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진화론이 뭐길래… ‘이단’ 결의 이후 남은 질문

손동준,김동규,김연우 2026. 6. 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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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 총회, “아담 역사성·원죄 교리 약화 우려” 이단 결의
합신 등 보수 교단도 경계하지만 “신학적 숙의 더 필요”
이기용 총회장 “정죄 아냐… 성경과 과학 열린 담론 계기 돼야”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 대의원들이 지난 달 27일 서울 신길교회에서 열린 120년차 총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국민일보DB


하나님이 창조주라는 신앙과 생물 진화의 과정을 함께 설명하려는 유신진화론이 한국교회 이단 논쟁의 중심에 섰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총회장 이기용 목사)가 최근 정기총회에서 유신진화론을 이단으로 결의하면서 창조 신앙과 과학, 교단의 신학 판단 기준을 둘러싼 논의가 교계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유신진화론은 하나님이 창조주라는 신앙을 유지하면서도 생물의 다양성과 인간의 기원을 진화의 틀 안에서 이해하려는 신학적 흐름이다. 무신론적 진화론처럼 우주와 생명이 우연히 생겼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나님이 창조 세계를 세우셨고 그 안의 자연 질서와 생명 과정도 하나님의 섭리 안에 있다고 본다. 해외 복음주의권에서는 ‘진화적 창조론’이라는 표현도 함께 쓰인다.

논쟁은 여기서 시작된다. 유신진화론은 하나님을 창조주로 고백한다는 점에서 무신론적 진화론과 다르다. 그러나 유신진화론에 비판적인 보수 복음주의 진영에서는 유신진화론이 창세기 1~3장의 역사성과 첫 사람 아담의 실존, 원죄와 죽음의 기원을 재해석하게 만든다고 우려한다.

유신진화론의 일부 흐름에서는 아담을 인류 최초의 사람이라기보다 진화 과정의 어느 단계에서 하나님이 선택한 인물로 이해한다. 비판자들은 이 경우 아담의 불순종으로 죄가 들어왔다는 교리가 약화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을 설명하는 복음의 구조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본다.

서울기독교세계관연구원(SIEW·원장 이윤석 박사)이 2일 펴낸 보고서 ‘한국 상황에서 유신진화론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는 유신진화론 논쟁을 성경의 권위, 창세기 1~3장의 역사성, 아담의 실존, 원죄 교리, 죽음의 의미, 복음의 구조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의 문제로 정리했다. 보고서는 “한국교회 안에 젊은지구론, 오래된지구론, 지적설계론 등 다양한 창조 이해가 존재하지만 역사적 아담과 타락, 원죄, 그리스도의 구속은 지켜야 할 핵심 경계선”이라고 선을 그었다.

유신진화론에 대한 신학적 우려는 기성만의 일이 아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신(총회장 김성규 목사)은 2011년 제96회 총회에서 유신론적 진화론 관련 안건을 신학연구위원회에 보내 연구하기로 했다. 2018년에는 합동신학대학원대 교수진이 ‘성경적 창조론 선언문’을 내고 “진화론은 어떠한 모양으로 개진된 것이든지 하나님의 직접적인 창조를 부인한다는 점에서 성경의 창조론과 어긋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예장합신이 유신진화론을 총회 차원에서 이단으로 결의하지는 않았다. 유영권 예장합신 이단연구소장은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합신은 유신진화론을 이단으로 규정한 것은 아니고, 이단대책위원회가 아닌 신학위원회에서 다뤘다”고 말했다. 유 소장은 “보수 교단에서 유신진화론을 비성경적으로 보는 데 큰 이견이 없다”며 “유신진화론 논의가 끝까지 가면 아담을 첫 사람으로 보는 신앙고백을 흔들고 구속 사역 이해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심각하게 다뤄야 할 논쟁거리인 것은 맞다”고 전했다.

신학적 경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이를 ‘이단’으로 규정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2024년 ‘유신진화론과의 대화’(세움북스)를 펴낸 신국현 부림교회 목사는 “다른 교단에서 결정 내린 부분이라 조심스럽다”면서도 “비판과 이단 규정은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와 다르다고 곧바로 이단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이를 곧바로 이단으로 규정하기에는 논의와 공론화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유신진화론이라는 이름 아래에도 서로 다른 입장이 존재한다”며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이단으로 규정되면 교회 안에 싸우지 않아도 될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성 내부에서도 이단 규정의 무게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있다. 기성 총회 직전 헌법위원장인 홍승표 신일교회 목사는 “이단 규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며 “유신진화론을 따르는 구체적 집단이나 그로 인해 발생한 교회 피해 등이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론 자체를 이단으로 규정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결정이 과학을 공부한 청년이나 전문직 성도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 질지도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신학계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배덕만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교수는 “유신론적 진화론이라는 말 안에도 주장과 방법론이 매우 다양하다”며 “정확한 대상과 내용이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단으로 규정하면 신학 연구와 신학교육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기성 총회는 이번 결의가 특정인을 정죄하거나 과학 자체를 부정하려는 결정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기용 기성 총회장은 “총회 의장으로서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의사 진행을 했고, 반대 의견과 찬성 의견이 고성 없이 논리적으로 오갔다”며 “120년차 총회에서 대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결의가 이뤄졌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절차였다”고 설명했다.

이 총회장은 “다원화된 사회에서 생각과 문화가 다른 이들을 수용하는 태도는 한국교회에도 필요하다”면서도 “신학의 영역에서 성경과 다른 부분까지 시류에 휩쓸리면 복음적 기준과 전통적 권위가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번 결의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정죄하기 위한 결과물이 아니라, 과학 지상주의 사회 속에서 성경과 과학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지 열린 담론을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동준 김동규 김연우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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