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안보회의 폐막… 美·中 내내 불꽃튀는 공방전

김상도 2023. 6. 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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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릴라 대화’ 연설 통해 대만해협, 블럭화 등 놓고 공방
美·加 군함 대만해협 통과에 中 군함 근접 항해 통해 위협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에 참석한 각국 국방장관들이 지난 3일 오찬을 함께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지난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시종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샹그릴라대화 참석을 계기로 관심을 모았던 미·중 국방장관 회담이 불발된 가운데 양측은 연설을 통해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격돌했다. 특히 양국이 거친 언사를 주고받는 와중에 대만해협에서는 군함의 근접 항행으로 또 다시 긴장국면이 연출됐다.


중국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은 4일 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의 새 안보 구상’이란 주제로 연설하며 “대만은 ‘중국의 대만’이며 어떤 외부세력의 개입과 간섭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만) 민진당 당국이 서양을 끼고 독립을 도모하려는 것과 외부세력이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억제하려는 것이 대만해협 현상변경의 가장 큰 골칫거리”라며 “감히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분열시키려 한다면 중국 군대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결연히 국가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수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 부장이 대만문제에 대한 입장을 강조한 것은 전날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의 연설과 미국·일본·호주 3개국 국방장관 공동성명에 대한 반박 성격을 띠고 있다.


오스틴 장관은 3일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리더십’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대만해협에서의 충돌은 치명적일 것”이라며 “글로벌 경제에 상상할 수 없는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동중국해와 관련해서는 “중국이 일본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며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에서 모든 국가가 자유롭게 항행, 작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 리처드 말스 호주 국방장관과 3자회담을 가진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중국이 일본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영유권분쟁을 벌이는 동·남중국해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대만해협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이에 발끈한 중국은 현지에서 별도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입장을 정면 반박했다. 징젠펑 중앙군사위원회 합동참모부 부참모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냉전이 지나간지 32년이 흘렀지만 미국은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나 양자 군사동맹 등 냉전의 잔재를 없애지 않고 오히려 ‘쿼드’(Quad) 등을 만들어 이데올로기로 진영을 나누고 대결을 부추기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리샹푸 중국 국방부장이 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이어 “미국 측의 대만 관련 발언은 사실을 무시하고 흑백을 뒤집는 것”이라며 “미국이 ‘대만 독립’ 분열 활동을 용인하고 다른 나라를 끌어들여 대만 문제에 개입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징 부참모장은 또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이야말로 긴장 국면의 진정한 추동자”라며 미국의 상시적인 ‘항행의 자유’ 작전 등이 남중국해에서 더 많은 안보 위험과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중이 샹그릴라대화에서 공방전을 벌이는 동안 대만해협에서는 군사적 긴장국면이 조성되기도 했다. 미 해군 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 정훈함(DDG-93)이 3일 캐나다 해군 호위함 HMCS몬트리올(FFH 336)과 함께 대만해협을 통과하자 중국은 해·공군 병력을 동원해 감시·경계 활동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중국 군함은 미 군함에 매우 근접한 거리까지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당시 중국 군함이 150야드(약 137m) 거리까지 접근해 안전하지 않은 기동을 했다면서 이는 공해에서의 안전 항행에 관한 ‘해상충돌 예방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미 국무부는 3일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4∼10일 중국과 뉴질랜드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크리튼브링크 차관보는 세라 베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대만 담당 선임국장과 베이징을 방문해 양자관계 주요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국무부는 전했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도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이 재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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