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이 한국의 웹툰 플랫폼을 일본·미국 등 전 세계로 확장하는 방식은 '콘텐츠-창작자-이용자 증가 선순환 구조'를 현지에 이식하는 것이다. 네이버웹툰의 일본 플랫폼 라인망가는 카카오의 픽코마와 시장 순위를 앞다투며 일본에서 웹툰 시장을 개척했다. 일본은 '짱구는 못말려', '원피스', '슬램덩크' 등 세계적인 작품을 배출하며 만화·애니메이션 시장을 선도한 국가다. 이 때문에 여전히 종이 만화·소설책을 찾는 독자도 많은 편이다. 네이버웹툰은 콘텐츠 다양화, 인공지능(AI) 기반 콘텐츠 추천, 마케팅 강화 등으로 종이책에 익숙한 독자를 웹툰 플랫폼으로 끌어모았다.
김신배 라인디지털프론티어 대표는 12일 일본 도쿄 LDF오피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5월 라인망가가 경쟁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뒤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며 "네이버웹툰이 한국에서 한 것처럼 일본에서 다양한 웹툰 장르와 팬덤을 증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인디지털프론티어는 라인망가 플랫폼 운영사다. 김 대표는 "라인망가의 일본 웹툰 플랫폼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월 31%에서 올해 1월 51%로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콘텐츠-창작자-이용자 가치사슬'로 웹툰 생태계 구축
라인망가의 일본 사업 방식은 한국 네이버웹툰의 모습을 빼닮았다. 창작자가 플랫폼 안에 들어와 웹툰을 연재하고 이를 이용자가 유료로 소비하는 식이다. 플랫폼은 창작자와 수익을 공유해 더 많은 창작자가 생태계에 유입되도록 한다. 웹툰 플랫폼 생태계가 커질수록 콘텐츠 장르가 다양해져 더 많은 이용자가 몰린다. 또한 인기 웹툰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중요 지식재산권(IP)이 된다. 한국 웹툰 '유미의 세포들'을 활용한 제작상품(MD), 드라마, 영화가 나온 것처럼 IP 활용 수익까지 얻을 수 있다.
라인망가는 이러한 사업 구조를 일본에서 구현하기 위해 가장 먼저 웹툰 콘텐츠를 다양화했다. 2013년 일본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만화 단행본을 스캔해 디지털로 볼 수 있도록 한 서비스에 주력했다. 2022년부터는 플랫폼 안에서 단행본을 읽는 독자에게 연재형 웹툰을 제공했다. 주로 한국 작품을 번역해 공급하는 식이었다. 한국 웹툰 '입학용병'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모았듯이 일본 독자도 모바일 화면을 스크롤해 읽는 웹툰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라인망가는 일본 현지 스튜디오와 협력을 늘려 현지 작가의 콘텐츠 창작을 유도했다.
김 대표는 "글로벌 작품이 일본에 들어오고, 일본 작품을 다시 내보내며 라인망가 생태계를 더욱 공고히 했다"며 "일본에서 나온 수많은 웹툰 작품이 새로운 팬덤을 만들고 있어 '콘텐츠-이용자-창작자 증가 선순환 구조'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일례로 '신혈의 구세주', '선배는 남자아이' 등 일본 현지 작품은 각각 글로벌 5개, 7개 국가에서 연재되며 인기를 모았다.
'아시아의 디즈니' 목표…올해 일본서 웹툰 20편 영상화
김 대표는 라인망가의 성장 덕에 지난해 3분기 네이버웹툰 일본 매출액이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웹툰 사업 매출은 유료 콘텐츠·광고·IP사업에서 나온다. 이 중 IP사업은 주요 인기작품의 MD 제작, 영상화 등 부가 사업이다. 네이버웹툰 미국 법인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미국 증권 시장에 상장하며 ‘아시아의 디즈니’가 되겠다는 목표를 내건 이유도 IP사업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일환으로 라인망가가 영상화한 작품 수는 2022년 1개에서 2024년 12개로 증가했다. 또한 라인망가는 IP사업 확장의 일환으로 '넘버나인' 등 현지 스튜디오 지분 투자, 공동 제작 사례를 늘렸다.
올해 라인망가는 인기 웹툰 작품 20편의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선배는 남자아이' 극장판 애니메이션 등 주요 IP 영상물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이 작품은 라인망가의 아마추어 창작공간 '인디즈'에서 탄생해 영상화까지 이어져 일본 현지 작품이 독자적인 가치사슬을 만든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런 가치사슬을 늘려나가 일본 망가 시장을 더 키우겠다"고 덧붙였다.
라인망가의 경쟁 플랫폼은 증가 추세다. 최근 일본 통신사인 라쿠텐, 글로벌 빅테크인 아마존, 바이트댄스(틱톡 모회사)도 일본에서 웹툰 플랫폼을 내놓았다. 라인망가가 연재형 웹툰 서비스 시작 약 3년 만에 시장 우위를 차지한 것처럼 경쟁사도 짧은 시간에 괄목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관해 김 대표는 "일본 태생 플랫폼은 웹 기반"이라며 "라인망가가 모바일 환경에 비교적 최적화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라인망가는 한국의 우수한 작품을 지속해서 공급한다"며 빅테크 플랫폼과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도쿄(일본)= 윤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