 왜곡하거나 주주 이익을 훼손한다고 판단하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행정부와 협상하며, 필요하면 소송도 한다. 제도적 틀 안에서 주 정부들은 기업 유치를 위해 세금, 인프라, 인력 양성, 전력 공급 조건 등을 내세워 서로 시장참여자처럼 기업 유치를 위해 경쟁하기도 한다. 기업은 그 조건을 비교해 선택한다. 물론 미국식 로비가 이상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 과정은, 정부와 기업의 협상은 제도화돼 있다.

반면 한국식 산업정책의 위험은 밀실에서 이뤄진다는 점, 즉 비공식성에 있다. 기업은 정부와 공개적으로 다투기가 어려운 구조다. 더 큰 문제는 자본시장의 신뢰다. 중국과 러시아의 기업 가치가 구조적으로 할인되는 이유는 단순히 기업의 실적 때문만은 아니다. 국가가 기업의 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이 아무리 돈을 잘 벌어도, 정부가 기업 고유의 결정 권한을 침해하는 요구를 할 수 있다면 시장은 그 기업을 온전히 민간 기업으로 평가하지 않고 투자를 망설이게 된다. 국가의 개입이 과도한 경우 기업은 시장에서 늘 할인된다.

오늘날 호남 대규모 투자 유치를 국가적 과제로 보고 기업이 국가와 지역을 위해 그 정도는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이 있다. 정부가 기업의 투자 결정에 개입하게 되면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는 점이다. 기업이 비효율적 입지에 투자하면 그 결정의 비용은 제품 가격 상승, 고용 위축, 협력업체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돌고 돌아 할인된 주가, 경직된 고용, 상승한 제품 가격이라는 책임을 결국 소비자와 시민이 나눠 질 수밖에 없다. 이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다 투명하고 공개적인 협상 구조가 필요하고 개입보다는 유인, 압박보다는 유도가 필요하다.

경나경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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