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정근식 서울교육감 당선 “제2의 한강 키울 것”
16일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서 민주진보 진영인 정근식 후보가 당선됐다. 이번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조희연 전 교육감의 ‘진보 교육 10년’이 명맥을 이어갈 전망이다.
정 당선인은 50.24%의 최종 득표율로 45.93%를 얻은 조전혁 후보를 4.31%포인트 차로 앞서 승리했다. 3위인 윤호상 후보의 득표율은 3.81%였다.
정 당선인은 “이번 선거는 말 그대로 위대한 서울 시민의 승리”라며 “교육의 미래를 선택하는 중요한 순간이며 서울 교육을 한 단계 진전시키는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작품처럼 치열한 역사의식과 문화예술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야말로 서울의 미래를 밝힐 열쇠”라며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창의력과 협력, 그리고 자율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앞서 조전혁 후보는 인의동 캠프를 찾아 결과에 승복한다는 뜻을 밝혔다. 굳은 표정으로 등장한 그는 “후회 없이 던졌던 선거였다”며 “내가 많이 부족했다. 죄송하다”고 말한 뒤 귀가했다.
1957년 출생인 정 당선인은 서울대 교수 출신이다. 서울대에서 사회학과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땄다. 조 전 교육감의 같은 학과 후배이기도 하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정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 진보 진영 단일 후보로 추대됐다. 강신만 전 전교조 부위원장, 홍제남 전 오류중 교장, 곽노현 전 교육감 등과 단일화 경쟁을 해 승리했다. 독자 출마했던 최보선 후보도 지난 12일 사퇴하고 정 당선인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개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승리를 낙담할 순 없었다. 보수 진영에서 12년 만에 단일 후보가 나온 데다, 다수 여론조사에서 진보·보수 양강 후보가 접전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세 번의 선거에서는 보수 후보가 난립하면서 조희연 전 교육감이 반사 이익을 얻었다. 정 당선인은 이날 오전에도 SNS에 글을 올려 “투표율이 너무 낮다. 바로 투표장에 나와달라. 한 표가 절실하다”고 했다.
혁신학교, 농촌유학…‘진보 10년’ 계승한다
정 당선인은 17일 취임해 2026년 6월 30일까지 임기를 수행한다. 전교조 교사를 특별 채용한 문제로 직을 상실한 조 전 교육감의 남은 임기다. 그는 ‘조희연표’ 진보 정책인 혁신학교와 학생인권조례 등을 계승할 계획이다. 서울 학생이 비수도권에 일정 기간 거주하며 학교에 다니는 농촌 유학 활성화도 공약했다.
기초학력 신장을 위한 학습진단치유센터도 설치될 전망이다. 각 교육지원청의 학습도움센터 기능을 확대해 기초학습과 미래형 학력 신장을 돕겠다는 계획이다. 정 당선인은 선거 기간에 “기초학력은 전국적으로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 내에서도 지역별 차이가 있기 때문에 특성에 맞는 진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역사 교육 강화할 듯 “독립운동 부교재 제작”
독립운동 역사 부교재 제작, 학생의 역사 해석 데이터베이스화 등도 추진할 방침이다. 그는 11일 후보자 토론회에서 “역사 과목은 교과목으로선 비중이 작지만, 학생들이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한 정체성 확립에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지형은 다시 ‘진보 우위’ 구도로 복귀했다. 당초 진보 성향이 9명, 보수 성향이 8명이었다가 조 전 교육감이 직을 잃어 8대 8 상황이 되면서 이번 선거에서 진영 구도가 유지될지가 또 다른 관전 포인트였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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