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미디어 시청, 어떻게 적절히 제한할까? [이기나의 ‘이기는 육아’⑲]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TV 등을 접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고, 이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나친 미디어 사용 혹은 영상 노출은 아이의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학습마저도 태블릿 PC로 실시되고 있는 이 시대에, 어떻게 하면 아이의 미디어 사용을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을까.
When? 영상 노출에 적절한 연령은 언제?
세계보건기구(WHO)는 만2세 이하의 아이들에게, 미국 소아과학회(AAP)는 18개월 이하의 아이들에게 가능한 모든 미디어를 피할 것을 권장한다. 이 시기에는 실질적인 신체 활동과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달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임이 강조되고 있다.
이후 만 2세에서 4세 사이의 아이들에게는 하루의 1시간 이내의 미디어 사용이 적합한 것으로 권장되고 있으며, 수동적인 시청이 아닌 부모가 시청 내용을 설명하거나 해설을 제공하는 등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시청이 장려되고 있다.
How? 내 아이의 미디어 사용을 현명하게 관리하는 방법은?
① 미디어 사용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이 우선!
‘아이가 미디어를 통해 무엇을 얻게 돕고 싶은지?’ 혹은 ‘미디어를 제한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지?’를 부모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분명하게 설정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영상 시청을 금지하는 사회적 분위기나 전문가 의견을 맹목적으로 좇기만 한다면, 부모는 아이의 요구나 주변의 흐름에 따라 태도를 바꾸면서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필자의 경우, 미디어에 무분별하게 수동적으로 노출‘될’ 우려를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아이가 (부모가 읽어주는) 책을 보고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여 스스로 줄거리나 인상깊은 내용을 자신만의 말이나 행동으로 다시 표현할 수 있는 시기를 영상물 노출 가능 시기로 정하고 있다.
② 적절한 콘텐츠 선택과 부모의 감독이 중요!
아이의 연령이나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를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며, 미디어 사용을 시작한 초반에는 부모가 함께 시청하는 것이 좋다. 부모가 내용을 설명하거나 영상에 대해 함께 대화하면서, 아이가 미디어를 단순히 수동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학습이나 사회적 상호작용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등장인물의 행동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내용에 대한 아이의 생각 및 감정을 물어볼 수 있고, 아이의 실제 경험과 연관지어 이야기하거나 ‘만약에 ~했다면’이라는 식으로 상상력을 덧붙여 이야기해볼 수 있다.
③ 정해진 규칙을 통해 아이의 자기 조절 능력 키우기
하루 1시간 이내라는 틀 내에서 부모가 아이와 함께 하루에 미디어를 시청할 수 있는 시간과 원하는 미디어 활동 등을 미리 정해 규칙을 만드는 것이 좋다. 아이가 미디어 사용 시간 및 내용을 예측하고 계획하여 자신의 시간과 행동을 스스로 관리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④ 다양한 활동들 간의 균형 유지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이 ‘학습’으로 채워져 있다면 아이들은 손쉽게 즉각적으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영상이나 게임을 추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루의 1시간 이내의 미디어 사용 시간 외에, 신체 활동이나 창의적인 놀이 등 다른 유희적인 활동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처럼, 미디어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면 부모가 아이의 미디어 사용을 무조건 금지하기보다는, 아이가 슬기롭게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현명한 미디어 사용에는 아이의 조절력과 능동성이 관건인데, 아이가 학습 보조 도구든 재미든 어떤 목적에서, 얼마의 시간만큼, 어떤 경로 및 방식으로 미디어를 활용할지 스스로 선택하고 알맞게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외식할 때나 부모가 집안일을 할 때 아이가 영상물을 시청하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시청 전에 부모와 아이가 서로 사용 시간과 내용에 대해 미리 상의하고, 시청 도중이나 이후에 영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 실제 상호작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의 칼럼에서는 부모들이 미디어의 홍수로부터 이겨내어 단단하고 현명하게 균형을 유지하는 육아를 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이기나 플레이올라 원장 kina8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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