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한쪽 사라졌지만” 감사함 잃지 않는 20대 여성… 무슨 사연?
지난 29일(현지시각) 더 선 등 외신에 따르면 질리언 고틀라(29)는 얼굴 변형을 일으키는 ‘패리-롬버그 증후군(Parry-Romberg syndrome)’을 앓고 있다. 고틀라는 태어났을 때부터 얼굴 변형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증상이 처음 나타난 것은 고틀라가 12살이 됐을 때였다. 그는 “왼쪽 눈 밑에 버짐이 나타나면서 시작했다”며 “어느 날에는 눈이 위축되고, 또 다른 날에는 코가 사라지고 볼도 사라졌다. 피부가 빠르게 위축됐고, 매일 새로운 증상을 겪었다”고 말했다. 고틀라는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들었다. 고틀라는 “뚜렷한 질환이 없기 때문에 계속 학교를 다녔다”며 “다행히 좋은 친구들이 있어서 날 항상 지켜줬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틀라의 증상은 심각해져 탈모가 생기고 치아 몇 개가 빠지고 왼쪽 눈이 움푹 파이게 됐다. 고틀라는 “10대 아이로서 내 모습이 너무 싫었다”며 “이런 신체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책을 읽었고 공부를 해서 남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법을 배웠다”며 “한 아이가 나에게 ‘반쪽짜리 얼굴’이라고 해 굉장히 상처받은 적이 있다. 이젠 이런 공격에도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틀라는 증상이 나타나고 18년 동안 정확한 진단을 받고자 노력했다. 그러던 중 그는 패리-롬버그 증후군을 앓고 있는 미국 유명 틱톡 인플루언서 루카스 칼드웰의 사연을 접했다. 고틀라는 “패리-롬버그 증후군을 설명하는 루카스의 영상을 보자마자 나도 이 병에 걸린 것이라고 직감했다”며 “패리-롬버그 증후군을 전문으로 진찰하는 의사를 수소문해서 검사한 결과 패리-롬버그 증후군이 맞았다”고 말했다. 고틀라는 패리-롬버그 증후군이 자신의 인생을 결정지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매일매일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며 “많은 사람이 스스로 외모를 혐오스러워하냐고 물어보는데, 그렇지 않다고 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틀라는 자신의 SNS에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짓는 영상을 공유해 22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질리언 고틀라가 겪는 패리-롬버그 증후군은 얼굴 한쪽의 연조직(힘줄, 지방, 혈관 등)이 서서히 위축하는 희귀 질환이다. 패리-롬버그 증후군은 환자마다 증상과 진행 속도가 다양하며, 얼굴 양쪽에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얼굴의 지방, 피부, 근육, 결합조직 등이 얇아지거나 위축하는 것이다. 주로 위턱뼈(상악골) 위의 뺨 부위처럼 얼굴의 중간 부분에서 처음 나타나며, 위축 정도는 약하고 인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병이 진행될수록 입의 각도나 눈썹, 귀와 같은 얼굴 윗부분도 영향을 받아 얼굴의 한쪽이 움푹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패리-롬버그 증후군이 심해지면 위축된 피부와 얼굴 반대쪽의 정상 피부가 만나는 부위에 선이 생길 수 있다. 이 선이 점점 두꺼워지고 대각선으로 이어지면 ‘선형 피부경화증(피부가 굳는 현상)’ 같은 합병증의 위험도 있다. 이외에도 패리-롬버그 증후군 환자들은 안구함몰증, 눈꺼풀처짐 같은 눈 증상을 겪을 수 있다. 비정상적인 위축 때문에 신경학적 이상이 발생해 심각한 편두통이나 삼차신경통(얼굴 감각을 담당하는 삼차신경이 손상돼 얼굴에 발생하는 통증)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패리-롬버그 증후군은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위험 요인으로는 자가면역질환, 신경계 이상 등이 추정되고 있다. 이 질환은 완치법이 없어서 환자들은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를 진행한다. 선형 피부경화증이나 삼차신경통 등을 겪는다면 합병증도 함께 치료해야 한다. 최근에는 다른 신체 부위의 연조직을 얼굴에 이식하는 수술을 시도하고 있다. 다만, 이 수술은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니며, 증상이 멈췄을 때 이식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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