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2024년 안에 차세대 배터리 제조 기술인 ‘건식 전극(dry electrode)’ 공정을 본격 도입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생산 공정에서 원가를 최대 30% 절감할 수 있는 기술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이 기술의 상용화 시점을 2028년으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테슬라는 이를 무려 3년 이상 앞당기겠다고 나서며 다시 한 번 ‘파괴적 혁신자’의 면모를 드러냈습니다. 단순한 실험 수준이 아닌, 실제 차량에 적용 가능한 수준의 기술로 구체화되면서 전 세계 배터리 산업의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건식 전극, 생산비 1조 원 절감할 게임체인저
건식 전극 공정은 전통적인 습식 공정에서 필수적이던 용매 혼합·건조 단계를 생략하고, 가루 상태의 전극 재료를 고온·고압으로 압착해 직접 전극을 만드는 기술입니다. 이 방식은 공정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건조 설비와 용매 처리 비용을 없앨 수 있어 친환경성과 비용 효율성을 동시에 갖췄습니다. 테슬라는 이를 자사 4680 원통형 배터리에 적용할 계획이며, 이 배터리는 이미 사이버트럭 등 신차에 탑재되고 있는 핵심 부품입니다. 테슬라는 이 기술을 통해 연간 약 10억 달러(약 1조 4천억 원)의 생산비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7월부터는 실제 차량에 탑재해 실차 성능 검증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제조 방식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실험입니다.
품질·수율이 숙제… 양산 가능성엔 여전히 물음표
하지만 기술의 상업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업계의 회의적인 시선이 존재합니다. 건식 공정은 제조 조건이 까다롭고 균일한 품질을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대량 양산에 적합한 수율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실제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모두 아직 양산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으며, 고난도 공정에 대한 연구만 지속하고 있습니다. 테슬라 역시 현재 사이버트럭의 생산이 순탄하지 않은 상황으로, 패널 결함으로 인한 4만 6,000대 리콜 등 품질 안정화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선언이 ‘기술적 자신감’인지, 혹은 ‘전략적 압박’인지를 놓고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기존 배터리 생태계엔 위기와 기회 동시에
테슬라가 건식 전극 공정을 안정적으로 양산에 적용할 경우, 배터리 제조사와의 관계에도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현재 테슬라는 LG에너지솔루션, 파나소닉 등과 협력해 배터리를 조달하고 있지만, 자체 생산 비중을 늘리게 되면 외부 협력사의 공급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전극 소재를 공급하는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에는 오히려 기회가 열릴 수 있습니다. 테슬라의 생산 확대는 양극재, 분리막, 바인더 등 관련 소재 수요의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테슬라와 직거래 중인 일부 국내 소재 기업들은 향후 수출 확대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번 선언은 단순한 기술 발표를 넘어, 테슬라가 배터리 산업의 전체 밸류체인 주도권까지 장악하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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