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자료 삭제’ 무죄 받은 공무원들 ‘상처뿐인 명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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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전 자료 삭제' 혐의로 감사원 조사와 검찰 수사를 받은 뒤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산업통상자원부 A국장(57)과 B국장(54)이 지난달 9일 퇴직했다.
밀린 월급을 받고 퇴직금(A·B 국장)도 받았지만 소송 비용을 메우기는 태부족이란 후문이다.
A국장과 B국장은 검찰이 아직 기소조차 하지 않은 시민사회단체의 고발 건 탓에 조기 퇴직 시 나오는 명예퇴직금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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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원 보상… 명예퇴직금도 없어
관가 “정책수사 폐해 보여줘” 평가
‘월성 원전 자료 삭제’ 혐의로 감사원 조사와 검찰 수사를 받은 뒤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은 산업통상자원부 A국장(57)과 B국장(54)이 지난달 9일 퇴직했다. 대법원에서 무죄 선고가 나온 지 4개월 만이다. 두 사람은 명예를 회복하고 밀린 월급을 받았지만 소송 과정에서 쓴 수억원은 온전히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A국장과 B국장은 각각 2017년 8월과 9월부터 원전 정책을 총괄하는 원전산업정책관과 원전산업정책과장직을 맡았다. 이후 1년여간 원전 업무를 했던 이력은 감사원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감사에서 주요하게 다뤄졌다. 감사원은 2020년 10월 발표한 감사 보고서에서 A·B국장과 당시 함께 근무한 C서기관(49)까지 3명이 530여건의 자료를 삭제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이를 토대로 ‘경징계 이상’의 징계를 요구했다.
이 감사 보고서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근거가 됐다. 이후 이들 3명은 검찰 수사와 법정 다툼이라는 오랜 과정을 경험했다. 수사 개시와 기소, 1심 결과가 나오는 데까지 2년 2개월이 걸렸다. 대전지법 형사11부는 2023년 1월 이들에 대해 감사원법 위반,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방실침입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하지만 이 판결은 1년 뒤인 지난 1월 2심 판결에서 완전히 뒤집혔다. 대전고법 형사3부는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자료는 담당 공무원이 개별적으로 보관한 내용으로 공용전자기록 손상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상당수 파일은 다른 공무원의 컴퓨터에도 저장돼 있어 손상죄 객체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대법원 판결도 같았다.
3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 A국장은 대법원 판결 이전까지 3년 6개월간 8억원가량 변호사 비용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B국장과 C서기관도 각각 수억원의 변호사비를 지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지만 이들이 국가에서 받은 보상은 미미하다.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받은 금액은 1인당 500만원 안팎이다. 밀린 월급을 받고 퇴직금(A·B 국장)도 받았지만 소송 비용을 메우기는 태부족이란 후문이다. A국장과 B국장은 검찰이 아직 기소조차 하지 않은 시민사회단체의 고발 건 탓에 조기 퇴직 시 나오는 명예퇴직금도 받지 못했다. 무엇보다 인생의 긴 시간을 낭비했다는 점에서 B국장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관가에서는 이번 일이 실무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정책 수사’의 폐해를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인의 비위가 아닌 정책 수행 과정에서의 문제가 사법의 영역에서 다뤄지면 당사자는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일을 하지 못하게 제동을 거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피의자가 피해자로 바뀌면서 이 사건이 국가에 의한 ‘집단 괴롭힘’이 되고 말았다는 시각도 있다. 형사소송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지나치게 적은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세종=신준섭 양민철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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