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 아끼려면 휘발유차 보다는 전기차" 이말 뒤집혔다

이수기 2023. 2. 5.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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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리서치 회사인 앤더슨이코노믹그룹(AEG)은 최근 흥미로운 연구 보고서를 내놓았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중위 가격대(Mid-Priced Car) 자동차의 경우 기존 내연기관(ICE) 자동차 연료비가 전기차(EV) 연료비보다 더 저렴했다는 내용이다.

AEG에 따르면 내연기관차는 100마일(약 161㎞)당 연료비가 11.29달러(약 1만4100원)였던 반면, 가정에서 주로 충전하는 전기차는 100마일당 11.6달러(약 1만4476원)로 내연기관차 연료비가 31센트 더 저렴했다. 또 비슷한 급의 전기차 운전자가 연료 공급소에서 차량을 충전하는 비용(14.4달러)보다 3달러 이상 더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중 어떤 차가 더 경제적인지를 놓고, 소비자와 기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전기요금은 크게 치솟았지만, 국제 유가는 하반기 들어 안정되면서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서다.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보다 경제성이 뛰어난 것으로 조사된 건 18개월 만에 처음이다. AEG 측은 “유가 하락 덕에 내연기관차 운전자들은 전기차 운전자보다 사실상 비용 우위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주 서귀포시에 SK렌터카가 세운 전기차 충전 복합 시설인 에코라운지에서 충전 중인 전기차들. 카페 브랜드 테라로사가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민상 기자


사실 ‘전기차 vs 내연기관차’의 경제성 논쟁은 자동차 업계에선 비교적 자주 언급되던 주제다. 각국의 세금 제도와 전기차 구매 시 보조금, 그리고 전기요금과 유가 등 고차 방정식을 풀어야 하지만, 그래도 결국 ‘전기차의 경제성이 더 뛰어나다’는 방향으로 결론 내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이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유럽도 비슷한 형편이다. 이미 지난해 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동안 유럽의 전기차 소유자들은 내연기관차보다 저렴한 충전비를 누려왔지만, 전기료 급등 때문에 이런 차이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국내의 상황도 이들과 닮아가고 있다. 추가 전기요금 인상이 없을 경우 한국전력은 올해 약 18조원대 영업적자를 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GM, 엔진에 ‘이유 있는’ 1조 투자


완성차 업체들도 이미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미국 GM은 최근 6세대 V8 엔진 생산을 위해 미국 내 공장 4곳에 8억5400만 달러(약 1조66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V8 엔진은 수익성이 좋은 픽업트럭과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고성능 차량에 탑재되는 대형 엔진이다.

특히 엔진을 최종 조립하는 미시간주 플린트 공장에 투자액의 67.8%(5억7900만 달러)가 집중된다. 반면 이번 투자 계획에서 전기차 경쟁력 강화에 쓰이는 예산은 6400만 달러(약 800억원)에 그친다.

GM으로선 이유 있는 투자다. 전동화 전환이라는 큰 흐름에도 불구하고 캐시카우(Cash Cow·현금원)인 중·대형 내연기관차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이는 막대한 자금이 드는 전동화 과정을 견뎌내는 버팀목이 된다.

동시에 “전동화 전환에 대한 일자리 감소 우려”라는 노조의 불안도 달랠 수 있다. 참고로 GM은 ‘2035년 내연기관차 생산 전면 중단’이란 비전을 밝힌 바 있다. 일본 도요타 역시 미국 내 생산거점 4곳에 3억8300만 달러(약 4800억원)를 투입해 하이브리드차(HEV) 등의 엔진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편 현대차그룹은 2030년 323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해 판매량(약 684만4000대)을 기준으로 할 때, 판매 차량 두 대 중 한 대는 전기차인 셈이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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