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동안 촬영"…'풍류일대' 지아장커가 포착한 중국의 변화 [29th BIFF]
중국의거장 지아장커가 23년 간 도시 곳곳을 누비며 영화 '풍류일대'를 완성했다.
'풍류일대'는 엇갈리는 두 연인의 이야기를 담는 영화로, 이를 통해 산업화와 코로나19 등 급변하는 중국을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천주정', '산하고인', '스틸 라이프' 등을 연출한 지아장커 감독의 작품으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이다.
5일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풍류일대'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지아장커 감독은 "이 영화를 시작한 것은 23년 전이다. 당시 디지털카메라가 막 보급이 되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좋아하는 도시를 찾아다니며 촬영을 했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진실된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 감동을 주는 인물들을 찾아 촬영하고 있었다"라고 '풍류일대'의 역사를 언급했다.
그간 찍어둔 촬영분을 본격적으로 영화화하기로 마음 먹은 이유는 코로나19였다. 그는 "마치 한 시대가 끝나는 느낌이 들더라.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도 같았다. AI 등 기술도 밀려들며 사람들의 삶도 변모하기 시작했다. 그 시기, 촬영한 내용을 편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라고 말했다.
'풍류일대'는 배우들의 대사를 최소화하고, 주변의 소리, 또는 음악 등을 통해 당시의 분위기를 전달한다. 이에 대해 지아장커 감독은 "처음엔 배우들의 대사가 없지 않았다. 그런데 말이라는 것이 제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을 통해 복잡한 인생의 경험을 표현하는 것은 오히려 제한적이겠더라. 말을 많이 할수록 표현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고 여겼다"고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대신 주변의 소리들을 포착하려고 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그 소리가 변하지 않나. 지금 '몰입형', '체험형'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오히려 그런 소리를 통해 주인공과 함께 흐름을 체험할 수 있었으면 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시대의 변화도 엿볼 수 있기를 바랐다. 그는 "그동안 이 영화 외에도 다른 작품을 많이 촬영했다. 중국 사회의 변화도 느꼈다. 제 개인의 변화는 아니지만, 제가 바라본 중국 사회의 변화도 담겼다"면서 "2000년대 초반 중국이 WTO에 가입했고, 베이징 올림픽 유치도 성공했다. 전체 사회가 흥분이 넘치고, 격정이 넘치는 분위기도 겪었다. 시간이 흐르고, 현대화가 진전이 되면서 중국에서 지켜야 할 규칙도 늘어나고, 사람들의 말도 줄었다고 여겼다. 극 중 여성들이 모여 강당에서 노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당시에나 가능했지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많이 교류하지 않나. 흥분의 시기를 거쳐 안정된 시기가 담기는 등 시대의 변화를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음악, 현장음 등을 통해 시대상을 느끼길 바란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사람이 많은 것들을 잊고 산다. 특히 음성, 소리에 대한 기억을 쉽게 잊곤 하는데, 이번 영화를 편집하며 그때의 소리를 많이 듣게 됐다. 어떤 노래, 또 어떤 소리 안에서 살았는지를 다시 느꼈다. 현장음이 그때 그 시절로 우리를 데려가 준다고 여겼다"며 "사진을 통해서도 당시를 회상할 수 있지만, 소리는 담기지 않는다. 영화의 초반, 등장인물들이 파편화 돼 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각각의 씬들이 고립된 것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우리는 한 우주 안에 존재하고 있고 서로 거리가 존재하지만, 또 그러면서 연결이 돼 있다고 여겼다. 살아온 생애를 전부 기억하지는 못한다. 어떤 지점들을 회상할 때 단편적인 것들을 기억하지만 그것이 또 우리를 연결해 주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배우 자오타오는 이 같은 독특한 방식에 대해 "사실 '풍류일대'를 예전에 찍어둔 촬영분으로 만든다는 말을 했을 때 걱정이 됐다. 과거 내가 어떤 연기를 했는지 걱정이 됐고, '무슨 문제가 되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했다"면서도 "20년이 넘는 시간 현장에서 연기하며 변화도 많았다. 그런데 촬영분을 보면서는 마음을 놨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연기를 할 때 인물, 즉 캐릭터를 최우선 했다는 건 변함이 없더라. 일관성을 가지고 해 왔기에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제가 여태 연기한 인물들의 연관성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 영화가 내게도 소중한 선물이 됐다"고 말한 자오타오는 "영화를 통해 20대의 저, 그리고 지금의 저를 기록할 수 있었다. 많은 여성들이 겪어온 어려움을 표현할 수도 있어서 좋았다"라고 '풍류일대'의 의미를 짚었다.
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발을 맞추겠다는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지아장커 감독은 " 지난 생애를 돌아보면 마치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느낌이었다. 바다 위에서 균형을 잡고, 파도 속에 잠기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다가 영화를 완성하면 거친 파도를 넘어 우뚝 선 기분을 느끼곤 했다"고 그간의 활도을 돌아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말씀드리자면, 이 작품이 고별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의 중국에도 큰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촬영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중국 역사와 관련이 된 작품도 촬영하고 싶다. 5분짜리 AI 영화도 제작하고 있는데, 기술적인 부분이라던지 이런 것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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