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초승달'이 떴나, '초생달'이 떴나?
둥그렇고 커다란 보름달이 떠오른 한가위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보름이 훌쩍 지나 초승달이 떠올랐다. 초승달은 음력 초하루부터 며칠 동안 보이는 달로, 초저녁에 잠깐 서쪽 지평선 부근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초승달’을 ‘초생달’이라고 부르는 이가 적지 않다.
그달의 초하루, 즉 시작 지점부터 뜨는 달이기 때문에 의미 그대로 ‘처음 초(初)’자에 ‘생겨날 생(生)’자를 붙인 ‘초생(初生)+달(月)’이 맞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초생달’은 바른 표현이 아니다.
음력으로 그달 초하루부터 처음 며칠 동안을 가리키는 말은 ‘초승’이다. “큰집은 초승께면 새배꾼들로 항상 북적였다” 등처럼 쓰인다. 여기에 ‘달’이 붙어 만들어진 합성어가 바로 ‘초승달’이다.
‘초승’은 원래 ‘초생(初生)’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초생’이 변화해 ‘초승’이 됐다. ‘초승달’ 말고도 이처럼 ‘생(生)’이 다른 글자와 결합하는 경우 ‘승’으로 바뀐 사례가 있다. ‘이승’과 ‘저승’이 바로 그러한 예다.
‘이승’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을, ‘저승’은 사람이 죽은 뒤에 그 혼이 가서 산다고 하는 세상을 뜻한다. ‘세상’을 의미하는 한자 ‘生’이 지시대명사 ‘이/저’와 결합해 생겨난 말이 ‘이승’과 ‘저승’인 셈이다.
정리하면 ‘초승달’ ‘이승’ ‘저승’은 모두 ‘생겨날 생(生)’자가 붙어 만들어진 말이지만 현재 ‘생’으로 쓰지는 않는다. 모두 ‘승’으로 쓰는 게 바른 표현이다. 즉 ‘초생달’ ‘이생’ ‘저생’은 표준어가 아니므로 ‘초승달’ ‘이승’ ‘저승’이라 해야 한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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