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수수료 개편해야"…호주는 적격비용 폐지, 美 반독점 소송
미국은 반독점소송 등 간접규제 활용
"韓재산정 주기 획일적…유연화해야"
금융당국이 연말께 카드가맹점 수수료율을 정하는 가운데 호주·미국 등 해외 주요국처럼 카드수수료 정책을 유연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리나라 카드수수료 체계의 모태가 된 호주는 8년 전 적격비용 제도를 폐지했고, 미국은 수수료 공시와 반독점 소송 등 간접규제를 활용한다는 조언이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미국·호주 카드수수료 규제정책 현황과 정책적 시사점’ 세미나에서 장명현 여신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호주처럼 적격비용 산정과정 자체를 폐지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재산정 주기를 유연화하는 안은 고려할 만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적격비용이란 카드사가 사업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고려해 산정한 영업원가를 말한다.
해외 주요국 중 카드수수료 규제를 가장 먼저 도입한 호주는 우리나라 적격비용 체계의 모태로 알려져 있다. 2003년 호주 중앙은행(RBA)은 적격비용 산정을 기반으로 신용카드·직불카드(체크카드)의 평균 수수료가 적격비용을 토대로 계산한 상한선을 넘을 수 없도록 규제했다.
하지만 호주에서 적격비용 재산정을 실시한 시기는 2003년·2006년 2차례에 그친다. 그 후로 적격비용 재산정을 진행하지 않았고, 2016년 제도 폐지 이후에는 2006년의 카드수수료 상한을 현시점까지 유지하고 있다. 장 선임연구원은 “이는 카드결제 비용감소라는 목적이 달성된 데다가 적격비용 산정과정에서 발생하는 상당한 사회적 비용에 비해 (제도의) 효율성이 저하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을 매기는, 자유시장 원칙 아래 카드수수료 정책을 세운 미국에선 직접적인 가격 규제를 찾아보기 어렵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정부는 카드수수료 관련 다양한 규제를 도입해 왔지만 시장가격을 직접 통제하거나 설정하지 않는다”며 “투명성 강화·소비자 보호·경쟁 촉진 등 간접규제 중심으로 운영하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004년부터 카드수수료 정보 공시를 통해 영업관행을 개선하고 소비자 보호를 강화했다. 시장경쟁이 원활하지 않으면 반독점 소송 등으로 해결하려는 입장을 취한다. 실제 미국 법무부는 글로벌 결제기술기업 비자(Visa)가 카드시장에서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경쟁을 억압했다는 혐의로 지난달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바이든 정부의 첫 금융권 반독점 소송이다.
최근 미국 정부가 도입하려고 하는 ‘신용카드경쟁법’에도 간접적인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이 언급됐다. 법안을 발의한 딕 더빈 상원의원은 제안배경 설명에서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가 높고 이 수수료가 소비자가격에 전가되고 있다”면서도 “직불카드 관련 기존 규제 중 (비자·마스터카드 등) 네트워크사 독과점 해소 정책이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이에 적격비용을 비롯한 우리나라 카드수수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금융위원회는 3년마다 적격비용을 재산정한 뒤 영세·중소가맹점의 우대수수료율을 조절하고 있다. 제도를 도입한 2012년 1.5~2.12% 수준이던 우대수수료율은 현재 0.5~1.5%까지 내려왔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사는 적격비용 제도 때문에 신용판매(카드결제) 부문 수익성이 악화하고 대출 부문 이익을 통해 이를 보전하는 기형적 수익구조를 가진 상황”이라며 “카드사가 이윤 창출을 위해 비용절감 등 경영효율화에 노력하면 오히려 수익성이 내려간다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획일적인 3년 주기 (재산정) 대신 금융시장 급변에 따라 수수료율 변동요인 발생한 경우에 한정해 재산정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형 가맹점에 수수료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은 카드 의무수납제”라며 “가맹점이 낮은 수수료의 결제수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소액결제에 한해 부분적 카드 의무수납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카드 의무수납제란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가맹점이 소비자의 신용카드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제도를 뜻한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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