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200억, 예산 70억 내' 군수 발언 논란, 군수는 "뭐가 문제?"
[이재환 기자]
▲ 지난 11일 김태흠 충남지사의 '예산군민과의 대화'에서 최재구 군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 예산군 제공 |
최재구 예산군수가 김태흠 충남도지사와의 친분을 강조하며 충남도의 '예산군 예산 배정' 문제를 거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 군수는 "예산군 발전을 위한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충남도지사 참석 행사에서 예산군수 "삽교역사, 내가 돈 없다고 했더니..."
▲ 최재구 예산군수 지난 11일 김태흠 지사가 충남 예산군을 방문했다. 최재구 군수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이재환 |
앞서 9월 11일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예산군 문예회관을 방문해 '군민과의 대화' 행사를 치렀다. 이날 행사에는 김태흠 충남지사 외에도 황선봉 전 예산군수, 방한일·주진하 충남도의원 등이 참석했다. 최재구 예산군수는 인사말을 통해 김태흠 지사를 치켜세웠다.
"(김태흠 도지사가) 예산군에 해준 것을 한번 상기해보라는 뜻에서 말씀드린다. 지사가 되고 얼마 안 돼서 저녁을 먹자고 해서 자리를 가졌다. 김 지사가 '내가 (충남도청이 있는 내포 신도시 인근) 용봉산에 올라가 봤는데 아파트 많은 곳은 홍성이고, 없는 데는 예산이더라'라고 말했다. 내포신도시 구조를 (예산과 홍성의) 5대 5로 바꾸려고 한다. 용역 결과는 거의 나왔다."
이어 최 군수는 객석을 향해 "김태흠 해보세요"라고 하자 객석에서는 '김태흠을 연호'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어지는 최 군수의 말이다.
"삽교역사, 서해전철역을 기억하시죠? (공사를 위해서) 271억이 들어가야 한다. 내가 돈 없다고 했더니 '야 인마, 내가(김태흠) 200억 낼 게, 너(최재구) 70억만 내' 그래서 진행하고 있다."
"도 예산이 친분으로 따오는 것이냐"
하지만 이날 최재구 군수의 발언에 대해 현장에 있었던 일부 예산 주민들은 "도 예산이 친분으로 따오는 것이냐"라며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라는 평가를 내놨다.
현장을 지켜본 A씨는 "도지사가 시·군에 집행할 수 있는 예산권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예산을 평가하는 절차가 있을 것"이라며 "지방 예산은 부의 재분배 기능도 하고 있다. 세금을 쓰는 문제는 상당히 신중해야 하고 절차에 따라서 진행돼야 한다. 친분이 있으면 예산 결정권까지도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인가. 발언 자체가 부적절해 보였다"라고 비판했다.
상황을 설명하면서 나온 '야 인마'와 같은 표현의 사용에 대해서도 A씨는 "군수는 군민이 선택한 사람"이라며 "(군수가 다수의) 군민들이 있는 자리에서 비속어를 사용하는 것은 군민들을 낮잡아 보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 부분도 마음에 걸렸다"라고 덧붙였다.
B씨도 "예산군이 도 예산을 많이 가져올 수록 도내 다른 시·군의 예산이 줄어들 수도 있을 텐데, 그게 그렇게 자랑스러운 일인가 싶었다"라고 짚었다.
최 군수의 11일 발언에 대해 지역 정치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선구 예산군 의원은 "예산군 의원의 입장에서는 지방비(군비) 부담이 줄기 때문에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만약 충남도의회의 의견을 묻지 않고 관련 예산을 집행한다면 도의원들의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을 것 같다"라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조철기 더불어민주당 충남도의원은 1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최 군수가 (군민 앞에서) 김태흠 지사와 친분이 있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 지난 11일 김태흠 충남지사가 예산군을 방문했다. |
ⓒ 예산군청 홈페이지 갈무리 |
이어 "식사 자리에서 (예산이) 결정이 난 것처럼 몰고가서는 안 된다. 김태흠 지사가 예산군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예산 편성은 절차대로 진행됐다는 뜻인가'라는 질문에 최 군수는 "그렇다"고 답했다.
'야 인마' 같은 표현의 사용에 대해서도 최 군수는 "그것은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예산군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도에서 더 많을 것을 얻어 내는 것이 군수로서의 내 역할이고 임무"라며 "친근감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몇몇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2022년 9월 최재구 군수는 '예산군민과의 대화' 자리에서 "30여 년 전부터 (김태흠 지사와) 인연을 맺고 지금까지 호형호제하며 지내고 있다. 도지사와 군수로 만나게 돼 더욱 행복하고 든든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충남도 "예산 결정, 흥정하듯 되지 않아... 군수, 앞뒤 충분히 안 한 듯"
충남도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서해선 삽교역사는 현재 지방비로 추진하고 있다. 충남도비 200억 원, 예산군 70억 원가량이 투입된다"며 "사업은 철도공단에서 진행하고 있고 사업은 완료 단계에 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 군수가 전후 진행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잘라서 말씀하다보니 듣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오해를 할 수도 있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방비 원인자 부담으로 진행하겠다는 내용으로 기획재정부, 충남도, 예산군이 민선 7기인 2021년부터 사업비 분담 비율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면서 "민선 8기(김태흠 지사)에서 갑자기 결정된 문제가 아니다. 김 지사와 최 군수가 흥정하듯이 갑자기 결정한 것이 아니다. 행정절차가 그렇게 즉흥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예산군과 충남도는 2023년 1월 17일 '서해선복선전철 삽교역(가칭) 신설사업 사업비 분담협약'을 맺고 사업비를 7:3(도7, 군3) 규모로 분담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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