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데스.1st] 살라의 후계자입니다, 그런데 이제 마네의 장점까지 곁들인… 바이에른 수비 세 번 박살낸 '현폼 1위' 마르무시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오마르 마르무시는 현시점 파괴력에서 전세계 1위 공격수다. 바이에른뮌헨 수비가 그를 상대로 세 번 뚫린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7일(한국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도이치방크 파르크에서 2024-2025 독일 분데스리가 6라운드를 치른 바이에른뮌헨이 아인트라흐트프랑크푸르트와 3-3으로 비겼다.
앞선 5라운드 기준으로 1위와 2위였던 두 팀의 승부였다. 바이에른은 무승부 이후에도 4승 2무로 선두는 유지했다. 그러나 RB라이프치히와 승점이 같은 가운데 골득실 차이로 겨우 1위다. 프랑크푸르트는 4승 1무 1패로 3위가 됐다.
두 팀의 성향차가 극단적으로 나타났다. 바이에른은 원정임에도 불구하고 점유율 74%로 경기를 지배하면서 프랑크푸르트가 아예 중앙선도 넘기 힘들게 만들었다. 그러나 프랑크푸르트는 두 가지를 잘했다. 득점과 선방이었다.
프랑크푸르트 최전방의 마르무시가 보여주는 최근 경기력은 상식을 뛰어넘은 수준이다. 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 기준으로 5대 빅리그 통틀어 평점 1위(8.49)다. 득점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득점 선두 엘링 홀란(맨체스터시티)과 스페인 라리가 득점 선두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르셀로나)의 10골에 이어 8골로 5대 리그 3위다. 다만 홀란이 7경기, 레반도프스키가 9경기를 치른 것에 비해 마르무시는 6경기로 더 적은 경기를 소화했다. 공격 포인트의 숫자는 8골 4도움(12개)으로 홀란보다 많고 레반도프스키와 같다. 여기에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까지 감안한다면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위협적인 공격자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르무시는 모하메드 살라(리버풀)를 잇는 이집트의 새로운 스타다. 18세 때 독일로 건너온 마르무시는 지난 시즌 프랑크푸르트로 이적해 리그 12골 6도움으로 한결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감 넘치는 드리블과 스피드는 어렸을 때부터 정평이 났지만 공격포인트 생산 능력이 아쉬웠는데 이 측면에서 지난해부터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 시즌 자신감이 완전히 붙은 마르무시는 '난사'에 가깝게 많은 슛을 날리지만 아무도 그를 탓할 수 없다. 결정력 또한 준수해 팀 공격을 혼자 책임지기 때문이다. 바이에른전 바로 직전에 치렀던 홀슈타인킬전에서는 한 경기에서 2골 2도움을 올렸다. 골 4개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팀의 모든 공격상황을 다 이끌면서 신출귀몰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원정에서도 페널티킥 1골과 키 패스 4개를 기록하며 공격을 주도해 3-1 승리의 주역이 됐다.
한 수 아래 킬을 상대로 우세한 경기를 할 때도 모든 공격작업에 관여했던 마르무시는 바이에른이라는 거함을 만났을 때도 팀의 모든 득점을 만들어냈다. 김민재와 다요 우파메카노가 거의 모든 공격전개를 미리 끊었기 때문에 마르무시는 아예 공을 잡기 힘들었다. 하지만 딱 한 번 기회가 왔을 때 바로 마무리했다. 전반 22분 첫 돌파 기회 때 하파엘 게헤이루를 스피드로 완전히 압도하고 득점했다. 전반 35분 두 번째 속공 기회에서는 다요 우파메카노가 따라붙었지만 역시 스피드로 깔끔하게 제압했고, 김민재가 허겁지겁 커버하러 오자 노마크 상태의 위고 에키티케에게 패스를 밀어줬다.
가장 극적인 장면은 후반 추가시간이었다. 이번엔 마르무시를 향한 공중볼을 김민재가 머리로 끊어냈다. 하지만 이 공을 프랑크푸르트 공격수 주니오르 디나 에빔베가 끈질기게 따내 헤딩으로 다시 돌려줬다. 이를 받아 수비 배후로 파고든 마르무시가 마무리했다. 마르무시는 슛 2개로 2골, 키 패스 1개로 1도움이라는 엄청난 효율을 보여줬다.
재미있는 '평행이론'은 마르무시가 마무리 능력을 장착해가는 나이가 대선배 살라와 같다는 것이다. 살라 역시 어려서부터 엄청난 스피드로 각광 받았지만 마무리가 부정확해 대성하지 못하다가 24세 때 리그 10골 이상 넣는 윙어로 발전했고, 25세에 리버풀로 이적하면서 리그 30골 이상 넣을 수 있는 특급 골잡이가 됐다. 마르무시 역시 24세에 1부 리그에서 10골 이상 처음 넣었고, 득점 선두를 달리는 지금 25세다.
마르무시의 플레이스타일은 살라와 더불어 세네갈의 간판 스타였던 사디오 마네도 연상시킨다. 살라가 좀 더 좁은 공간에서 낮은 무게중심으로 활약할 수 있는 선수로 발전해나갔다면 마르무시는 여전히 상대 배후가 넓게 열려 있을 때 고속으로 파고들 수 있으며, 그 와중에 정확한 타이밍과 판단으로 골과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건 마네와 비슷한 점이다.
스피드만 있는 게 아니었다. 전반 45분에는 속도를 죽인 뒤 바이에른 선수 3명이 달려드는 한가운데서 절묘한 발재간으로 탈압박해 공을 전개했다. 측면으로 내준 패스를 받은 에키티케가 돌파 후 슛까지 날렸다. 정적인 상황에서도 공을 지킬 수 있는 발재간을 보여줬다.
그와 더불어 프랑크푸르트 승리의 주역은 골키퍼 카우앙 산투스였다. 독일 대표 출신 골키퍼 케빈 트랍이 부상당한 뒤 브라질에서 온 21세 유망주 산투스가 골문을 지키고 있는데, 오히려 경기력이 더 좋다. 실점이 마냥 적은 건 아니지만 도무지 방어가 불가능해 보이는 슛을 척척 쳐내는 능력이 있다.
경기 후 축구 전문지 '키커'는 주간 베스트팀에 마르무시와 산투스를 포함시켰다. 마르무시는 6라운드까지 벌써 4회 선정으로 최다선정 선수가 됐고, 산투스는 처음 선정됐다. 바이에른의 승리를 저지한 두 결정적 인물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아인트라흐트프랑크푸르트 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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