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팩 1세대’서 ‘하이드로겔 명가’로 변신 [K뷰티 숨은 거인]
중국 특수가 끝난 후 한동안 침체일로를 겪은 회사가 있다. 적자에 직원을 내보냈어야 할 정도였다. 거의 바닥을 다지다시피한 2018년 이후 회사 체질은 확 달라졌다. 매출액은 지난해 1500억원에 육박하면서 7년 새 2.5배 늘었고 영업이익은 32배 뛰었다. 연평균 영업이익 성장률은 77%에 달한다. 올해 매출액은 1800억~2000억원 수준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일반인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화장품 ODM(외주생산) 기업 이미인 성적표다.

‘오클루시브 효과’ 선구안
이미인 역사는 2006년 창업자 김주원 부회장 선구안에서 시작됐다. 1993년부터 2006년까지 13년간 아모레퍼시픽 기초 스킨케어 연구소에서 근무했던 김 부회장은 일본 시세이도와 가오 등에서 시트에 에센스가 90% 이상 담긴 ‘부직포 시트형 마스크’를 처음 선보인 점에 주목했다.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시장을 조사하고 국내에서 시험을 진행한 결과 밀폐 효과인 ‘오클루시브 효과’ 덕분에 유효성분 피부 흡수율이 3배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마스크팩 시장은 바르고 굳힌 뒤 떼어내는 ‘필오프형’이나 크림처럼 도포하는 ‘워시오프형’이 주를 이뤘으나 효능과 사용 편의성 모두에서 한계가 뚜렷했다. 시트 마스크는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으로 취급받던 시절이었지만 김 부회장은 간편하고 효과적인 스킨케어 수요가 커질 것으로 확신해 2006년 독립, 마스크팩 ODM 사업에 뛰어들었다. 국내 시트 마스크 토종 생산 1세대 기업인 이미인 출발이다.
부직포 시트 마스크라는 낯선 제품군을 한국에 정착시킨 1세대 마스크팩 ODM 기업 이미인은 사모펀드(PEF) IMM인베스트먼트 투자 유치 이후 체질을 개선해 K뷰티 인디 브랜드 핵심 파트너로 부상했다. 기존 시트 마스크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하이드로겔과 기초 스킨케어 영역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과감히 확장한 선택이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2025년 기준 이미인 기초 제품군과 하이드로겔 제품군은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하며 회사 핵심 성장 축으로 자리 잡았다.
사명인 ‘이미인(利美人)’에는 ‘사람에게 이로운 아름다움’을 완성하겠다는 기업 철학이 담겨 있다. 단순히 외형을 변화시키는 단계를 넘어 피부 본연 건강과 기능을 극대화해 탄력과 균형을 회복하도록 돕겠다는 의미다.

떡의 쫀득한 질감 착안 마스크팩 대박
K뷰티 시장은 지난 10년간 수많은 부침이 있었다. 특히 마스크팩 제조 시장은 2010년대 중반만 해도 중국 특수로 공장이 쉴 틈 없이 돌아갔다. 그러다 중국의 한한령 여파, 코로나19 창궐 등 악재에 노출되며 각 업체 매출이 급강하하기도 했다. 그런 여러 위기에도 불구, 이미인은 계속 혁신 제품을 내며 차별화에 성공, 지금의 위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우선 하이드로겔 특화 기술력과 품질 관리를 꼽을 수 있다. 최근 글로벌 셀럽(유명인) 사이에서 아이패치로 피부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프로 셀프케어’ 바람이 불고 있는데, 아마존 등에서 판매되는 유명 하이드로겔 아이패치 상당수가 이미인 생산라인을 거친다. 하이드로겔은 물을 분산 매체로 사용해 설계 난도가 높고 초기 생산 수율이 낮은 까다로운 제형이다. 하지만 이미인은 오랜 연구를 통해 평균 50% 이상 안정적인 생산 수율을 확보했다.
떡의 쫀득한 질감에서 착안한 ‘젤 탄성 제어 기술’을 적용한 ‘말랑콩떡 젤리 절편 패치’는 아시아 최대 뷰티 전시회 ‘코스모팩 아시아’ 스킨케어 제형 부문 파이널리스트에 유일한 한국 기업 제품으로 선정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대량 생산에 치중하는 대형 ODM과 달리 이미인은 공정 설계 단계부터 원료, 품질 데이터를 관리하는 ‘품질 기반 생산 시스템’을 고집하며 배치 품질 편차를 최소화한다.
인디 브랜드 맞춤형 ‘제형 차별화’ 전략도 먹혔다. K뷰티 중심이 대기업에서 인디 브랜드로 넘어가는 시장 변화를 읽고 기민하게 대응했다. 대형 ODM 기업은 대량 생산을 위해 하나의 탱크에서 동일한 원료를 생산한 뒤 향이나 일부 부원료만 달리해 여러 브랜드에 공급한다. 하지만 브랜드 정체성이 생명인 인디 브랜드에 이런 방식은 매력이 떨어진다. 이미인은 대형사가 쉽게 대응하지 못하는 ‘차별화 제형 개발’ 전략을 택했다. 최소 주문 수량(MOQ) 기준이 높아 대형사가 꺼리는 초기 브랜드나 빠른 출시를 요하는 브랜드와 유연하게 협업하며 K-인디 브랜드의 우군이 됐다.
마지막으로 창업자와 PEF가 빚어낸 ‘협업 리더십’ 시너지도 무시 못한다. 사모펀드 인수 후 겪는 흔한 성장통 대신 이미인은 사업 구조 개선을 이뤘다. 2018년부터 창업자인 김주원 부회장과 IMM인베스트먼트가 선임한 박정완 대표가 공동 경영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김 부회장이 기술과 품질 방향성을 지키고 박 대표가 조직과 설비, 고객 기반 확장을 설계하는 식의 호흡이 맞아들어가면서 2019년 163명이던 직원은 지난해 361명으로, 고객사는 209개에서 273개로 급증했다. 대기업 위주였던 고객군도 국내 인디, 해외 고급 상표, 글로벌 유통 업체 PB로 다변화했다.

글로벌 권역별 맞춤화·스케일업 숙제
과제는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권역별 맞춤형 ‘기후적응형 뷰티’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미인 뷰티 트렌드 랩에 따르면 아시아는 자외선 차단과 미백, 유럽은 광노화 대비 노화 방지, 북미는 냉난방에 따른 수분 유지 등 기후에 따라 수요가 갈린다. 이에 대응해 외부 스트레스 요인에 즉각 반응하는 ‘반응형 스킨케어’ 라인업을 권역별로 안착시키는 일이 향후 해외 진출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현재 40% 수준인 해외 수출 비중(북미·아시아·유럽)을 중동, 남미 등으로 늘려야 하는 숙제도 안았다. 글로벌 흐름인 친환경 수요에 맞춰 일본 소재 대기업 A사와 셀룰로오스 기반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공동 제품 개발을 이어가며 지속가능성 역량도 입증해야 한다.
더불어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할 설비 확장도 필요하다. 이미인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제2공장 증설을 추진 중이다. 생산·제조·물류 전반에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연간 5억개 규모 생산 체계를 갖추고 기존 대비 7배 늘어난 스킨케어 라인을 통해 ‘매출 5000억원’을 소화할 인프라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미인 목표는 대형 ODM사의 체계적인 ‘시스템’과 스타트업의 ‘민첩성’을 동시에 갖춰 국내 ODM 업계 5위권에 진입하는 일이다. 시장 안팎에서 기대하는 기업공개(IPO) 역시 덩치를 키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논의될 핵심 과제로 꼽힌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1호(2026.03.18~03.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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