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처럼 반도체 분산? TSMC가 구마모토 택한 진짜 이유

유성운 2026. 6. 29.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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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대만 TSMC의 자회사로 공장 운영을 맡은 일본 규슈 구마모토 JASM 제1공장 간판. 교도=연합뉴스

“일본도 구마모토에 반도체 생산기지를 지었다.”

정부의 제2 국가 반도체 클러스터 발표를 앞두고 여권이 반복해서 꺼내는 논리다.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 18일과 26일 각각 기자회견과 입장문을 통해 구마모토를 예로 들며 “일본도 지방 거점에 반도체 생산기지를 분산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광주·전남 유치를 촉구했다.

실제로 현재 구마모토는 일본 반도체 부활의 최전선으로 꼽힌다.

2024년 12월 양산을 시작한 대만 TSMC 일본 자회사 JASM의 제1공장을 비롯해 파워반도체의 미쓰비시전기, 차량용 반도체의 르네사스 등이 거점을 두고 있다. TSMC는 제2공장까지 추진 중이다.

하지만, 정작 일본에선 구마모토를 단순한 지방 분산 정책의 결실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권혁욱 니혼대 경제학부 교수는 “TSMC가 구마모토를 고른 이유로는 풍부한 지하수와 저렴한 전기료, 안정된 지반이 꼽히지만, 결정적이었던 것은 기존 반도체 생태계”라고 말했다.

구마모토가 속한 규슈에 반도체 공장이 들어선 것은 1960년대 후반부터다. 1980년대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빗대어 ‘실리콘아일랜드’로 불릴 정도의 반도체 집적지로 자리 잡았고, 일본 집적회로(IC) 생산의 약 40%를 차지해 온 지역이다.

김영희 디자이너

TSMC가 구마모토 공장 건설을 공식 발표하기 5년 전인 2016년, 일본 경제산업성 위탁사업으로 제작된 ‘규슈 지역 반도체·전자 분야 관련 기업 지도’에는 반도체 분야 40개, 전자 분야 31개, 생산설비 분야 39개 기업이 공정별로 정리돼 있다.

반도체 관련 기업이 새로 들어오기 좋은 산업 기반이 이미 형성돼 있었던 셈이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는 웨이퍼를 만드는 SUMCO, 제조장비를 다루는 도쿄일렉트론규슈, 본딩와이어의 다나카전자공업, 검사 장비의 어드밴테스트 등 전 공정이 가능하도록 관련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권 교수는 “규슈는 규슈전력이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해 에너지도 충분하고, 인재도 많고, 물도 많아 반도체를 하기에 좋은 지역”이라며 “구마모토는 기존 집적에 투자가 더해진 사례에 가깝다. TSMC가 규슈에 공장을 세운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2024년 2월 24일 대만 TSMC는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 위치한 제1공장 준공식을 개최했다. 연내에는 인근에서 제2공장 건설을 시작한다. AP=연합뉴스

여권이 또 다른 예로 드는 일본 홋카이도는 기존 반도체 집적이 약한 지역에 새 거점을 만들려는 시도에 가깝다. 일본 정부의 지원과 도요타·소니 등 8개 대기업 출자를 받은 라피더스는 홋카이도에 반도체 공장을 세워 시험 생산에 들어갔다. 2027년 첨단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홋카이도 역시 단순한 지방 분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홋카이도는 풍부한 수자원과 넓은 용지, 서늘한 기후, 인재 기반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특히 이공계 13개 대학과 4개 고등전문학교, 9개 대학원에서 배출하는 인재풀이 반도체 기업 유치 논리의 주요 근거로 제시됐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결국 비수도권이라도 조건이 갖춰져야 대형 투자가 따라온다”며 “기업이 지방이라서 간 것이 아니다. 지역 분산은 목적이 아니라 결과”라고 말했다.

도쿄=유성운 특파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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