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에서 무신사로…100년 전통 ‘챔피온’ 새로운 전략은
무신사가 100년 역사를 지닌 글로벌 애슬레틱 브랜드 ‘챔피온’의 국내 독점유통을 맡는다. LF가 지난 4년간 챔피온을 운영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한 평가를 받은 가운데 무신사는 레트로 패션 트렌드를 앞세운 새 전략으로 브랜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3일 무신사는 이달 중순부터 온라인쇼핑몰에서 챔피온 제품 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무신사의 자회사인 무신사트레이딩이 지난 1일 어센틱브랜즈그룹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챔피온 의류와 액세서리의 국내 독점운영권을 확보한 데 따른 것이다. 무신사는 향후 자사 편집숍과 감도 높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브랜드를 전개할 예정이다.
1919년 미국에서 탄생한 챔피온은 스웻셔츠, 액티브웨어, 유니폼 등 스포츠 캐주얼 의류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1950~1970년대 운동복 유행을 선도했고 1980년대에는 힙합과 스트리트 패션의 상징적인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무신사가 독점유통으로 과거의 챔피온 열풍을 되살릴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챔피온은 1990년대 이후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부상하면서 입지가 약화됐지만, 최근 레트로와 Y2K(2000년대) 패션 열풍으로 다시 주목되고 있다.
그동안 챔피온을 운영했던 LF는 브랜드 관리 전략에서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2020년부터 4년간 국내에서 챔피온을 유통하며 10·20대를 주요 타깃으로 삼았지만, 주요 유통망을 백화점으로 택한 것이 한계로 지적됐다. 젊은 세대는 고가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백화점보다 온라인 플랫폼이나 오프라인 매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챔피온 브랜드의 주소비자층은 10대보다 20·30대 이상이 더 적합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들은 100년 브랜드 역사를 갖춘 레트로 패션의 향수를 이해하면서도 신선하고 힙한 스타일을 즐길 줄 아는 구매력 있는 소비층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맨투맨과 아우터 등이 10만~30만원대로 가성비를 중시하면서 최신 유행에 민감한 10대 취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챔피온 고객층은 단순히 최신 유행을 쫓기보다 브랜드의 역사, 품질, 디자인을 중시하는 이들이 많다”며 “LF는 닥스, 헤지스, 질스튜어트 등 클래식하고 세련된 브랜드 운영에서 강점을 보였지만 캐주얼 브랜드 경험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무신사는 연령대에 구애받지 않는 플랫폼으로 구매 접근성이 높아 챔피온의 입지를 키울 것으로 기대된다. 회사는 이미 레트로 패션 브랜드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디키즈와의 협업에서는 브랜드 철학을 반영해 서울 성수동에 오프라인 스토어를 열고 지역적 감성과 스토리를 더했다. 잔스포츠와는 편의점과 마트 콘셉트를 접목해 소비자들이 냉장고에서 가방을 꺼내 보는 색다른 공간경험을 제공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무신사가 리바이스나 에나반트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를 입점시키며 구매력 있는 20·30대 소비자를 겨냥하고 있다"면서 "온라인쇼핑에서 접점을 넓히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무신사는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도록 챔피언을 리브랜딩하고 다양한 마케팅과 유통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챔피온의 핵심 가치를 지키면서 더 많은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시킬 예정”이라며 “고객들에게 스포츠 브랜드로서의 진정성과 역사적인 이야기를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