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세포 없고 암도 안 걸려…'현대판 불로초'로 뜬 이 쥐

김상진 2024. 9. 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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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장생은 가능한가? 인류의 이 오래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연구가 전 세계에서 불붙고 있다. 이른바 항노화 연구다. 늙지 않고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을 목표로 천문학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재단 ‘엑스프라이즈(XPRIZE)’는 1억100만 달러(약 1352억원)의 상금을 걸고 2030년까지 괄목할 만한 항노화 연구를 선정하겠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오일 머니’를 배경으로 한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은 물론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회장,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등 빅테크 큰손들도 나선 까닭에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버금가는 투자지”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이런 경쟁을 부추기는 건 인류의 고령화 속도다. 2060년이면 65세 이상 세계 인구가 18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2020년의 2.5배에 이를 만큼 노인이 많아진다는 뜻이다. 이처럼 기대수명이 크게 늘면서 지병 없이 오래 사는 ‘건강수명’과의 격차 해결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한국만 해도 기대수명(2014~2022년 평균)은 82.6세, 건강수명은 65.3세로 그 차이가 17.3년에 이르기 때문이다.

김주원 기자

달아오른 관심만큼 시장도 확대일로다. 온라인 데이터 플랫폼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세계 항노화 시장 규모는 2021년 626억 달러(약 83조8000억원) 수준에서 2027년 931억 달러(약 124조63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젊어지는 연구'에 상금 1352억 걸어


이에 주목한 글로벌 이벤트까지 나왔다. 전 지구적 과제 해결을 목적으로 설립된 미국의 비영리 재단 ‘엑스프라이즈(XPRIZE)’는 1억100만 달러(약 1352억원)의 상금을 걸고 2030년까지 괄목할 만한 항노화 연구를 선정하겠다고 나섰다.
미국의 비영리 재단 ‘엑스프라이즈(XPRIZE)’는 1억100만 달러(약 1352억원)의 상금을 걸고 2030년까지 괄목할 만한 항노화 연구를 선정하겠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재단 측에 따르면 “최소 10년에서 20년 상당의 근육, 인지, 면역 기능의 회복을 입증하는 것”이 미션이다. 우선 질병과 장애가 없는 65~80세 노인을 상대로 1년 이내에 시술을 마쳐야 한다. 이후 검증을 거쳐 항노화 기능상 10년이 더 젊어지면 6100만 달러(약 817억원), 15년이면 7100만 달러(약 951억원), 20년이면 8100만 달러(약 1085억원)를 상금으로 받는다.

지난 7월 접수를 시작했는데,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426개 팀(지난 11일 현재)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중 상당수가 대학이나 벤처 의료기업으로 파악됐다. 이번에 응모한 부산의 희귀유전질환 치료제 개발 업체인 피알지에스앤텍은 “노화와 관련된 희귀 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자 지원했다”며 “(조로증 질환인) 허치슨-길포드 조로 증후군(HGPS) 및 베르너 증후군(WS)에 대한 치료제를 연구·개발 중”이라고 소개했다.


40년 장수 '벌거숭이두더지쥐' 실험도


현재 항노화 연구의 방향은 ▶노화 세포 제거 ▶노화를 늦추는 물질 개발 ▶세포 역노화 등 크게 세 가지다.

항노화 연구의 최전선인 실리콘밸리에서도 ‘노화 세포 제거’ 연구가 한창이다. 일례로 베이조스 회장이 투자한 생명공학 회사인 ‘유니티 바이오테크놀로지’는 노화 세포를 제거해 노화 관련 질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중단 또는 역전시키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노화 세포 제거와 관련, 40년을 사는 장수 동물인 벌거숭이두더지쥐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Thomas Park/University of Illinois 제공=연합뉴스

이를 위해 장수 동물을 실험하기도 한다. 동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벌거숭이두더지쥐가 대표적이다. 일반적인 동물실험용 흰 쥐의 수명은 2~3년인데, 벌거숭이두더지쥐는 큰 병 없이 최대 40년을 산다. 게다가 암도 걸리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벌거숭이두더지쥐를 사육 중인 구마모토대학 대학원 생명과학연구부의 미우라 교코(三浦 恭子) 교수는 NHK와 인터뷰에서 “이 쥐는 노화 세포를 자동으로 소멸시키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며 “인간에게 응용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추출해 신약 개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화를 늦추는 항노화 후보 물질 ‘NMN’도 주목받고 있다. NMN은 비타민처럼 원래 모든 생물의 체내에 존재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생성량이 현격히 줄어든다. 이를 인위적으로 보충하면 노화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게 관련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다만, 아직은 동물 실험 단계로 인체에 대한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

세포를 역노화시켜 장기 기능 등을 개선하는 일명 ‘리프로그래밍(reprogramming)’ 기술에도 투자가 활발하다. 명칭처럼 세포를 초기화시켜 세포 노화에 따른 퇴행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022년 케임브리지대 바브라함연구소는 53세 성인의 피부 세포를 20대 피부 세포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한 적 있다.


노인 진료비 등 사회적 비용 낮출까


전문가들은 앞으로 항노화 연구가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낮추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본다. 한국의 경우, 노인 진료비 급증이 단적인 예다.
한국은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인 진료비 등 사회적 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뉴스1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전년 대비 5.2% 증가한 875만 명(2022년 기준)인데, 같은 기간 진료비는 8.6% 증가한 44조118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진료비의 43.1%에 달한다. 이같은 비용 증가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묘안이 없는 상황에서 항노화 연구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초기 비용이 비싼 만큼 부자들만 혜택을 볼 것”이라고 우려한다. 생명윤리학자인 크리스토퍼 웨어햄 위트레흐트대 교수는 지난해 더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부자가 오래 살수록 부는 계속 늘어나고 정치적 영향력도 더 커질 것”이라며 “사회가 이미 겪고 있는 모든 종류의 불평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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