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근대 건축물 ③ 충남도청 구청사를 산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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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대전관 유치. 국립현대미술관 윤범모 관장은 재임과 함께 대전관 설립에 대한 야심 찬 계획을 알렸다. 대전관은 연내 설계를 마치고 2023년 착공, 2025년에 준공될 계획이다. 대다수의 공간이 비어 있는 건물은 평온하고 고풍스러운 기운이 감돌았다. 반질반질하다 못해 오목하게 패인 돌 층계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의 발길이 닿았을까. 1931년 6월에 착공해 14개월이라는 단시간에 완공됐다는 건축물은 웅장하고 위풍당당하다. 일제강점기의 관급 공사는 모두 총독부 소속 건축가들이 맡았다. 충남도청 구청사는 이와스키 센지와 사사 게이이치가 설계했다. 이와스키 센지는 옛 서울시청과 지금의 서울시립미술관을 설계하기도 했다.

충남도청 구청사에는 1930년대 모더니즘 양식이 충실히 반영됐다. 안팎을 살피면 20~30년대 관공서 건축양식의 변화가 보인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의 도청은 경사 지붕이 많았고, 중앙에 탑을 세우거나 벽체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창과 벽체의 수직성을 강조하는 등 웅장함을 갖춘 외관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1930년대에 접어들어 국제주의 양식에 영향을 받으면서 평지붕이 많아지고 장식은 단순해진다.

변칙적인 벽돌 쌓기를 활용한 장식과 외벽의 스크래치 타일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구조의 건물에 멋을 더한다. 1920년대 후반부터 1930년대에 지어진 건축물에는 스크래치 타일이 유행처럼 사용된 곳이 많다. 현관에 들어서면 홀이 등장한다. 홀 내부에는 서로 다른 결을 지닌 진한 대리석을 격자형으로 붙여 모자이크 효과를 냈다. 중앙 로비로 통하는 자리에는 커다란 아치형 문이 달렸는데,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 이중 경첩이 눈에 띈다.

180° 앞뒤로 젖혀지도록 문틀에 경첩 모양의 홈을 판 것이 흥미롭다. 중앙 로비 그리고 2층으로 이어지는 중앙 계단은 이 건물에서 가장 화려하고 장식적이다. 독특한 몰딩으로 감싼 아치, 아치를 떠받치고 있는 독립된 두 개의 기둥과 벽주들은 오랜 세월의 더께를 입었음에도 잘 관리돼 유려한 원형이 보존된 모습이다. 로비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두 개의 기둥은 좌우 벽체에 묻어 잘 보이지 않게 했다. 대신 하중을 고려해 폭이 긴 아치를 만들어 넣었다. 세그멘털 아치. 추력에 저항할 수 있는 강한 아치다. 화려한 천장과 웅장한 기둥에 호흡을 맞춰, 로비 바닥은 작은 모자이크 타일을 붙였다. 중앙 계단은 근대 병원, 관공서 등의 실내 바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재료인 인조석 물 갈기를 한 대리석을 덧대 발판을 만들었다. 중앙 계단을 올라오면 1층 로비와 같은 면적의 2층 중앙 로비가 있고 그 정면에 바로 도지사실이 자리한다. 집무실 테라스 너머로 대전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3층에 이르는 건물 곳곳을 거닐며 마주하는 수많은 창은 건축적 산책에 잔잔한 리듬을 더한다. 1932년 건축 당시 전후면의 창은 모두 같은 형식이었으나 현재는 후면 복도창만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후면 창에는 황동 손잡이가 달린 양쪽 여닫이문이 적용됐다.

어둠이 서서히 내릴 때쯤, 오래된 건물의 실내는 더욱 깊고 넓게 느껴졌다. 그림자가 드리우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다. 충남도청사는 대전역 광장과 마주보는 도로, 중앙로 끝에 자리한다. 위치가 절묘하다. 대전은 근대 이전 지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도시다. 일제강점기에 기차역이 생기며 식민 도시로 역사에 등장한다. 철도 특수에 의해 규모가 커졌고, 도청사 이전이 이뤄지면서 충청남도의 중심이 됐다. 부지 6000평은 공주 갑부로 유명했던 친일파 김갑순이 기부했다. 총 공사비는 17만65원. 지금으로 치면 대략 70~80억 원 정도 든 것으로 전해진다.

미 군정기와 한국전쟁 당시 주요 사건의 역사적 현장이 되기도 했던 옛 건물은 그야말로 거대한 근대 도시의 탄성과 굴곡을 오롯이 지켜봐온 시대의 얼굴이었다. 구석구석 내딛는 발걸음마다 지난 세월이 배어 나오는 듯한 건물은 이제 전대의 화려함도, 시간이 멈췄던 시절도, 모두 벗고 그만의 새 역사를 쓸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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