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실리콘밸리는 허슬, 韓은 워라밸…주 72시간제 vs 주 4.5일제
‘워라밸’ 옛말…AI 광풍에 고강도 노동 확산
‘주 4.5일제’ 韓, 생산성·경쟁력 과제 직면

9월 2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는 실리콘밸리에 ‘허슬’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간 실리콘밸리는 오전 9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이 대다수였다. 자율 출퇴근과 재택근무 문화는 실리콘밸리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최근 AI 열풍으로 실리콘밸리도 변화했다. 복지·유연근무·재택근무에서 벗어나 ‘996 근무’ 등 고강도 노동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었다. 996 근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일한다는 뜻이다. 식사시간을 제외하면 주 72시간을 일하는 셈이다. 이는 AI 시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재·시간 등 모든 자원을 쏟아붓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올해 초 미국 AI 스타트업 ‘머코어’의 브렌던 푸디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SNS에 “우리는 996 근무를 채택했다”고 선언했다. 이 회사의 한 근로자는 “지난 주말 분기 마감을 앞둬 회사에서 추가 시간 근무를 요청했다”며 “주말에만 12시간 근무했다”고 말했다.
일부 스타트업은 996 참여 직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까지 내놓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원격의료 기업 ‘펠라&델릴라’는 996 전환을 추진하며 기본급 25% 인상과 지분 2배 지급을 제안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전체 직원의 10%가 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996은 중국에서도 과로사 논란과 노동자 반발 끝에 불법으로 규정됐다. 그럼에도 실리콘밸리에서 다시 유행하는 배경에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 AI 경쟁 심화로 속도가 중시되는 분위기가 확산했고, 인재 확보 경쟁도 치열해졌다. 여기에 중국과 기술 패권 다툼까지 더해지며 996은 실리콘밸리에 강한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근무시간을 단축하려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주 4.5일제’가 본격 논의되고 있다. 정부는 지원과 자율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근무시간 단축이 기업들에 큰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근로시간까지 줄어들면 글로벌 첨단산업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국내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4.4~54.6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6.5~70.6달러)의 약 77% 수준이다. 미국(77.9달러)뿐 아니라 독일(68.1달러)·프랑스(65.8달러)·영국(60.1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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