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파.1st] '은사' 만나 부활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헤매는 더리흐트… 평점 3점, 매과이어만 못한 활약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네덜란드 커넥션'에 합류하면서 부활을 꿈꿨던 마테이스 더리흐트가 오히려 경기력 저하로 고생하고 있다. 본인 문제와 더불어 팀 전술 문제가 겹치며 상승세를 타기 쉽지 않다.
4일(한국시간) 포르투갈 포르투의 에스타디우 두 드라강에서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리그 페이즈 2차전을 치른 FC포르투와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3-3 무승부를 거뒀다.
포르투는 앞선 1차전 보되글림트 원정 패배를 딛고 리그 페이즈 첫 승점을 따냈다. 맨유는 홈에서 트벤테 상대로 무승부를 거둔 데 이어 2무를 기록했다.
맨유가 3실점이나 내준 이유 중에는 전체적인 팀 전술과 콘셉트도 있지만, 두 센터백의 약점이 드러났다는 점도 한 요인이었다. 이날 맨유는 장신이지만 발이 느린 더리흐트, 활동반경이 넓지만 단신인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를 센터백 조합으로 세웠다.
두 센터백은 이번 시즌 맨유의 주전이다. 에릭 텐하흐 감독의 요구로 시차를 두고 영입된 두 선수가 후방에서 좋은 조합을 이뤄야 또 한 명의 주전급 센터백 레니 요로의 장기부상 공백을 메울 수 있었다. 두 선수 모두 아약스 출신(더리흐트 2016~2019, 마르티네스 2019~2022)으로 텐하흐 감독의 지도를 받은 바 있는 애제자다.
그러나 더리흐트의 제공권과 마르티네스의 기동력이 조화를 이뤄야 하건만, 실제로는 두 선수의 단점만 드러났다. 마르티네스는 원래 키에 비해 헤딩 경합이 준수한 선수지만 포르투 스트라이커 사무 오모로디온이 193cm 신장을 활용해 찍어누르자 제공권에서 계속 밀렸고, 여기서 초반 2실점이 나왔다.
세 번째 실점은 더리흐트의 느린 발이 공략 당했다. 포르투가 스루패스를 할 때 더리흐트가 충분히 전진하지 않고 약간 뒤쳐져 있었기 때문에 오프사이드 트랩에 실패한 것부터 화근이었다. 그리고 윙어 페페가 침투한 뒤 중앙으로 패스할 때 기동력이 부족한 더리흐트는 오모로디온을 따라가지 못했다. 더리흐트는 그 밖에도 문전에 갑자기 떨어지는 공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해 빼앗기며 오모로디온에게 결정적인 슛 기회를 내주는 등 시종일관 불안했다.
경기 후 현지매체들의 평가는 신랄했다.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더리흐트에게 평점 3점, 마르티네스에게 4점을 부여했다. '데일리메일'은 더리흐트 4점, 마르티네스 4.5점을 줬다.
맨유는 바로 전 경기였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토트넘홋스퍼전 역시 3실점 하며 0-3으로 패배했다. 이날도 수비라인을 올렸다가 토트넘의 역습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문전을 쉽게 내주는 것이 문제였다. 더리흐트의 기동력 문제가 불거지는 경기들이 연달아 나타나고 있다.
더리흐트 입장에서는 리그를 옮길 때마다 적응기가 필요했다는 점이 오히려 위안거리다. 아약스에서 스타급 센터백으로 발돋움한 더리흐트는 2019년 유벤투스, 2022년 바이에른뮌헨으로 이적하며 빅 클럽만 골라 가는 행보를 밟고 있다. 이탈리아와 독일 무대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도 적응기가 필요했다. 일단 적응기가 지나고 나면 본인 경기력은 개선되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더리흐트의 느린 발과 좁은 수비범위는 그의 특징에 가깝기 때문에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다. 어느 정도는 텐하흐 감독이 더리흐트에게 더 기민한 플레이를 주문하고 더 넓은 범위를 커버하도록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스피드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가 뛸 때는 주위 수비 공간을 좁혀줘야지, 그러지 않으면 더리흐트 근처에서 발빠른 공격수에게 속수무책으로 뚫리는 현상은 반복될 것이 빤하다.
더리흐트가 맨유에 합류한 뒤 초반 경기들을 보고 현지 팬들은 '더치(네덜란드 출신) 매과이어'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는 조롱조 별명이었다. 잉글랜드 대표 센터백 해리 매과이어는 기동력 부족으로 자주 실점의 원흉이 되면서 현지 팬들의 도 넘은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지난 시즌 매과이어 스스로 여론을 뒤집을 만큼 끈질긴 활약을 해 줬지만 근본적인 선수 능력이 바뀔 수는 없었다. 더리흐트가 영입됐으니 매과이어를 벤치로 밀어내는 게 기대했던 방향이었다.
하지만 포르투전에서 오히려 더리흐트와 마르티네스 센터백은 모두 후반전에 교체당하고 말았다. 대신 기존의 느린 센터백 매과이어와 조니 에반스가 투입됐다. 그리고 매과이어는 제공권 강화라는 역할 그대로 세트피스 득점을 터뜨리면서 자기 임무를 잘 수행해 줬다.
바이에른은 지난 여름 평가가 하락한 김민재, 다요 우파메카노를 오히려 지키기로 하고 가장 평가가 높았던 더리흐트를 이적시장에 내놓았다. 몸값과 연봉 모두 더리흐트가 비싼 반면 뱅상 콩파니 감독의 전술에는 가장 부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후 김민재와 우파메카노는 부활 중이다. 더리흐트는 그동안 도드라지지 않았던 단점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잉글랜드 무대에서 어려운 적응기를 겪고 있다. 부활을 위해서는 감독의 배려가 필요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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