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차려 중대장, 사과 없이 합의금만 디밀어… 엄벌해달라”

연합뉴스

강원 인제군 육군 제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규정을 위반한 과도한 군기훈련(얼차려)으로 숨진 박모 훈련병과 함께 훈련받았던 피해자들이 가해 지휘관을 선처할 뜻이 없으니 엄벌해 달라며 강경한 의사를 밝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훈련병과 함께 얼차려를 받은 훈련병 3명은 최근 국선변호사를 해임했다. 군기훈련을 시행한 중대장 강모(27) 대위와 부중대장 남모(25) 중위를 선처할 생각이 없는데도 이들의 합의 요구를 관성적으로 전달해 왔기 때문이다. 강 대위는 피해 훈련병들의 국선변호사를 통해 합의금 300만원을, 부중대장은 500만원을 제시했다. 피해 훈련병들은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강 대위와 남 중위가 합의를 반복적으로 시도하는 데 거부감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먼저 국선변호사를 해임한 훈련병 A씨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기도 했다. A씨 등의 법률 대리를 맡은 강석민 변호사는 “A씨가 사건 이후 PTSD 진단을 받아 학대 치상 혐의를 추가로 적용, 공소장을 변경해야 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피해 훈련병들은 법정에서 증인석에 올라 “살면서 느낀 것 중 제일 힘들었다” “힘듦의 정도를 1~10으로 따지면 10이었다”면서 강 대위와 남 중위를 엄벌해줄 것을 촉구했다.

학대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로 기소된 강 대위와 남 중위는 법정에서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 지난 11일 공판에서 강 대위는 남 중위로부터 “완전군장 상태로 군기훈련을 진행하겠다”고 보고받고 훈련병들이 입소한 지 2주밖에 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무거운 물품을 뺀 가군장 상태로 진행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남 중위는 “완전군장 상태로 진행하겠다고 보고한 기억이 없다. 강 대위가 가군장을 지시하지도 않았다”며 상반된 주장을 폈다.

강 대위와 남 중위는 지난 5월 23일 제12사단에서 박 훈련병 등에게 완전군장 상태에서 보행과 뜀걸음, 선착순 한 바퀴, 팔굽혀펴기 등 규정에 어긋난 얼차려를 주는 식으로 학대·가혹 행위를 했다. 당시 박 훈련병은 얼차려를 받던 도중 쓰러졌지만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열사병에 의한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숨졌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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