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타요? 그럼 OK”… 외국인 라이더 불법 취업 실태

최다희 2024. 9. 18.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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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업종에 불법 취업하는 외국인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해당 업종 단속을 처음 시작한 지난해 대비 적발 건수는 이미 50% 가까이 늘었고, 출신 국적도 확연히 다양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기간 급성장했던 배달 시장이 열악해지면서 기존 인력이 이탈한 자리가 외국인 불법 취업 경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일보가 법무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택배·배달업 불법 취업 외국인 적발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7월까지 171건의 불법 취업 사례가 적발됐다. 지난해 1년 동안 적발된 건수(117건)와 비교해도 이미 46.2% 증가한 것이다.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연말까지 집계하면 2배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는지난해부터 불법 취업 외국인 업종 구분에 택배·배달업을 신설하여 집계하고 있다. 택배·배달업종에 불법 취업한 외국인이단속에 걸리는 사례가 증가하고, 관련 민원이 증가해서다.

‘23년 ~ ’24. 6월 말 기준, 택배‧배달업종 불법취업 외국인 국적. 법무부 제공


택배·배달업종에 불법 취업하는 외국인의 국적도 다양해졌다. 지난해 적발 사례 중엔 베트남 출신이 94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올해 6월말까지 적발된 사례에선 베트남 출신(66명)과 함께 우즈베키스탄(51명) 출신이 크게 늘어났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불법 취업자는 지난해 8명에서 반년 만에 6배 이상 많이 적발된 것이다. 올해는 말레이사아와 파키스탄 출신 불법 취업 사례도 등장했다.

주로 타인 명의 외국인등록증을 도용하거나 불법 체류자 신분을 속이고 취업 활동에 나선 유형 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최근 배달업종 내 외국인 취업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불법 취업 적발 사례 국적이 다양해진 것에 대해 “최근 국내 배달업 인력 수요가 증가한 점이 주요 원인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DB
‘외국인 유학생 가능?’ 묻자 “오토바이 탈 줄 알아요?”
불법 취업이 빠르게 확산하는 건 일단 배달업종 ‘취업’이 쉽기 때문이다.

법적으로는 F-2(거주), F-5(영주), F-6(결혼이민) 비자를 소지한 외국인만 배달업에 종사할 수 있다. D-2(유학) 등의 비자를 가진 외국인의 배달업 취업은 불법이다.

실제 배달의민족 라이더 서비스 ‘배민커넥트’는 허용 비자를 가진 외국인에 한해 취업을 허용하고, 쿠팡이츠가 운영하는 ‘쿠팡이츠 배달파트너’는 비자 종류와 무관하게 외국인 라이더를 받지 않는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정에도 불구하고 배달 물량을 위탁받은 라이더가 자신의 면허를 다른 이에게 넘기는 등의 불법적 행위를 원천 차단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플랫폼 업체들은 불법 명의도용 및 대여 시 영구 위탁제한이 될 수 있다는 약관도 내걸고 있지만, 비대면 배달 등이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실제 누가 배달을 했는지를 확인할 수단도 많지 않다.

이들 플랫폼업체로부터 배달 물량을 재위탁받아 운영하는 배달 대행업체 상황은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 기자가 인터넷에 구인 글을 올린 배달 대행업체 다섯 곳에 유학생이라고 신분을 밝히며 취업 가능 여부를 문의했을 때 ‘안 된다’는 원칙을 밝힌 곳은 한 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네 곳에선 ‘유학생도 가능하다’ 등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배달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을 보여주듯 ‘오토바이 탈 수 있느냐’ 등의 조건만 확인하고는 바로 ‘(취업)가능하다’는 답장을 보내온 곳도 있었다.

이런 2차 배달 대행업체의 경우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 쿠팡이츠서비스 관계자는 “(쿠팡이츠의 경우) 외국인 라이더에게 배달업무를 위탁하고 있지 않다”면서 “협력사 소속 라이더의 경우 협력사에서 관리하고 있다. (쿠팡이츠가) 채용 절차나 인사 관리에 관여할 수 없는 구조”라고 밝혔다.

무보험·불법 외국인…도로 위의 ‘무법 질주’
불법적으로 취업한 라이더의 가장 큰 문제는 유사시 책임질 수 없다는 데 있다.

도우석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오토바이의 경우 단속 자체가 어려워 통계에 잡히지 않은 건수가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명의를 도용하거나 번호판 없이 도로에 나선 외국인들이 사고를 내고 도망갔을 때 추적하기 어려운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출입국관리법 제 68조 제1항에 따르면 불법 체류 및 취업 사실이 발각된 외국인에겐 출국 명령이 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불법 취업 외국인이 사고 직후 처리 절차를 회피하는 사례도 나온다. 지난 1일 광주에서 배달 오토바이를 몰다 4살 아이를 치는 사고를 내고 도주하다 경찰에 붙잡힌 외국인 불법체류자도 “불법체류 사실이 들통날까 봐 겁이 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다 보니 국내 배달업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련 커뮤니티에는 ‘외국인 배달원 신고하는 방법’ 등의 게시글이 공유되기도 했다.

4개월 전 오토바이를 사들여 본격적으로 배달 부업에 뛰어든 박모(50)씨는 ‘안전’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의 자국 교통 법규와 우리나라 교통 법규가 다를 수 있지 않으냐. 국내 교통 법규를 숙지하지 못한 외국인이 오토바이를 몰다 큰 사고가 날까 무섭다”고 말했다.

3년차 전업 배달 기사 탁모(36)씨는 “요즘 도로 위 배달 오토바이는 ‘시한폭탄’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했던 배달의 민족마저 쿠팡이츠와 요기요를 따라 올해 초 ‘유상 보험 의무’를 ‘선택’으로 바꿨다”며 “보험 가입을 강제하는 플랫폼 기업이 없어 가뜩이나 도로가 위험한 상황에서, 불법 외국인 라이더까지 늘어난다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위태로운 배달 생태계

불법 외국인 배달원 유입은 이미 무너진 배달 생태계를 방증하는 현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며 플랫폼업체 중심으로 급팽창한 배달 업계가 이후 과잉 경쟁 상황에 돌입하면서 배달 노동 환경이 악화하고 내국인 라이더들이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과 배민 등 플랫폼 업체들이 한 차례 외주화한 배달이 다시 그 아래 대행 협력사로 2차 외주화된 상황도 관리 사각지대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3년여간 배달원으로 일하다 한 배달대행업체를 인수한 남모(37)씨는 “외국인 유입은 단면일 뿐, 진짜 문제는 바닥을 향한 경쟁이 심화하는 배달 생태계”라며 “쿠팡과 배민 등 플랫폼 업체들의 갑질로 높은 수수료율과 낮은 운임 등이 굳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반 배달대행업체 내에서도 플랫폼 업체와 협력 관계가 있는지에 따라 일감과 인력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며 “보통 장마철에 1000여건의 배달이 들어왔는데 올해 장마철엔 400건 정도로 줄었다. 기존 라이더들도 그만두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배달원 강모(33)씨는 “올해 초 배달 플랫폼 간 ‘무료 배달’ 경쟁이 격화된 이후 배달 단가가 많이 떨어졌다”며 “임금이 줄어들면 내국인 라이더들이 이탈하고, 외국인 라이더들은 어쩔 수 없이 더 많이 들어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최다희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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