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회장 딱 100만원 더 썼다? 2800억 골프장 인수 미스터리
수도권의 유명 골프장을 운영하는 회사가 몇 년 전 M&A(기업 인수 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왔습니다.
이 기업 인수전(戰)에 두 회사가 뛰어들었는데, 둘 간의 관계가 묘했습니다.
한 회사는 1만3000여개의 건설사를 조합원으로 둔 자산 7조7000억원의 건설공제조합이고, 다른 회사는 그 회사의 사주가 건설공제조합의 운영위원이자 곧 운영위원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이었습니다.
인수전의 패자는 건설공제조합이었는데 M&A 업계에서는 자금력이 아주 탄탄한 조합이 떨어진 게 의외라는 말이 돌았고, 건설업계에서는 조합이 ‘빼앗긴 것’이란 소문이 돌았습니다.
기업 인수전에서 경쟁 상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소상하게 알고 있으면 무조건 유리합니다.
쓸데없이 인수 가격(투자금액)을 높게 써낼 필요도 없고, 다른 정성(定性)적 요인도 경쟁 상대보다만 높은 점수를 받게 준비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으로 비유하자면 상대방의 패를 보면서 포커 게임을 하는 셈인데, 건설공제조합의 패를 승자는 다 알고 있었다는 게 건설업계에 돌던 소문의 요지입니다.
만약 이런 소문이 사실이라면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수많은 조합원(건설회사들)을 대표해 조합원과 조합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할 사람이 오히려 ‘지위’를 악용해 정반대의 일을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도덕적 해이는 물론이고 관련자들의 배임 등 법적 문제까지 얘기될 수 있는 사안입니다.
안 한 건지, 못 한 건지 그동안 전혀 공개되지 않았던 이 인수전의 전말과 소문의 진실을 ‘부동산X파일’이 파헤쳤습니다.
수도권 인기 골프장 중 하나인 한림용인 CC(옛 레이크힐스 CC·용인시 처인구 남사읍)는 수익성도 좋지만, 부동산 가치 상승세가 더욱 눈길을 끄는 곳입니다.
삼성전자가 300조를 투자해 조성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바로 이 골프장 인근(남사읍과 이동읍)이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남사읍과 이동읍 전역을 지난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골프장 주인 입장에서는 엄청난 부동산 평가이익이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27홀 골프장 부지가 80만평이나 됩니다.
이 골프장의 주인은 지난 2019년 말 바뀌었습니다.
회원제로 이 골프장을 운영하던 일송개발이 경영난으로 2018년 11월 당시 자본잠식상태(자본금 930억원,부채 2830억원)에 빠져 법원에 회생신청을 했습니다.
일송개발의 운영하던 안성시 양성면의 9홀 골프장을 합쳐 당시 일송개발 골프장의 감정가격은 2300억 원 정도였습니다.
건설공제조합은 이 매물에 대한 정보를 바로 입수했습니다.
당시 조합은 조합원 편익 및 조합 투자이익 증대 등의 목적으로 4050억원의 자본예산을 확보해 골프장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전담 직원 3명이 매물 정보를 수년간 수집하고 분석했다고 합니다.
조합은 2019년 초 ‘골프장 인수 소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으로 골프장 인수전에 뛰어들었습니다.
당시 소위원회는 건설공제조합 이사장, 대한건설협회 회장, 그리고 대한건설협회 각 시도 회장 등 10명 미만으로 구성됐는데 그때 김상수 현 대한건설협회 명예회장이 소위원회 위원 중 하나였습니다.
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이자 경남도회장 자격으로 참여했다고 합니다.
당시 소위원 중 한 명은 “1시간가량 회의를 하면 김상수 회장이 35~40분 정도를 얘기할 정도로 회의를 주도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몇 번 회의를 한 이후 김상수 회장은 회의에서 빠지게 됩니다.
회장님이 왜 거기서 나와
빠진 시점과 이유가 아주 중요한데 여기서 김상수 회장 측과 다른 소위원(건설공제조합 직원들 포함)간의 말이 완전히 엇갈립니다.
김회장 측은 “소위원회가 구성되기 1년 전부터 레이크힐스 골프장을 한림건설을 통해 인수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소위원회 회의 자리에서 인수 후보로 레이크힐스 골프장이 올라와 이해충돌 문제 때문에 회장님이 회의에서 빠지겠다고 하고 자발적으로 빠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합을 통해 레이크힐스 골프장 매물 정보를 얻은 게 아니고, 해당 골프장 인수와 관련한 조합의 의사결정에도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다른 소위원 등은 “김상수 회장이 개인적으로 레이크힐스 골프장 인수를 추진하는 사실이 위원들 사이에 알려져 그 자리에서 위원들이 강력하게 김회장에게 빠지라고 한 것”이라며 “김회장이 빠지기 이전 회의들에서 레이크힐스 골프장 인수가 여러 차례 논의됐었다”고 했습니다.
골프장을 인수하기 위해 A사와 B사가 싸우고 있는데 A사의 골프장 인수 관련 주요 의사 결정 회의에 B사 대표가 끼어있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었다는 얘기입니다.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인데 아무튼 이때부터 건설공제조합과 김상수 회장의 한림건설은 레이크힐스 골프장 인수를 놓고 공식적으로 경쟁하는 관계에 놓이게 됩니다.
서울회생법원은 인수자를 결정하기 위해 2019년 11월 관계인집회를 열고 한림건설과 공제조합 등 3곳의 인수희망자 중 한림건설을 골프장의 새 주인으로 결정했습니다.
낙찰가격 2800억원인데, 2등보다 고작 100만원 더 써낸 1등?
한림건설이 인수희망자 중 가장 많은 2800억원가량을 투자금액으로 써낸 게 결정적 요인이었습니다.
그런데 떨어진 건설공제조합이 써낸 투자금액이 한림건설의 금액과 거의 같았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심지어 그 차이가 100만원에 불과하다는 소문까지 돌았습니다.
건설업계에 도는 소문은 당시 차기 대한건설협회 회장(당시에는 대한건설협회장이 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장 겸임)이 확실시되던 한림건설 김회장이 건설공제조합이 얼마를 써낼지 사전에 알고 그보다 살짝 많은 금액을 써냈다는 것입니다.
(계속)
사실을 확인 해봤습니다. 김 회장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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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종선 기자 ham.jong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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