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아기만 울어'의 반전…76일 아기 사망 뒤늦게 추가된 혐의 [사건추적]

안대훈 2023. 3. 1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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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두 달 만에 '영양실조'로 숨진 아기. [JTBC 캡처]

경남 창원에서 ‘영양실조’로 숨진 생후 76일 된 아기의 20대 친모가 최근 구속됐다. 뒤늦게 아동학대치사 혐의가 더해지면서다. 경찰은 그간 유기방임 혐의만 적용했었다. 이 때문에 경찰수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냔 비판이 나온다. 아동학대치사죄 형량은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인 반면, 유기방임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그친다.


“숨을 안 쉰다”…체중 2.5㎏ 아기


사건은 1년 전 발생했다. 17일 경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3월 27일 오전 9시20분쯤 “아기가 숨을 안 쉰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경남의 한 빌라에서 아기 엄마 A씨(20대)가 한 신고였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는 심정지 상태인 아기를 발견, 병원에 옮겼지만 결국 숨졌다.

당시 출동한 구급대원이 ‘뼈밖에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아기는 말라 있었다. 실제 몸무게는 2.5㎏가량이다. 생후 두 달째인 정상 여아 몸무게(3.98~6.87㎏)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출생 당시 체중(2.7㎏)보다 오히려 줄었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3개월 후 나온 부검 결과상 사인은 ‘영양결핍’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아동학대 수사에 착수했다.

생후 두 달 만에 '영양실조'로 숨진 아기의 몸무게는 2.5kg으로 정상의 절반에 불과했다. [JTBC 캡처]

“고의성 없다”…경찰 ‘아동학대치사 무혐의’ 판단


수사 과정에서 아기가 숨지기 전 며칠 동안 먹은 분유를 게워내는 등 건강에 이상이 있음이 확인됐다. 2주 전부터는 분유량도 보통 아기가 먹는 200㎖에서 절반 수준인 100㎖에 줄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보호자인 A씨는 아기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그는 미혼모였다. 아기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병원 진료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기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병원치료를 하지 않은 점 등을 시인했다. 다만 “아기를 혼자 두지 않고 데리고 다녔다”, “양육 경험이 부족해 사망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A씨 진술을 토대로 수사 착수 4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말 아동학대(유기방임) 혐의로 그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아기를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의) 고의성은 없었다”고 판단, 아동학대치사 혐의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했다. A씨가 아기에게 별도의 물리적 폭행을 가한 흔적이 없었던 점도 고려했다.

이동통신사 중계기. 이 사건과 관련 없는 자료 사진. [중앙포토]

5개월 만에 뒤집혀…기지국 확인해보니


하지만 이 판단은 5개월 만에 뒤집혔다. 지난해 11월 초 검찰의 보완수사 지시로 경찰이 추가 수사에 나서면서다. 당시 검찰은 ‘아기가 밤에 혼자 울더라’는 참고인 진술에 주목, 이 부분을 더 확인할 것을 지시했다.

이후에야 경찰은 “아기를 혼자 놔두고 밖에 돌아다니더라”는 취지의 주변인 진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수사 초기 “아기를 데리고 다녔다”는 A씨 진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자주, 장시간 집 비운 것으로 의심


이를 바탕으로 경찰은 A씨 휴대전화의 기지국 위치를 조사했다. 그 결과, A씨는 1주일에 3~4번씩 한 번에 4~6시간가량 집을 비웠다. 경찰은 A씨가 숨진 아기를 집에 자주, 장시간 방치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A씨가 수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하자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지난 14일 붙잡았다. 이어 이틀 뒤 구속했다. A씨에게 유기방임에 아동학대치사 혐의까지 적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초기) 주변인들이 출석에 잘 응하지 않아 진술 확보가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기지국 위치 확인 결과, 단순 방임이라고 하기엔 잦아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하게 됐다”며 “초기 수사에서 일부 놓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창원=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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