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 바가지로 병 싹 낫는대"…1000년 이어진 '전설의 온천'
온천 여행② 물 좋은 고장 울진

자연 용출 온천 - 덕구온천

덕구온천 리조트 김재환 총지배인이 웃는 얼굴로 들려준 3월 울진 산불 때 일화다. 몰랐었다. 울진 산불을 덕구온천 온천수로 끈 줄은. 덕구온천이 어떤 온천인가. 우리나라에서 하나뿐인 자연 용출 온천이다. 땅속에서 끌어올린 온천이 아니라, 땅 위로 솟구치는 온천이다. 이 귀한 온천으로 산불을 껐단다. 온천이 사람을 치유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화마로부터도 구해줬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

덕구온천은 전국 579개 온천 중에서 유일한 용출 온천이자 국민보양온천이다. 보양온천은 행정안전부가 전국 온천 중에서 수질과 시설이 좋은 온천을 별도로 심사해 선정한 것으로, 덕구온천은 7번째로 지정됐다. 덕구온천은 리조트에서 약 4㎞ 떨어진 원탕에서 물을 받아서 쓴다. 지상에서 솟구칠 때 온천수의 온도는 42.4도, 리조트가 하루에 쓰는 온천수의 양은 약 2000톤이다. 온도도 높고 양도 많다. 덕구온천은 물을 데우지 않고, 다른 물을 섞지도 않는다. 온천수가 남아돌아 흘려보낸다.


덕구온천은 리조트 한 곳에서만 온천욕이 가능하다. 원탕에서 나오는 온천수를 독점해 사용하기 때문이다. 리조트는 호텔·콘도 같은 숙박시설은 물론이고, 워터파크 같은 물놀이 시설도 갖췄다. 대형 목욕탕에서 온몸을 지질 수도 있고, 수영복 입고 물놀이를 즐길 수도 있다. 독립된 공간에서 온천욕을 즐기는 가족탕도 따로 있다. 다양한 시설 덕분에 덕구온천은 지난 3년간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도 피해가 덜했다. 김재환 총지배인은 “2019년 입장객의 60%까지 떨어졌다가 점차 회복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행히도 산불이 리조트를 덮치진 않았지만, 리조트 주변은 피해가 있었다. 원래는 리조트에서 원탕까지 계곡을 따라 산책이 가능했으나 지금은 막혀 있다. 계곡을 따라 놓은 나무계단이 타 버렸기 때문이다. 내년 봄이나 돼야 길이 열릴 예정이다. 울진 산불 이재민 120여 명이 달포쯤 리조트에서 생활하기도 했었단다.
전설의 물 - 백암온천

너무 황당무계한가. 그럼 좀 더 분명한 증거를 인용한다. ‘한 움큼 물로도 묵은 병이 낫고/ 겨드랑이 날개 돋아 신선이 된다 하네/ 시와 술로 고질이 든 이내 몸/ 한번 가서 시원스럽게 씻어버리려네.’ 이 찬양의 문장은 조선 전기 문장가 서거정(1420∼1488)의 것이다. ‘백암산 아래에 온천이 있어/ 한 바가지 물로도 모든 병이 낫는다네/ 이제부터 자주 가 몸을 씻어서/ 이 늙은이 시병(詩病)을 고쳐야지’라고 노래했던 인물은 조선 중기 영의정까지 오른 이산해(1539∼1609)다.
최신 버전도 있다. 최근까지도 동해안 해녀들이 잠수병에 걸리면 백암에서 며칠 묵었다가 다시 물질을 나갔다고 한다. 백암온천에서 바다까지 얼추 10㎞ 거리다. 국내 온천은 일제강점기에 대부분 개발됐는데, 백암은 일제가 부산 해운대에서 온천을 개발하기 전인 1917년 온천장 영업을 개시했다. 백암온천의 수온은 45.9도이며, 라돈·수산화나트륨·불소·염화칼슘 등 각종 성분이 풍부한 온천수로 유명하다. 하나 더. 백암온천의 주소는 울진군 온정면 온정리다. 온정(溫井). 따뜻한 우물이 있는 마을이란 뜻이다.

효도 관광 일번지로 명성이 자자했던 전설의 온천이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한 피해는 극심했다. 백암온천지구에 온천탕이 여남은 곳 있는데, 지난 3년간 정상 영업을 거의 하지 못했다. 백암온천지구의 대표 온천장인 한화리조트 백암도 악전고투를 면치 못했다. 리조트를 열었다 닫았다 반복하다 올해부터는 휴일 없이 문을 열고 있으나, 250개 객실 중에서 120개만 운영 중이다. 주중에는 리조트에서 식사도 할 수 없다. 처음엔 손님이 없었고, 지금은 인력이 부족하다.


“백암온천이 어르신이 즐겨 찾는 온천이어서 피해가 제일 컸던 것 같습니다. 백암온천은 전통 목욕탕만 있고 워터파크 같은 물놀이 시설이 없으니 젊은 층도 외면했고요. 그래도 수질만큼은 여전합니다.”
한화리조트 백암 손영수 지배인의 말마따나 물은 여전히 좋았다. 잠깐 탕에 들어갔다가 나왔더니 온몸이 미끌미끌해졌다. 백암온천지구를 떠나려는데 ‘OO마을 노인회’ 현수막을 내건 전세 버스 두 대가 들어오고 있었다.
울진=글ㆍ사진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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