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생존 건축가의 굴곡진 아메리칸드림...美오스카 10개 후보 휩쓴 '브루탈리스트'
美오스카 작품상 등 10부문 후보
홀로코스트 생존 건축가 예술혼에
반이민 트럼프 정권 비판 담아
AI 사용 논란에도 "영화적 교향곡" 호평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에 더해 지난달 미국 골든글로브 작품(드라마 부문)‧감독‧남우주연상(애드리언 브로디) 3관왕에 오른 화제작 ‘브루탈리스트’(감독 브래디 코베)가 12일 개봉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에서 생존해 1947년 미국으로 탈출해온 유대계 헝가리 건축가 라즐로 토스(애드리언 브로디)의 30년 전쟁 상흔을, 전후 트라우마 속에 탄생한 육중한 건축 양식 ‘브루탈리즘(Brutalism)’ 걸작에 응축해냈다. 내달 2일(현지시간) 열리는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감독‧각본‧남우주연‧여우조연‧남우조연‧음악‧미술‧촬영‧편집 등 10개 부문 후보를 휩쓴 유력 수상 후보다.
"영화적 교향곡…AI 튜닝은 거들 뿐" 옹호도

그런데 영화를 본 이들 사이에선 “AI 사용이 그렇게나 대수냐”(워싱턴포스트‧CNN)는 반문도 나온다. 영화는 종합예술이란 명제를 충실하게 입증해낸 이 “거대한 교향곡 같은 작품”(할리우드리포터)에서, 원어민 발음에 충실하기 위한 ‘AI 튜닝(조율)’은 빙산의 일각이란 옹호다.
영화는 나치가 폐쇄한 독일 예술학교 바우하우스 출신의 건축가 라즐로가 난민으로 전락한 뒤, 구원자처럼 다가온 미국 자본가 해리슨(가이 피어스)에게 또 다른 방식으로 짓빏히는 세월을 정교하게 그려낸다. 해리슨의 의뢰로 짓게 되는 초대형 문화 센터의 건축 과정과 함께 굴곡진 삶을 쌓아 나간다.
정교한 일대기에 실화 아냐? 7년 쏟은 70㎜ 필름 걸작
허구의 이야기지만, 마치 실존 건축가의 일대기처럼 생생하다. 2015년 베니스영화제 신인감독상 수상(‘더 차일드후드 오브 어 리더’)과 함께 주목 받은 브래디 코베(37) 감독이 작가인 아내 모나 파스트볼과 공동 각본까지 겸했다.

인터미션까지 미리 계산한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 미술감독 주디 베커가 감독들의 메모와 실존 건축물에 영감 받아 디자인한 라즐로의 작품들, 이런 건축을 폭넓은 시야각으로 담기 위해 할리우드에서 명맥이 끊겼던 와이드 스크린 포맷 ‘비스타비전(VistaVision)’을 서부극 ‘애꾸눈 잭’(1961) 이후 63년만에 부활시킨 70㎜ 필름 영상까지. 제작 기간이 7년에 달하는 이 현대판 고전의 제작비는 놀랍게도 1000만 달러(약 145억원), 할리우드에선 '조커 2'(2024) 같은 블록버스터의 20분의 1에 불과한 저예산 규모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교외에 세트를 지어 주무대인 20세기 중반 미국 펜실베니아를 구현했다.
트럼프 1기 정권 반이민, 브루탈리즘 혐오에 영감받아

전후 유럽 재건 과정에서 등장한 브루탈리즘은 거대한 노출 콘크리트 몸체와 장식보다 기능에 초점 맞춘 투박한 건물구조가 특징. 군수 물자 자재로 개발됐던 콘크리트‧철강을 생존을 위한 건축에 적용시킨 것으로, 흉측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코베 감독은 브루탈리즘을 향한 엇갈린 당시 시선을 전후 유럽 이민자들을 둘러싼 미국 사회 초상에 빗댔다. 할리우드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1950년대 브루탈리즘 건축물이 세워졌을 때 많은 사람이 즉시 철거하길 원했다”면서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미움받기 쉬운 브루탈리즘 건축물이 이민자의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감독 "트럼프, 히틀러 건축관 닮았죠"

배우 가이 피어스가 “록펠러와 살리에리 중간쯤”(롤링스톤 인터뷰 중)이라 묘사한 해리슨 캐릭터가 그런 권력자의 반영. 해리슨은 라즐로의 예술성을 알아보고 자신의 제국을 짓게 하지만, 동시에 그의 재능을 시기하고 소유하려 든다. 최고급 대리석을 구하러 단둘이 이탈리아로 떠난 어느 날, 해리슨은 라즐로에게 추악한 본성을 드러낸다. 예술가의 자존심을 굽힐 줄 모르는 라즐로를 모욕하고 폭력으로 굴복시킨다.
천장서 빛이 그린 십자가…포화 속 살아남은 예술혼

이런 주제를 유려하게 담아낸 영화 속 건축물도 큰 볼거리다. 영화 ‘캐롤’(2015)에서 20세기 중반 뉴욕을 감각적으로 구현했던 미술감독 베커가 아름다운 공간미학을 그려냈다. 매일 정오 햇살이 천장에서 십자가 형태의 빛으로 들이 치는 극 중 문화센터 예배당이 대표적이다. 베커가 자신이 살던 뉴욕 유대교 회당인 시너고그가 다윗의 별을 꼭대기에 달고 있던 것에 착안해 만들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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