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둔 싱글맘이 '전설의 킬러'? 살 떨리는 이중생활
[김성호 기자]
김용의 정통 무협 이후 다분히 한국화 된 무협, 이른바 신무협 소설이 한국을 휩쓸던 시대가 있었다. 구파일방의 정파가 아닌, 공식으로부터 탈피해 자유로운 서술이 가능한 사파의 영역에서 수많은 작품들이 자유롭게 쓰였다. 비록 무협이란 장르가 말초적 자극뿐인 삼류 오락거리로 전락했단 비판도 없지는 않았으나 수준으로부터 자유로운 다양한 소설들이 더 많은 독자에게 다가간 중흥기였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 시절 무협지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였다. 살수로 키워지고 살아가는 이들의 사연을 그린 작품이 그 시절 무협엔 적지 않게 있었는데, 그런 작품 주인공들 중에서는 더 나은 삶을 꿈꾸며 강호와 조직을 벗어나려는 이들이 심심찮게 등장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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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복순 포스터 |
| ⓒ (주)씨앗필름 |
평범한 싱글맘, 알고보니 일류 킬러
주인공은 킬러 길복순(전도연 분)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질주하는 중학생 딸을 둔 싱글맘이자 틈틈이 회사의 지령을 받아 목표물을 제거하고 다니는 킬러다. 킬러들의 세계에서도 그저 그런 킬러가 아니다. 그녀는 수많은 불가능한 과업을 성공시켜낸 전설 중 전설이며 후배들의 귀감이자 오늘의 조직을 있게끔 한 공신이기도 하다.
길복순을 필두로 한 조직원들의 활약으로 이들이 몸담은 MK엔터는 업계 최고의 회사로 성장한다. 일류 킬러들을 여럿 보유한 MK의 세력을 그야말로 막강하여 동종 업계 누구도 감히 대항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MK는 다른 조직 위에 군림하여 킬러들의 세계 가운데 세 가지 규칙을 세우니, 그는 다음과 같다. 미성년자는 죽이지 않을 것, 회사의 지령은 무조건 받을 것, 회사에 속하지 않은 사람은 일을 하지 못할 것이다. 이 규칙 아래 강자는 더욱 강해지고 약자는 약해져 MK의 지배력과 조직원에 대한 통제력은 역대 최고수준에 이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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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복순 스틸컷 |
| ⓒ (주)씨앗필름 |
내용보다는 스타일, 액션보단 분위기
다분히 전형적일 밖에 없는 이야기 가운데 승부수는 분명하다. <길복순>은 내용보다는 스타일, 구체적으로는 액션과 분위기로 보는 이를 휘어잡으려 든다.
영화의 시작부터 톱배우를 일본 야쿠자 중간보스로 분장시켜 그와의 일대일 대결을 강렬하게 잡아낸다. 이어 긴장감이 솟을 밖에 없는 미묘한 권력의 균형점들, 이를테면 조직 간의 이해관계며 조직 내 간부와의 갈등을 연달아 강조한다. 그로부터 매 순간 이제까지와는 조금쯤 다른 액션의 상황들을 내보이려 하니 그중 몇 가지만 성공해도 관객은 신선함을 느낄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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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복순 스틸컷 |
| ⓒ (주)씨앗필름 |
넷플릭스 한국영화, 이보다는 나았으면
다만 캐릭터에 비해 액션은 기존 격투영화에서 보여져온 것들로부터 그리 나아가진 못했다. 이는 배우들이 액션보다는 드라마에 익숙하기 때문이고, 주연인 전도연부터가 <협녀, 칼의 기억>에서 확인되었듯 액션영화의 주연이 되기엔 가볍고 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설경구와 이솜, 구교환, 김성오 등도 액션에 특화돼 있지는 못해서 분위기에 비해 실제 액션은 평이한 장면들이 거듭될 뿐이다. 몇몇 창의적인 순간을 카메라 작업으로 만들어내고는 있지만 킬러들의 세계를 현실감 있게 그리기 위해서라면 그 이상이 되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전반적으로 무협 장르의 전형적 얼개를 현대사회로 옮겨오며 변주한 것처럼 느껴지는 작품이다. 분위기는 화려하고 세련되어 보이지만 액션은 둔탁하고 때로는 조잡하기까지 하다. 보는 이의 두 시간쯤 잡아두기엔 무리가 없겠으나 수년이 흘러서도 기억할 만한 작품이 되었다면 하는 안타까움이 짙다.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와 만나는 한국영화가 이보다는 낫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들이 걸어간 길이 뒤에 걷는 이의 이정표가 되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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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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