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선택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정부 때문"

이경태 2024. 9. 2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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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가사돌봄노동자 연대회의' 출범... 임금미지급·인권 침해 등 시범사업 비판

[이경태, 이정민 기자]

▲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차별 중단 및 평등한 권리 보장"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 주최로 26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발족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차별 중단 및 평등한 권리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연대회의는 "서울시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으로 입국한 필리핀 이주 가사돌봄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였다는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100명의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중 2명이 숙소를 이탈하여 연락이 두절되었다"며 "이는 저임금과 차별, 불투명한 전망과 더불어 임금 지급조차 원활하지 않은 현실을 노동자들이 참아낼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 이정민
이주·여성·노동인권 31개 단체가 하나의 이름으로 모였다.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연대회의(아래 연대회의)', 서울시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으로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물론, 모든 이주 가사돌봄노동자들이 겪을 수 있는 차별을 막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 받게 하기 위한 단체다.

작년 8월 발족했던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이 전신이다. 시범사업을 저지한단 목표는 사라졌지만, 오히려 당시 제기했던 문제의식은 더욱 뚜렷해졌다. 최근 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이 연락두절 상태인 것이 확인되면서다(관련기사 : 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 무단이탈...낮은 임금 때문? https://omn.kr/2aa0y).

"저임금과 차별, 불투명한 전망과 더불어 임금지급조차 원활하지 않은 현실을 노동자들이 참아낼 이유가 없다"는, 앞서 연대회의가 시범사업 전 우려하고 경고했던 상황들이 그대로 현실화 된 것.

연대회의는 이날 "근로계약의 기본인 임금 지급도 제대로 되지 않자 이들이 미등록 체류자 신분을 감수하고 숙소를 떠난 것"인데도 정부 등은 임금체불 문제를 업계 관행 탓으로 돌리는 등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주노동자 차별할 수 있다는 메시지, 이번 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
▲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차별 중단 및 평등한 권리 보장"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 주최로 26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발족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차별 중단 및 평등한 권리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송은정 이주민센터친구 사무국장은 "초반부터 삐걱거리는 이 시범사업을 볼 때, 필리핀 가사노동자들에게 약속한 주30시간의 노동시간을 채워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주30시간을 일해도 최저임금 150만 원을 받아서 숙소비 등을 부담하고 나면 60~70만 원 정도만 버는데 주30시간을 제대로 못 채운다면 앞서 숙소를 떠난 2명처럼 미등록 체류 신분을 택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시법사업 기간이 6개월이기 때문에 이들은 더 초조할 수밖에 없다"고도 지적했다.

송 사무국장은 직무범위가 모호해 돌봄노동을 넘어 다른 가사노동에도 동원될 수 있다는 점,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에도 위배되는 현 주거 환경(1.45평의 1인실을 쓸 경우 45만 원, 1.96평의 2인실을 쓸 경우 39~42만 원을 지불해야 함) 등도 꼬집었다.

특히 "이번 시범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서울시와 정치권이 이주노동자는 차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체 국민들에게 계속 주고 있다는 점"이라며 "최저임금 적용제외를 지속적으로 주장하는데 이는 국제법·국내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일 뿐 아니라 인종차별, 반인권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배찬민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도 "입국 전부터 엄격한 자격인증을 요구받고 교육까지 모두 이수한 노동자가 그나마의 안전망을 벗어나 불법을 선택하게 만든 원인은 무엇이겠나"라면서 반문했다. 임금체불 등 당장 처한 현실도 버거운데 최저임금 적용예외 등 더 열악한 노동조건을 들이밀고 있는 우리 사회가 '압박'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필리핀공동체 '카사마코'에서 활동 중인 존스 갈랑 오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본인 대신 보낸 입장문을 통해 "한국과 필리핀 정부의 불확실성과 준비부족이 두 명의 가사노동자 이탈을 초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이들이 이탈한 것에 대해 필리핀공동체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고도 전했다. 입국 이후 그들의 월급이 축소되어야 하고 7개월 후에는 체류지위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뉴스가 많이 나왔기 때문에 가사관리사들의 불안을 자극했을 것이란 설명이었다.

그는 "이들은 자신이 만들지도 않은 제도의 피해자가 되었고 이제 범죄자화 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를 노동자로서, 인간으로서 대우해준다면 이주노동자들은 결코 이탈하거나 미등록체류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사업진행 모니터링하면서 노동자들의 조직화에 힘쓸 것"
▲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차별 중단 및 평등한 권리 보장"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 주최로 26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발족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차별 중단 및 평등한 권리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연대회의는 지난 8월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뿐 아니라 한국에 돌봄노동을 제공하는 모든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보장을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연대회의는 향후 정부의 사업 진행을 모니터링하면서 노동자들의 조직화에 힘쓸 것"이라며 "이주 가사돌봄노동자들이 머나먼 타국 땅에서 차별없이 노동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가고 있는 잘못된 길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개입하고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연대회의 측은 현재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에도 기댈 수 있고 상담할 수 있는 창구가 있다는 점을 알길 희망했다.

연대회의 측 관계자는 "다문화가족과 이주여성을 위한 다누리콜센터(1577-1366)로 연결하면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로도 연결된다. 언제든 연락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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