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울리는 수수료]①고객돈으로 2.4조 챙긴 증권사…이자는 고작 5965억
이달 중 TF 발족…산정 기준, 수수료율 공시 등 정비
금융감독원이 증권사의 예탁금 이용료율, 신용융자 이자율, 주식대여 수수료율 등의 지급 ·부과 산정 기준을 면밀히 들여다볼 방침이다. 은행이 예대차로 이익을 남기듯 증권사들도 이들 수수료(이자)로 과도한 '돈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일자 산정 기준과 공시 등을 정비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 발족을 서두르고 있다. 금감원은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이달 중 TF를 발족하고, 여기에 국내 증권사들도 참여시켜 이자·수수료율 부과·지급 관행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개선안을 도출하기로 했다.
국내 증권사, 4년간 예탁금으로 2조4670억 벌어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국내 증권사들은 고객이 맡긴 예탁금으로 2조4670억원을 벌었다. 이와 달리 이 기간 고객에게 지급한 이자는 5965억원에 그쳤다. 고객에게 수익금을 4분의 1만 돌려준 셈이다. 증권사가 챙긴 순수익은 무려 1조8000억원에 이르렀다.
고객이 증권사에 맡긴 예탁금은 한국증권금융에 전액 신탁 또는 예치한다. 한국증권금융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걸 국채·지방채, 금융회사가 지급 보증한 안정적인 채권에 투자해 수익금을 증권사에 배분하고 있다. 증권사는 예탁금 운용에 따른 별다른 위험 부담 없이 고객이 맡겨둔 예탁금을 한국증권금융에 신탁 또는 예탁하는 것만으로 안정적 이익을 거두는 것이다.
증권사의 '돈장사' 수단은 이뿐만 아니다. 신용융자 이자, 주식대여 수수료 등도 있다. 고객이 맡긴 돈에는 0%대 쥐꼬리 수준의 이자를 주면서, 고객이 빌린 돈에는 10%에 가까운 이자를 물린다. 주식대여도 마찬가지다. 주식을 빌릴 때 유독 개인 고객에게는 0%대의 낮은 수수료(이자)를 지급했다. 증권사가 이 모두를 임의대로 정할 수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이달 중 TF 발족해 개선안 도출
증권사의 이런 '돈장사'가 논란이 되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칼을 빼들었다. 수수료 꼼수 행위 등으로 배를 불리는 증권사들을 향해 '과도한 장사'를 그만하라고 경고했다. 단순히 엄포로 끝나지 않을 모양새다. 이달 중 TF를 발족할 예정이다. 17일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TF에는 증권사들도 참여하며, 대·중·소로 분류하는 방법 등으로 구성해 발족할 것"이라며 "구성이 끝나면 바로 킥오프 미팅 등을 진행하면서 개선안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과 함께 이 TF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금투협의 서유석 회장도 "업계(증권사)와 머리를 맞대 합리적인 산정 기준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며 "대표성을 띠는 증권사를 중심으로 TF 발족을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TF에 많은 증권사가 참여할 전망이다. 금감원의 주문이 강한 만큼,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하는 분위기라서다. 지난 2일 이복현 원장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와 가진 간담회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여실히 나타났다. 당시 비공개 회의에서 이 원장이 TF와 관련해 증권사들의 적극적인 개선을 요구했고,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이 신용융자 이자율 대폭 인하를 약속했다. 이어 다른 증권사 대표들 역시 인하 이행 의지를 보였다. 이 원장은 예탁금 이용료율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 달라고 주문했다. 증권사들이 이 문제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TF는 이달 중 발족할 전망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TF에서는 우선 예탁금 이용료율의 산정 기준을 개선하고 통일된 공시 기준을 논의한다. 이용료 점검 주기를 설정하고 공식 서식도 마련할 방침이다. 주식 대여 수수료율의 경우 증권사별, 투자자 유형별 수수료율 공시 방안을 검토한다. 신용융자 이자율에서는 금리 인하와 역행하는 문제를 점검해 개선 방안을 도출하고, 공시 강화 등의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금껏 방치한 당국…뒤늦게 관행 개선 의지
금감원은 예탁금 이용료율과 신용융자 이자율을 산정하는 기준이 기준금리 등 시장 상황 변동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보고 있다. 증권사들은 투자자 예탁금에는 아주 낮은 이용료를 지급하면서 주식투자 열기 속에 늘어난 신용거래에는 높은 이자를 붙이고 있다. 증권사기 편의에 맞춘 '고무줄' 기준이나 다름없다.
고객 예탁금 관련 문제는 계속 제기된 사안이다. 사실 지금까지 나 몰라라 방치한 감독당국 역시 책임을 회피하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금감원이 이번 TF 고삐를 바짝 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무소속)은 "증권사 수익은 고객 예탁금 규모가 크고 금리가 높을수록 유리한 구조인데 최근 금리가 오른 가운데 예탁금 규모 또한 많이 늘어나 증권사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다"고 지적했다.
높은 신용융자 이자도 도마에 오른다. 금감원의 이자장사 자제 압박이 있기 전까지 국내 증권사의 신용융자 이자율은 10%대에 달했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고객에게 증권을 담보로 일정 기간 자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방식의 거래다. 그런데 신용융자 이자율을 산정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속속 반영해 과도하게 높게 적용했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에 신용융자 이자율과 예탁금 이용료 중 무엇을 먼저 올릴지 따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지금까지 늘 신용융자 이자율이 먼저, 많이 올랐고 예탁금 이용료는 찔끔 올리는 시늉만 했다"고 지적했다.
주식대여 수수료에도 꼼수가 숨어 있다. 현재 국내 증권사들은 주식대여 수수료율을 공시하지 않는다. 이에 금감원은 투자자 보호가 취약하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같은 주식을 빌리면서 증권사가 개인과 기관·외국인에게 다른 수수료를 지급한다는 점이다. 물론 개인에게 유독 낮게 지급한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증권금융에서 저리로 돈을 빌려 고리의 신용융자를 제공하는 행태는 장사의 속성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고 쳐도, 시장 금리와는 너무 동떨어진 예탁금 이용료율이나 개인에게만 유독 낮은 주식대여 수수료 등은 투자자 보호 차원의 문제로 볼 수 있다"면서 "사실 지금까지 국가의 책무(금융소비자보호법 9조)를 등한시한 금융당국이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만큼 이번에는 제대로 고치려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돈 많아도 한남동 안살아"…연예인만 100명 산다는 김구라 신혼집 어디?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한 달에 150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어떻게 담뱃갑에서 뱀이 쏟아져?"…동물밀수에 한국도 무방비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가수 벤 "아이 낳고 6개월만에 이혼 결심…거짓말에 신뢰 무너져" - 아시아경제
- "10년간 손 안 씻어", "세균 존재 안해"…美 국방 내정자 과거 발언 - 아시아경제
- "무료나눔 옷장 가져간다던 커플, 다 부수고 주차장에 버리고 가" - 아시아경제
- 짧은 치마 입고 택시 타더니 벌러덩…中 누리꾼, 민폐다 vs 아니다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