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없이도 질주하는 미·중 택시…한국 단 한대도 없다, 왜 [넥스트 빅씽, 자율주행]

윤정민, 여성국, 윤상언, 김철웅 2024. 10.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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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8일, 중국 베이징 이좡(亦庄) 경제기술개발구. 중심가에 있는 쇼핑몰 한스플라자 앞으로 승용차 한 대가 다가왔다. 운전석에 운전자가 없는 위라이드의 로보택시(robo taxi·완전자율주행택시)였다. 앱만 설치하면 누구나 호출할 수 있는 로보택시의 운전실력은 뛰어났다. 교차로에선 맞은편에 차가 오고 있어도 거리·시간을 계산해 재빨리 비보호 좌회전을 해냈다. 안전성 뿐 아니라 효율성 측면에서도 베테랑 운전자 못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사람 없는 차’들이 도로를 누볐다. 피어49 인근에서 구글 웨이모의 로보택시를 호출하니, 잠시후 운전자 없는 흰색 SUV 차량이 도착했다. 역시 급정거 한번 없이 갑자기 나타난 보행자를 안전하게 피해가며 30분간 주행했다. 경로 제한없이 샌프란시스코 시내 어디든 갈 수 있었다.

김영옥 기자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다툼, 그 다음 전장이 될 자율주행 시장의 현주소다. 치열한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은 자율주행차의 질주를 위한 동력이 되고 있다. 미·중 모두 기술적으론 이미 완전자율주행 시대에 바짝 다가섰다. 웨이모·위라이드 외에도 여러 기업이 로보택시 상용화에 성공했고, 대중화 단계로 나아가는 중이다. 테슬라는 지난달 5일 미국에서만 온전히 쓸 수 있던 완전자율주행 기능을 내년 초 중국·유럽에서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에선 레벨4(특정구역 자율주행) 자율주행을 상용화한 사례도 없고 운전자 없는 상태로는 시험주행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자율주행 패권 향해 질주하는 미·중


인터넷·모바일·AI 혁명을 모두 이끈 미국은 자율주행 역시 선두에서 달리고 있다. 지난해 크루즈 로보택시가 사고를 내면서 한때 시장에 겨울이 올 수 있단 불안감이 퍼졌지만, 직접 본 현장의 온도는 달랐다. 구글 웨이모는 6월 25일 앱만 설치하면 누구나 샌프란시스코에서 로보택시를 이용할 수 있게 서비스를 완전 개방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웨이모에 50억 달러(약 7조원)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판 자체를 키우고 있는 것. 공식 블로그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200만 명 이상이 유료로 웨이모를 이용했고, 2000만 마일(약 3218만㎞) 이상을 주행했다. 주행 데이터로 안전성을 확보한 구글은 본격적인 수익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기사 구인난이 심각한 화물운송 분야에서도 자율주행 활용도가 커지고 있다. 스타트업 코디악은 2019년부터 가구 회사 이케아 등의 물류 운송을 책임졌고 곧 완전 무인 트럭 서비스도 출시할 예정이다.

코디악 자율주행 트럭의 높이는 13.5피트(약4.1m), 화물 포함 길이는 72피트(약22m)에 이른다. 사진 코디악


중국도 미국 뒤를 바짝 쫓으며 성장 중이다. 베이징 이좡에서만 여의도 면적의 77배가 넘는 약 225㎢에서 무인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구역 내 어디든 로보택시로 갈 수 있다. 업계에선 향후 2년 내 자율주행 구역이 광저우·선전 등 주요 도시 전체, 이르면 2028년 중국 전역으로 확대될 걸로 본다. 정부의 전폭 지원과 과감한 규제 완화를 바탕으로 화웨이는 스마트카 솔루션 직원을 7000여명까지 늘렸다. 바이두는 2021년 로보택시를 상용화해 탑승 횟수 600만회와 누적 주행 거리 1억㎞를 기록했다. 2030년까지 100개 도시에 로보택시를 내놓는 게 목표다.


미·중 자율주행 이끄는 원동력


자율주행 기술의 품질을 좌우하는건 데이터다.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이 가능하다. 결국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건 반도체와 클라우드 기술력이다. 그런 관점에서 미국의 자율주행 경쟁력은 독보적이다. 구글, 테슬라 등 기술력을 갖춘 기업 뿐만 아니라 기반이 되는 반도체·클라우드 기술력까지 모두 갖추고 있어서다. 스테파노 마르지니 AWS 자율주행팀장은 “자율주행 테스트 차량은 매일 테라바이트급 데이터를 수집한다. 갈수록 반도체와 클라우드의 중요성은 커진다”고 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그러나 정부의 강한 추진력, 데이터 수집, 사회적 거부감 해결 등에 있어선 중국이 강점을 가진다. 자율주행 사고 보도를 통제한다는 의혹이 제기될 만큼 자율주행 굴기를 향한 중국 정부의 의지는 강력하다. 미국에 비해 사회적 거부감도 덜하다. 중국 자율주행 업체 관계자는 “정부 지원 덕에 법도 빠르게 완벽해지고 있다. 미국에 지면 안 된단 공감대가 있어 국가적으로 이런 전략을 고수할 것”이라고 했다.

한 국내 모빌리티 전문가는 “중국은 정부 주도로 개인정보 보호보다 기술 발전에 무게를 두고 에지 케이스(특이한 상황)를 다수 쌓아가며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미국은 엔비디아 AI칩·클라우드 등에 리더십이 있지만, 이 에지 케이스 문제를 어떻게 풀지가 향후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전의 시간이 다가온다


중국 현지 관계자들은 2030년쯤이면 자율주행차의 실질적 대중화가 이뤄질 걸로 내다봤다. 미국은 글로벌 영향력을 바탕으로 중국을 견제하며 결전에 대비 중.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 정부는 중국산 소프트웨어·하드웨어를 탑재한 차량의 수입과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기술 발전 기치 아래 정부·기업·시민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이에 대응하고 있다. 한 중국 빅테크 임원은 “미국의 경쟁자는 중국이고, 지금은 골든타임이다. 어떤 제재를 하든 결코 경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베이징시 이좡경제기술개발구에 있는 포니.ai 운영센터에 전시돼 있는 무인 자율주행차. 윤정민 기자



상용화 기업 ‘0’… 엔진 멈춘 한국


미·중이 질주하는 반면, 한국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두 국가에선 이미 레벨4 자율주행차 수천대가 기사 없이 도로를 달리고 있지만 한국엔 레벨4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이룬 기업이 아직 없다. 일반 도로 시험주행도 모두 운전자가 앉은 상태에서만 이뤄진다. 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웨이모 자율주행 수준이 100점이라면, 한국은 50점밖에 줄 수 없다. 기업들이 안전성이나 법적 공백을 이유로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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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베이징=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광저우ㆍ선전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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