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제 R&D 협력체 강화해야…서비스업 수출 확대 필요"

박재현 2024. 9. 2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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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 변화…'리스크의 원천' 돼
"R&D 협력체 강화…서비스업 수출 확대해야"

미래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비해 국제 연구개발(R&D) 협력체를 강화하고 서비스업 수출을 확대하는 등의 산업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글로벌 공급망으로 본 우리 경제 구조변화와 정책대응'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인식이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아닌 '리스크의 원천'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들어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국가 간 교역은 늘어나고, 선진국에서 자국 내 핵심 제조업 기반을 확충하는 등 지정학적 블록화와 지역화가 진행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는 ▲생산구조가 제조업에 치중돼 있고 ▲수출의존도가 높으며 ▲서비스 수출은 높은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성장세가 더디고 ▲일부 신산업을 중심으로 원자재 수입의 안정성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제조업 비중이 높은 편이다. 2020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내 제조업 비중은 2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4%의 두 배에 육박한다. 선진국 중 제조업 강국인 독일과 일본의 제조업 비중이 30% 내외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생산구조가 제조업에 치우쳐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제조업의 총산출 절반은 해외에서 소비되거나 해외생산에 중간재로 쓰이는 '직·간접 수출'이다. 총산출 내 직·간접 수출의 비율을 '수출익스포저'라 정의할 때 우리나라의 제조업 수출익스포저는 4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우리보다 제조업 비중이 높고 전 세계 제조업 생산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있지만 내수 규모가 커 제조업 수출익스포저 19%에 불과하다. 이는 우리 경제가 공급망 교란에 중국보다 더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별로 보면 전자, 화학, 석유정제업의 수출익스포저는 50%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적지별로 보면 중국으로의 직·간접 수출 비중은 2000년대를 거치면서 크게 상승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9년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으로의 직·간접 수출 비중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빠르게 상승했다.

한편 세계적인 서비스교역 확장세에 비해 우리나라의 서비스 수출은 성장세가 다소 더딘 편이다. 2010년 이후 우리나라의 서비스 수출 증가율은 연평균 4.6%로 글로벌 성장세(6.0%)를 하회하고 있다. 수출에서 서비스의 비중도 16% 내외로 글로벌 평균(25%)보다 낮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제조업 수출에서 서비스가 차지하는 부가가치는 2010년 14.6%에서 2020년 17.4%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핵심 광물 등 수입에 대한 위험성은 커졌다. 우리나라의 중간재 수입익스포저는 2011년부터 중간재 자립률이 높아지며 완만히 하락했지만 일본·중국·독일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다. 최근 이차전지 등 신산업에서 핵심 광물의 수입이 증가해 수입익스포저가 다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공급망 변화 '수출용 중간재 생산구조'에 영향 줄 듯

향후 글로벌 공급망 변화는 주로 수출용 중간재 생산구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간재 직·간접수출을 글로벌 공급망과 연계된 생산인 '수출연계생산'으로 정의하면 우리나라의 수출연계생산은 2000년대 큰 폭 성장한 뒤 2010년대 들어 증가세가 점차 완만해지고 있다. 수출연계생산은 연평균 GDP의 1.4%씩 줄며 2014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는데, 이는 상당 부분 '중국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생산구조 변화는 점차 우리나라 주요 수출 산업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여타 수출연계생산의 흐름을 보면 1990년대 가장 큰 수출산업인 섬유, 의복이 200년대부터 축소되고 철강·1차금속, 석유정제, 화학, 자동차 등 주요 수출산업들은 2010년대 초중반 정점을 맞이한 후 추세 전환했다. 대중국 수출연계생산에서 철강·1차금속, 화학, 자동차 등의 대중 수출연계생산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이미 둔화세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등 IT 제조업 공급망에서 미국, 일본과 함께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전방(upstream)에 참가하고 있다. 2020년 글로벌 IT 산업 부가가치에서 우리나라의 비중은 8%로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크다. 그러나 2018년경부터 IT 제조업에서 한국과 중국의 생산구조 변화는 우리나라 대중 수출에 하방 요인, 중국의 대(對)한국 수출엔 상방 요인이 되고 있다. 이는 중국이 기술변화를 통해 과거와 달리 우리나라에 중간재를 공급하는 역할이 강화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업종별로 보면 자동차는 지난 10년간 글로벌 공급망 내에서 수출연계생산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다만 앞으로는 전기차 전환으로 지위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는 전기차 핵심부품 중 하나인 배터리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으나 관련 광물·소재의 공급망이 취약하고 중국과의 경쟁도 치열하다. 전기차 제조의 투입구조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수입의존도가 높고, 높은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차량용 운영체계(OS) 분야의 성과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미래 공급망이 재편될 경우 중간재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가속되는 한편, 세계화의 속도는 지정학적 갈등의 전개와 기후 변화 대응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아랑 한은 조사국 거시분석팀장은 "우리나라의 산업 전략은 첨단 제조업에서의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국제적인 전략적 협력으로 수입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며 "서비스 수출 확대 전략은 제조업 내재서비스와 디지털 서비스라는 투 트랙으로 전개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급망으로의 전환도 가속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당국은 반도체 산업에서의 초격차 기술 선점을 위해 미국의 NSTC 등 국제 R&D 협력체에 적극 참여하고, 배터리·전기차 산업에선 ESG 기준에 맞춰 수입국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제조업과 서비스업, 내수와 수출의 경계가 흐려지는 상황에서 업종별 구분에 근거한 규제를 대폭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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