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나면 교사 처벌로 기피 확산"…사라져 가는 수학여행
[이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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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 모 청소년수련원에서 학생들이 레크리에이션을 위해 체육관으로 뛰어가고 있다. |
| ⓒ 이영일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지난 3월 23일부터 30일까지 전국 분회장 7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 현장체험학습 실태조사'에 따르면 교사들의 법적 책임 부담과 행정 압박이 현장체험학습 전반을 위축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전교조 조사 결과 전체의 53.4% 학교에서만 제한적으로 숙박형 체험학습 운영...7.2%는 사실상 중단
특히 과거에는 일반적이었던 수학여행이나 수련회 등 숙박형 체험학습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 조사 결과 전체의 53.4% 학교에서만 제한적으로 숙박형 체험학습이 운영되고 있었으며 상당수 학교는 이를 비숙박형 프로그램이나 교내 활동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7.2% 학교에서는 체험학습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교사들의 극심한 심리적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응답자의 89.6%는 체험학습 중 사고 발생 시 형사책임을 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으며 이 중 54.8%는 '매우 크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속초 현장체험학습 사고로 담임교사가 항소심에서 금고형을 선고받은 사건 이후 교사 사회 전반에 '사고=개인 처벌'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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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1년간 현장체험학습 운영 여부. |
|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
교육 현장에서는 수학여행이 단순한 여가 활동이 아닌 협동심, 사회성, 문제해결능력 등을 기르는 중요한 교육 과정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체험학습이 축소되면서 학생들은 교실 밖에서의 실질적 경험을 쌓을 기회를 잃고 또래와의 관계 형성이나 공동체 경험도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진곤 한국청소년정책연대 공동대표는 "이런 흐름이 장기적으로 청소년의 정서 발달과 사회 적응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학여행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결국 학생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행정 업무 부담 역시 심각하다. 응답 교사의 84.03%는 체험학습 준비 과정에서 계약, 안전 점검, 각종 서류 작성 등 과도한 행정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답했다. 이로 인해 교사들이 수업과 생활지도 등 본연의 교육활동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장 교사들은 책임 구조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교사는 자유응답을 통해 "예방 교육과 안전 지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 책임을 최종적으로 교사 개인에게 전가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어떤 교사도 적극적인 교육활동에 나설 수 없다"고 성토했다.
전교조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당국에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교육활동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업무상과실 치사상 죄를적용하지 말 것과 숙박형 체험학습에 대한 운영 기준 재검토, 학교와 교사 개인에게 집중된 책임을 교육청과 국가가 분담하는 체계 마련, 과도한 현장체험학습 행정 업무를 과감히 정비해 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 등 교육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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