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꿇고 손 하늘로…세상 떠난 친구에 골 바친 래시퍼드
30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 웨일스와 경기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공격수 마커스 래시퍼드(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특별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0-0으로 맞선 후반 5분 페널티아크 왼쪽에서 프리킥을 감아 차 상대 팀 골대 오른쪽 상단 구석에 꽂는 원더골을 넣은 래시퍼드는 먼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 한참 동안 환호하던 그는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미소는 살라졌다. 대신 어두운 표정으로 두 팔을 들고 두 검지 손가락을 하늘로 세웠다. 이어 눈을 감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래시퍼드가 특별한 세리머니를 한 이유는 이틀 전 세상을 떤 친구 가필드 하워드를 위해서다. 래시퍼드는 경기 후 현지 취재진에게 "며칠 전 오랜 기간 암으로 투병하던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그는 정말 좋은 친구였고, 최고의 지원군이었다. 오늘 친구를 위해 골을 넣어 기쁘다"고 말했다. 래시퍼드는 대표팀 동료들에게 친구의 사망을 알리지 않았다. 홀로 가슴 아파하며 훈련했다. 다른 선수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서다.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은 "래시퍼드가 힘든 일을 겪은 것을 몰랐다. 오늘 경기는 래시퍼드에게 큰 도전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래시퍼드는 이날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2-0으로 앞선 후반 23분엔 후방에서 넘어온 공을 받아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뒤 직접 왼발 슈팅으로 쐐기골까지 넣었다. 멀티골을 기록한 래시퍼드의 활약을 앞세워 잉글랜드는 웨일스를 3-0으로 꺾었다. 경기 최우수선수(MVP)인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에도 선정됐다. 래시퍼드는 "난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엄청난 야망을 갖고 있다"며 "우리는 훨씬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잉글랜드는 다음 달 5일 아프리카의 복병 세네갈과의 16강전을 치른다. 중앙 수비수 칼리두 쿨리발리(31·첼시)가 이끄는 세네갈은 2002 한·일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월드컵 16강 무대를 밟았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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