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받은 지구의 역습..전세계 곳곳 공포의 '티핑 포인트' 떴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영국 엑스터대학의 티모시 렌턴 교수팀은 지난 2008년 9개의 지구 기후 시스템에 존재하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제시했다.
임계점 혹은 변곡점으로 번역되는 티핑 포인트는 기온이 상승하면서 지구 곳곳의 생태계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는 지점(온도)을 말한다. 지구 기온이 계속 오르면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 그린란드 빙하와 북극 빙하, 해양의 순환, 아마존 열대우림 등이 어느 순간 더는 지탱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는 상황이다.
스웨덴 스톡홀름대학의 요한 록스트룀은 최근 국내에 번역된 ‘브레이킹 바운더리스’란 책에서 이 티핑 포인트를 영화 ‘록키’의 주인공 실베스타 스텔론에 비유했다. 9라운드까지 상대에게 얻어맞기만 하다가 마지막에 무시무시한 펀치로 상대방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모습 말이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인류에게 오랜 시간 짓밟히다가 한순간 한계선을 넘자마자 인류를 무차별 공격하기 시작하는 자연의 역습이 바로 티핑 포인트라는 얘기다. 티핑 포인트를 지나면 더는 예전 상태로 돌아올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티핑 포인트 16개 찾아내
연구팀은 2008년 이후 발표된 200개 이상의 논문을 종합 검토해 티핑 포인트를 당초 9개에서 16개로 늘렸다. 연구팀은 16개 티핑 포인트 중에서도 남극 대륙과 아마존 열대우림과 같이 전체 지구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핵심’ 티핑 포인트 9개, 지역적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지역 영향’ 티핑 포인트 7개로 구분했다.
연구팀은 16개 중에서 그린란드 빙상과 서남극 빙상, 열대 산호초, 아한대 영구동토층, 래브라도해(海) 대류 붕괴 등 5개 티핑 포인트는 이미 지금의 온도 상승 폭(산업화 이후 약 1.1도 상승)에서도 넘어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상승한다면 그린란드 빙상 등 4개 티핑 포인트 도달은 ‘일어날 수 있는 일(possible events)’에서 ‘일어날 것 같은(likely) 일’이 된다는 것이다. 또 북극 바렌츠해 바다 얼음 등 5개의 티핑 포인트는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새로 편입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50년 후 티핑 포인트 14개가 ‘위험’
여기에다 지구 기온이 2도 상승하면 아마존 열대우림과 사하라 사막 남쪽-서아프리카 몬순 등의 티핑 포인트도 위험해질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했다. 지금까지 세계 각국이 제시한 감축 목표만 보면 지구 기온이 2.6도까지 오를 전망인데, 이 수준이라면 13개의 티핑 포인트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향후 50~60년 후 16개 가운데 14개의 티핑 포인트가 한계 온도를 넘어설 것으로 연구팀은 예측했다.
연구팀은 또 “지구 시스템의 많은 티핑 포인트가 서로 연결돼 있는데, 티핑 포인트들 사이의 상호 작용은 한계 온도를 낮출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티핑 포인트는 폭포가 쏟아지는 것 같은 상호작용 탓에 예상보다 낮은 기온 상승에서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파리 기후협정 지켜도 안전하지 않다”
연구팀은 1.5도 목표를 달성하고 티핑 포인트 위험을 제한하려면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하고, 오는 2050년에는 ‘순 배출 제로(Net-Zero)’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순 배출 제로는 배출량을 최대한 억제하고, 어쩔 수 없이 배출해야 하는 양은 산림을 통해 흡수하거나 별도로 포집해서 땅속에 묻는 방식으로 해결해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양이 제로가 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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