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계 이유있는 항변…“목소리 큰 ‘개딸’, ‘시스템 공천’ 왜곡 가능성”

박장군,신용일 2023. 11. 2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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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원욱·윤영찬·김종민·조응천 의원(왼쪽부터)이 지난 16일 국회에서 ‘원칙과 상식’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4월 총선이 5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비명(비이재명)계는 지도부의 ‘시스템 공천’ 주장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비명계는 이른바 ‘개딸’(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 등이 공천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쳐 ‘비명계 학살’이 이뤄질 것이라는 의심을 버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비명계는 이 대표가 비명계 현역 의원 지역구에 원외 친명(친이재명)계 인사가 출마하는 ‘자객 공천’을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비명계의 주장을 일축하면서 ‘시스템 공천’을 실시할 경우 의도적으로 비명계를 솎아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비명계 “강성 지지층이 주도한 여론, 여론조사도 왜곡”

비명계가 ‘시스템 공천’을 불신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개딸 등 강성 지지층이 주도하는 여론의 영향력 때문이다.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줄곧 비명계를 표적 삼아 비방하는 논리가 생성됐다. 이 논리는 친명 성향 유튜브 등 SNS를 타고 광범위하게 퍼져 여론의 흐름으로 형성됐다.

특정 여론조사에서 비명계 의원의 지지율이 밀리는 결과가 나오면 이 같은 여론은 더욱 강화됐다.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꽃’이 지난달 11∼12일 실시한 경기 성남중원 여론조사에서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14.6%)이 비명계 윤영찬 의원(12.2%)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강성 지지층은 이 결과를 지역구에서 계속 퍼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 지지층은 일부 여론조사기관의 연락처를 공유하며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기도 한다. 모든 여론조사에 응하는 것이 아니라 친명계에 유리한 여론조사에 선별적으로 참여한다는 뜻이다.

민주당 수도권 한 지역위원회 관계자는 “여론조사가 여론을 만드는 현상은 과거에도 쭉 있어왔지만, 팬덤이 강한 이 대표 체제에서 그런 경향이 배로 두드러지는 것 같다”면서 “여론조사 결과에 왜곡이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리당원 된 ‘개딸’들, 총선 경선서 투표도 하고 ARS 여론조사에도 참여하고

특히 비명계는 강성 지지층의 여론이 이번 총선의 경선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경선은 권리당원 투표 50%·ARS여론조사 50%를 반영해 당락을 결정한다.

비명계가 크게 걱정하는 대목은 권리당원이 된 개딸들이 권리당원 투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ARS여론조사에도 열을 올리면서 경선 결과를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성 지지층은 경선 여론조사 전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사전에 전화번호를 리스트업하고, 결과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개딸의 조직력이 지역위보다 더 강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수도권 한 비명계 의원은 “개딸이 주도하고 유튜브로 만들어진 여론의 흐름이 적극 지지자 중심의 여론조사를 통해 결과로 나오면 최종적으로 시스템 공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이 틈을 타고 본선 경쟁력과 크게 상관없는 인물이 후보로 선출될 개연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자객 공천’ 놓고…비명계 “이재명이 묵인” VS 친명계 “지역구 자신 없자 개딸 핑계”

현재 민주당 내에서 ‘자객 출마’가 거론되는 지역구는 30여곳이다.

강성 친명계 원외 인사들의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강위원 사무총장은 비명계 송갑석 의원의 지역구인 광주 서구갑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8월 이 대표 특별보좌역에 임명된 강 총장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에 재임할 때 경기도농수산진흥원 원장을 지냈다.

이 대표는 지난달 15일 광주에서 개최된 강 총장 출판기념회에 축하기와 축전을 보냈다.

강 총장은 이 자리에서 “이재명정부 개막을 위해 운명을 걸겠다”고 말했다. 강 총장은 친명 성향 유튜브 채널인 ‘박시영TV’ ‘새날’ 등에도 출연하며 ‘자객’으로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운영위원장인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은 서울 은평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은평을은 비명계 강병원 의원 지역구다.

은평구청장을 지낸 김 위원장은 고향인 강원 강릉 출마를 준비하다가 올해 추석 연휴 때 은평구민들에게 ‘강원도당위원장’ 직함을 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를 두고 “강원도 민주당원들은 뭐가 되냐”면서 “이 대표의 묵인 속에 참 웃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비명계 핵심 의원들의 모임인 ‘원칙과 상식’ 소속 4인방의 지역구도 ‘자객 출마’ 대상이다.

이원욱(경기 화성을)·김종민(충남 논산계룡금산)·조응천(경기 남양주갑)·윤영찬(경기 성남중원) 의원의 지역구엔 각각 진석범 동탄복지포럼 대표, 황명선 전 논산시장, 최민희 전 의원, 현 부원장이 출마를 준비 중이다.

공천 절차가 진행될수록 ‘자객 출마’ 지역구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비명계는 이에 맞서 ‘집단행동’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 16일 ‘원칙과 상식’을 출범한 비명계 의원 4명은 “민주당은 이재명의 당도, 강성 지지층의 당도 아니다”라며 “친명 일색의 지도부, 강성 지지층, 외부 유튜브 언론 등이 지배하는 획일적·전체주의적 목소리로는 국민의 민주당으로 갈 수 없다”고 비판했다.

비명계 중진 이상민 의원은 본격적인 탈당 행보를 걷고 있다. 이 의원은 다음 달 초까지 탈당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원칙과 상식’ 소속 의원 일부가 탈당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관측된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와 친명계는 비명계의 주장에 선을 긋는다. 시스템 공천 체계를 통해 공정한 공천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친명계 핵심의원은 “비명계가 자꾸 개딸 핑계를 대는 것은 자기 지역구에 자신이 없다는 뜻”이라며 “지역을 잘 다져놨다면 시스템 공천 안에서는 걱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장군 신용일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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