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도록 잡고 싶었다…호주 경찰, 47년 추적 살인 용의자 체포

그리스·호주 이중국적자 65세 남성 체포
1977년 여성 2명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

호주에서 대표적인 장기 미제사건으로 꼽히는 '이지 스트리트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호주 경찰의 집요한 추적 끝에 반세기 만에 붙잡혔다.

22일(현지시간) 안사(ANSA), AP 통신 등은 이탈리아 경찰이 지난 19일 로마의 피우미치노 국제공항에서 그리스와 호주 이중국적자인 65세 남성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1977년 1월 멜버른에서 살해된 수잔 암스트롱과 수전 발렛. [이미지출처=호주 빅토리아주 경찰 엑스(X·옛 트위터)]

이 남성은 1977년 1월 호주 멜버른 이지 스트리트의 한집에 살던 수잔 암스트롱(당시 28세)과 수전 발렛(당시 27세)을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동창 사이인 이들 여성은 살해된 지 사흘 만에 이웃에게 발견됐다. 당시 생후 16개월이었던 암스트롱의 아들은 다행히 무사했다.

호주 경찰은 범인의 DNA 자료를 확보한 뒤 130명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사건 해결에 실패했고, 사건 발생 후 22년이 지난 1999년에는 유력 용의자 8명을 상대로 DNA 검사를 했으나 이 역시 성과가 없었다.

하지만 호주 경찰은 포기하지 않았다. 2017년에는 주요 정보 제공자에게 100만 호주달러(약 9억원)의 포상금을 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집요한 수사 끝에 호주 경찰은 용의자 검거의 실마리를 찾았다. 경찰은 2017년 DNA 샘플 제출 요청을 거부하고 그리스로 도피한 한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년간 행적을 추적해왔다.

그리스는 살인 사건의 공소시효가 20년이라 이 남성이 범인이라고 해도 공소시효가 만료돼 처벌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달랐다. 이탈리아는 여러 명을 살해하거나 성범죄와 관련된 살인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없다. 이 남성이 그리스 밖으로 나가기만을 기다리던 호주 경찰은 출국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이탈리아 경찰과 공조를 통해 이 남성이 피우미치노 공항에 착륙한 직후 체포됐다.

한편 호주 경찰은 이탈리아 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는 등 이 남성을 송환하기 위한 법적 절차에 착수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