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감독 차두리’의 질주

박린 2026. 7. 2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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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중 선수들을 독려하는 차두리 화성FC 감독. 선수들과 격의 없이 지내는 리더십으로 K리그 이달의 감독상을 받았다. [사진 화성FC]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던 지난달, 프로축구 K리그2 화성FC를 지휘하는 차두리(46) 감독은 ‘K리그 이달의 감독’에 선정됐다. 1부·2부리그를 통틀어 매달 단 한 명의 최고 지휘관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구단 공식 유튜브에 공개된 수상 축하 영상 속 분위기는 우리가 아는 감독과 선수의 관계가 아니었다. 수상 후 라커룸에 들어선 차 감독이 “물 뿌리면 죽는다 너”라며 엄포를 놓았지만, 선수들이 주저 없이 쏟아부은 얼음물을 기꺼이 뒤집어썼다. 이어 어린 선수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펄쩍펄쩍 뛰며 함께 노래를 불렀다. 누군가 “이달의 감독상 누구!”라고 외치자 선수들은 “차두리!”라고 환호했다, 차 감독은 “우리는 몇 연승!”이라고 소리치자 모두들 “3연승!”이라고 화답했다. 형제처럼 어우러진 진정한 한 팀이었고, 격의 없이 기쁨을 나누는 세련된 유럽식 축하 문화가 라커룸을 가득 채웠다.

라커룸에서 화성FC 선수 플라나를 격하게 안아주는 차두리 감독(가운데). [화성FC 유튜브]


화성FC는 지난해 기준 K리그 25개 구단 중 두 번째로 적은 운영비를 썼다. 그런데도 선수 시절 ‘차미네이터’라 불렸던 차두리의 화성은 뜨겁다. 많이 뛰고 강하게 압박해 공을 빼앗아 역습해 우당탕탕 골을 만들어내는 이른바 ‘두리볼’이다. 전술가이자 경쟁자인 이정효 수원 삼성 감독으로부터 “차 감독이 화성을 잘 만들었다”는 칭찬도 끌어냈다. 차 감독을 만나 꽃을 피운 베테랑 공격수 김병오(37)는 “유럽에서 경험했던 축구를 전수해 주는 사실상 유럽 감독”이라고 표현했다.

선수들이 감독을 위해 목숨이라도 바칠 듯한 기세다. 2020년 서울 오산고를 K리그 주니어 U18 우승으로 이끌 당시 그가 어린 선수들에게 해준 스피치가 차두리의 철학을 보여준다. “재밌게 해. 모르는 건 물어보고. 안 되는 건 계속해 봐. 지금 실수해도 돼.”

유명 축구 스타들이 유튜버나 예능인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시대지만, ‘축구 금수저’인 차두리는 오롯이 피치 위 지도자의 길에 몰두하고 있다. 차범근의 아들이자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임에도 그는 밑바닥부터 지도자 수업을 차근차근 거쳤다. 유스팀 감독, 국가대표팀 코치, 국제축구연맹(FIFA) TSG(기술연구그룹) 위원을 거쳤고, 독일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A라이센스를 취득했다.

차범근과 차두리 부자. 중앙포토


차범근의 아들로 태어난 건 자부심 가득한 훈장이자 벗어날 수 없는 굴레였다. 차두리가 독일 프로축구에서 뛰던 시절 몸에 센서를 부착하고 인터뷰한 적이 있다. 아버지 얘기를 할 때 센서가 움직였다.

차두리는 아버지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가 중도 경질된 뒤 대역죄인 취급을 받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한다. 그가 어릴 적 축구 기자를 꿈꾸며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2012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만난 차두리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 축구 인생을 경기에 비유하면 후반 40분 3-5로 지고 있다. 승리로 끝나는 건 아버지를 이기는 건데 불가능하다. 혼신의 힘을 다해 4-5를 만들면, 비록 지더라도 박수를 쳐주시지 않을까.”

‘선수 차두리’는 졌지만, ‘감독 차두리’는 아버지에게 6-5 대역전승을 거둘 가능성도 있다. 선수 시절 내내 ‘빛’만 본 아버지와 달리 차두리는 ‘어둠’도 익숙하다. 벤치의 설움과 2부리그 강등을 직접 겪어본 그는 선수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아는 형님’이다. 감독 2년 차 차두리가 이끄는 화성은 승격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한 6위에 올라 있다.

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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