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SNS에 올린 글입니다.
코오롱 구간마라톤 후기_25.03.29
최종기록이 드디어 나왔다! 252! 18위! 멋진 레이스와 소중한 추억들 잊기 힘들겁니다.
작년 코오롱구간마라톤에 대해 알게되었을 때는 이미 그 신청기간이 한참이나 지난 후였다. 예전부터 릴레이에 대한 환상이 있었기에 언젠가 이 대회를 꼭 나가보아야겠다라고 막연히 생각한채, 그 생각은 머릿 속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었다. 한해가 지나 러닝을 좀 더 사랑하게 되었을즈음, 인스타에 팔로우해둔 육상선수들의 구간마라톤 홍보글을 보자마자 기억 한켠 잊혀져 있던 코오롱 구간 마라톤 참가에 대한 의지가 다시금 떠올랐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크루원들과 그 글을 공유하고 바로 팀원을 구성하였다. 신청까지 순식간에 이뤄졌다. 구성된 팀이 수상권 경쟁력을 지닌 것은 아니였기에 우리의 역량 안에서 최선의 기록을 내보자고 다짐했다.
뜨거웠던 동아마라톤이 지나고 이윽고 코오롱 구간 마라톤 기념품이 배송되며 참가가 눈앞까지 다가왔다. 7만원이라는 참가비가 아깝지 않은 풍성한 기념품 : 싱글렛, 바지, 모자, 수건, 쿨토시, 에너지젤, 아르기닌이 왔고, 그 무엇보다 배번과 릴레이를 위한 어깨끈까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달릴 구간은 2구간, 초반에 약간의 업힐이 있긴하지만 전반적인 코스가 다운힐 코스였기에 기록을 많이 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목표 페이스는 315~320으로 잡았다. 정읍 동학 마라톤에서 10Km 325페이스로 달렸고 동지들과 함께한다는 마음이 내 등을 좀 더 밀어줄것이라 믿었다.
대회 당일, 새벽 4시 30분 대전에서 경주로 출발했다. 7시 30분까지 팀이 집합해야만해서 평소보다 이른 시간이 출발해야만했고 거의 정시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코오롱 호텔에는 이미 많은 런크루 팀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도 서둘러 짐을 맡기고, 마지막 파이팅을 외친 후에 이제 통제를 따라 구간별로 흩어졌다. 2 구간에서 약 1시간 가량 대기하며 몸을 풀고 여러 러너들의 모습을 관찰하기도 했다.
9:40 1주자의 시작이 알려졌고, 이제 출발선 근처에서 다음 주자를 기다렸다. 먼저 도착한 고등학교 남녀 엘리트 선수들을 응원하며, 긴장감 속에서 기다림의 시간은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새 런크루 상위권 주자들이 2구간 주자들에게 어깨끈을 건냈고 몇몇 선수들이 도착한 후에는 동시 출발로 2구간을 시작하게 되었다. 기록을 당기고자 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치고 나갔다. 초반을 자신감있게 치고 나간 것과 달리, 1km 구간을 뚫고 지나자마자 페이스가 쳐지기 시작했다. 코스나 컨디션은 좋았으나, 문제는 앞에서 강하게 불어오는 맞바람이였다. 원하던 페이스로는 도무지 끌어올릴 수가 없었다. 이제 페이스 체크는 사치였다. 앞을 향해 달려나갈뿐, 다운힐을 강하게 내려오고 직선주로를 달리며 호흡이 가파지는 것이 느껴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페이스 조절은 이미 포기한지 오래, 내가 담당한 2구간의 기록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는것이 내 최선의 목표였다. 작은 굴다리를 지나 올라가자, 3구간 주자들이 동시출발을 대기하는 것이 보인다. 곧 출발할 것이 보이고 하이파이브라도 하고 싶었지만, 눈 앞에서 3구간 주자들은 이미 출발했고 마지막 파이팅과 함께 내 레이스는 끝이났다.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은채 앞매트리스에 쓰러져 호흡을 정돈하고 시계를 본 내 기록은 7.3km 26:28 평균 3‘37“ 페이스 원했던 페이스보다 거진 20초가량이 밀려있었다.
맞바람을 고려하더라도 엄청나게 밀린 기록이였다. 몸상태도 정신무장도, 주로도 대단히 좋은 상태였는데, 러닝이라는 건 참 알 수 없는 운동이다. 무엇보다 가볍게 치고 나갈 수 있는 날이 있는 반면, 모든게 준비되었다고 생각했음에도 이런 결과지를 받게 되다니.. 사실 후회할거리가 없어 후회라는 감정이 들지도 않는다. 그 길지 않은 주로 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으니.. 이번 레이스를 통해 뭔가 하나 뚫린 것 같다. 좀 더 버틸 수 있는 정신력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이를 다음 레이스에 활용해보아야겠다.
이제 버스를 타고 결승점이 있는 코오롱 호텔로 돌아왔다. 우리팀의 다른 구간 주자들을 만나, 결승점으로 향해 속속 들어오는 엘리트들을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곧 런크루의 팀들이 속속 들어왔다. 결승점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마지막 역주를 응원하기 위해 모여있었다. 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도파민이 샘솟는다. 어느새 우리 크루의 6번주자가 이를 악물고 뛰어들어왔다. 얼굴에는 그의 최선을 다했음을 보여주듯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힘을 내며, 결승선을 통과했고 우리의 레이스는 종료되었다.
마지막으로 이번 대회를 통해 전국의 여러 고수들을 만났고 이는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지점이 한참 남았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러닝에 대해 다시 한 번 동기부여를 얻게 되었다. 열심히, 침착하게 달리자.
마라톤을 통해서 알게되는 사람들, 신기하고 동경하는 마음으로 이런저런 말을 건냈음에도 불편한 기색없이 대답해준 김진명 선수… 너무나 멋진 최미경 선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262Wave 2위 수상 축하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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