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190cm가 넘는 키는 배우들에게 부담으로 여겨졌다. 화면에 잡히기 힘들고, 상대 배우와의 키 차이가 지나치게 커 몰입감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몇몇 배우들은 프로필 키를 189cm로 낮추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2024년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서 변우석과 김혜윤이 무려 30cm 가까운 키 차이를 두고도 완벽한 케미스트리를 보여주면서, ‘문짝남’이라 불리는 초장신 배우들이 대세로 떠오른 것이다. 김혜윤이 나무 거치대를 밟고 촬영을 이어갔다는 비하인드 스토리조차 작품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이제 ‘190cm는 너무 크다’는 인식은 옛말이 됐다. 지금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새로운 풍경을 열고 있는 대세 문짝남 배우들을 살펴봤다.
변우석 - 190cm

현재 ‘문짝남’ 열풍을 대표하는 배우는 단연 변우석이다. 190cm가 넘는 큰 키와 모델 출신다운 비주얼로 데뷔 초부터 주목받았지만, 배우로 자리 잡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영화 <20세기 소녀>(2022)와 <소울메이트>(2023), 드라마 <청춘기록>(2020)과 <힘쎈여자 강남순>(2023)에서 조연으로 차근차근 입지를 다졌으나, 주연으로 이름을 알린 작품은 2024년 tvN <선재 업고 튀어>였다. 수영선수 출신 톱스타 류선재 역을 맡아 압도적인 피지컬과 아우라로 캐릭터와 완벽히 겹쳐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파트너 김혜윤과의 30cm 키 차이는 오히려 설렘 포인트가 되어 시청자들의 ‘심쿵’을 유발했다. 김혜윤이 촬영장에서 거치대를 밟아야 할 정도였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두 사람의 케미를 더욱 빛나게 했다.

변우석은 과거 방송인 홍석천에게 큰 키 때문에 배우로 나아가길 망설였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하지만 ‘류선재’라는 인생 캐릭터를 만나 오히려 그 키가 가장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종영 후 그는 “이제는 시청자들이 큰 키를 부담스럽게 보지 않는 것 같아 다행이다”라며 “덕분에 연기를 더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지금의 변우석은 단순히 키 큰 배우가 아닌, 대세 로맨스 남주로 자리잡은 상징적인 ‘문짝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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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민 - 190cm

차세대 문짝남으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배우는 190cm의 이채민이다. 부모님 모두 장신이었고, 중학생 때 이미 187cm에 달했다고 알려져 큰 키는 숙명이었다. 농구와 수영을 즐기며 자연스럽게 키가 더 자랐다는 그는, 2023년 tvN <일타 스캔들>에서 모범생 이선재 역으로 첫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넷플릭스 오리지널 <하이라키>(2024)를 거쳐 MBC 드라마 <바니와 오빠들>(2025)에서 주연으로 활약하며 가능성을 키웠고, 2025년 tvN 사극 <폭군의 셰프>에서 마침내 대세 배우 반열에 올랐다. 작품에서 절대 미각을 지닌 폭군 연희군 ‘이헌’ 역을 맡아 로맨스와 코미디, 액션을 오가며 안정된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갑작스럽게 투입된 상황에서도 승마, 활쏘기, 처용무 등을 단기간에 완벽히 습득해 현장의 찬사를 받았다. 임윤아는 “짧은 준비 기간에도 모든 걸 갖추고 왔다”며 감탄했고, 장태유 감독은 “언제든 촬영에 투입될 수 있을 만큼 준비된 배우”라고 평했다. 시청률은 최고 15.8%까지 치솟았고, 배우 브랜드 평판 1위에 오르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종영을 앞두고 무려 30편의 차기작 대본이 쏟아졌다는 사실은 이채민의 위상을 방증한다. 이제 그는 키 큰 신예를 넘어, 차세대 ‘믿고 보는 배우’로 도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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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운 - 190cm

SF9 출신 배우 로운 역시 190cm를 훌쩍 넘는 대표 문짝남이다. 데뷔 초에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189cm로 프로필을 기재했지만, 실제 건강검진 결과 190cm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너무 크다’는 인식 때문에 오히려 키를 숨겼던 과거는 지금과 대조적이다. 송현욱 PD는 KBS2 드라마 <연모>(2021) 캐스팅 당시 “로운의 키에 맞춰 다른 남자 배우들을 뽑았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피지컬은 작품에 큰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로운은 사극에 강한 배우다. <연모>, <혼례대첩>(2022), 그리고 곧 공개될 디즈니+ 사극 <탁류>까지 굵직한 시대극에서 연이어 주연을 맡았다.

로운은 인터뷰에서 “일부러 사극을 고른 건 아니지만, 강렬한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밝힌 바 있다. MBC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2019)에서는 순정만화 속 남주 캐릭터를, <내일>(2022)에서는 독립군을 연기하며 시대극과 현대극을 넘나드는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긴 팔다리와 조각 같은 비율은 전통의상에서도 이질감 없이 어울려 ‘사극에 최적화된 배우’라는 평가를 얻었다. 큰 키가 오히려 무기이자 상징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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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함 - 193cm

193cm로 알려진 박서함은 한국 아이돌 출신 배우 중 가장 큰 키를 가진 인물이다. 초반에는 부담을 덜기 위해 프로필에 189cm로 기재했으나, 실제로는 193cm라는 사실을 직접 인정하기도 했다. 이후 다시 배우 활동을 시작하며 “시선 차이가 크다”며 189cm라고 답하기도 했는데, 이는 그만큼 초장신 배우들이 겪어야 했던 부담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지금은 ‘장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서함은 tvN D 웹드라마 <필수연애교양>(2019), BL 장르의 대표작 왓챠 <시맨틱 에러>(2022) 등으로 차근차근 입지를 다졌다. 그리고 디즈니+ 사극 <탁류>에서 포도청 종사관 정천 역으로 첫 사극 도전에 나선다. 정천은 청렴하고 올곧은 인물로, 어린 시절부터 나라를 꿈꾸던 인재가 부패한 현실과 맞닥뜨리며 성장하는 서사를 그린다. 큰 키와 곧은 이미지가 캐릭터와 맞아떨어져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다.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를 넘어 초장신 배우 특유의 존재감을 무기로 삼는 박서함은, 이제 사극까지 영역을 넓히며 문짝남 대열에서 뚜렷한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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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민 - 191cm

2000년생 문상민은 차세대 문짝남 중 가장 눈에 띄는 라이징 스타다. 190cm의 큰 키와 반듯한 외모, 저음의 목소리까지 갖춘 그는 2019년 웹드라마 <크리스마스가 싫은 네 가지 이유>로 데뷔했다. 이후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 네임>(2021), TVING 시리즈 <방과 후 전쟁활동>(2023)을 통해 연기 경험을 쌓으며 존재감을 키웠다.

대중적으로 주목받은 작품은 tvN 드라마 <슈룹>(2022)이었다. 김혜수의 아들 성남대군 역을 맡아 안정된 연기와 압도적인 비주얼로 단숨에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후 tvN 드라마 <웨딩 임파서블>에서는 전종서와 호흡을 맞추며 성숙한 로맨스 연기를 선보여 배우로서의 성장을 입증했다. 깊은 눈빛과 안정된 발성에 더해 신인다운 성실함까지 갖춰 업계 관계자들의 기대도 크다. 그가 ‘문짝남’의 전성기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손꼽히는 이유다.
나우무비 에디터 썸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