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에서 만난 포켓몬 정원, 손주 생각이 절로 납니다

홍영미 2026. 5. 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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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 방문기... 숲 속에 들어앉은 정원을 향유하다

[홍영미 기자]

지난 1일 개막한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지난 7일 다녀왔다.남편은 지난해 대구 하중도 정원박람회에서 내가 유독 즐거워했던 모습을 기억했는지, 이번엔 서울숲으로 나가보자며 앞장을 섰다.

사실 정원에 대한 나의 애정은 퇴직 전 아쉬움과 관련이 있다. 양궁장으로 사용하던 넓은 공터를 보며 '아이들과 함께 반별 정원 박람회를 열어보면 어떨까' 하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삶과 배움이 연결되는 교육 과정을 꿈꿨지만, 바쁜 정책 업무에 밀려 끝내 실행하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왔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남편의 정원박람회 나들이 제안에 나는 두말 않고 따라나섰다.

향유 하는 정원
▲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안내탑 종합안내소 앞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안내탑
ⓒ 직접 촬영
오후 비 예보에 서둘렀지만, 김포에서 출발해 서울숲에 도착하니 정오가 벌써 지나 있었다. 정문 안내소에서 받은 조언은 "워낙 넓으니 중앙 본부부터 보라"는 것. 우리는 남들이 가는 오른쪽 길 대신 왼쪽 길을 택했다. 도슨트 투어 예약이 꽉 차서 아쉬운 대로 둘이 숲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처음 방문한 서울숲은 굉장했다. 처음엔 어디까지가 원래의 숲이고, 어디부터가 박람회 정원인지 분간하기 어려워 어리벙벙했다. 하지만 안으로 깊숙이 들어설수록 감탄이 절로 나왔다. 대구에서 보았던 정원이 '전시'의 성격이 강했다면, 이곳은 규모부터 달랐다. 일회성 행사를 위한 정원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서울숲의 품에 정원이 자연스럽게 들어앉은 형국이었다.
▲ 정원 도슨트 해설 정원 도슨트 해설하는 모습
ⓒ 직접촬영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발상의 전환이었다. 밖에서 바라보는 정원이 아니라, 정원 안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그 공간을 향유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박람회가 끝나도 이 작품들은 서울숲의 일부로 남아, 서울을 진정한 '정원 도시'로 완성해나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정원멍'과 '하늘멍'

정원의 조성을 이해하고 나니 마음에 여유가 찾아왔다. 각 정원 앞에 안내된 QR코드를 찍어 정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정원의 일부로 조성된 자리에 앉았다. 발아래 풀꽃과 머리 위 나무, 묵묵한 바위들에 시선을 던지며 숲을 즐겼다. 반나절로는 이 풍경을 다 담아내기 어렵겠다는 깨달음이 오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이탈리아 작가 알레산드로 트리벨리의 이탈리아 작가 알레산드로 트리벨리의 에 앉아 호수멍하는 모습
ⓒ 직접 촬영
▲ 이탈리아 작가 알레산드로 트리벨리의 이탈리아 작가 알레산드로 트리벨리의
ⓒ 직접 촬영
몇몇 기업과 지자체 정원을 훑어보던 중, 운 좋게 도슨트 투어 행렬을 만났다. 이어폰을 대여하지 못해 곁에서 귀동냥을 해야 했지만, 덕분에 모르고 지나칠 뻔한 정원의 숨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비록 예약은 못 했어도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정원을 둘러보니 보이는 것이 달랐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이탈리아 작가 알레산드로 트리벨리의 <PopK Garden>이었다. 정자를 상징하는 의자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는 풍경은 '호수멍'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뒤를 돌아보면 깊은 숲 속에 앉아 있는 듯한 명당이었다. 자연을 빌려온 차경(借景)의 묘미가 끝내주었다. '하늘펀 파빌리온' 역시 좋았다. 하늘을 향해 누워 '하늘멍'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공간이었는데, 마침 해가 눈부시지 않아 넉넉히 하늘을 담을 수 있었다.
▲ <스타프렌즈 정원:마녀의 정원> <스타프렌즈 정원:마녀의 정원>
ⓒ 직접 촬영
손주들이 떠오른 공간

마녀의 숲을 연상케 하는 '스타프렌즈' 정원과 캐릭터들이 반기는 '포켓몬 시크릿 포레스트'를 지날 때는 두 손주 녀석의 얼굴이 떠올랐다. 소방차와 구급차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이곳에 오면 얼마나 신나게 뛰어놀까. 다음번엔 꼭 함께 오리라 마음먹었다.

흐린 평일임에도 서울숲은 활기로 가득했다. 이번 박람회는 2026년 10월 27일까지 이어진다. 성수동 일대까지 아우르는 15만 평 이상의 대규모 정원 축제다. 도슨트 예약을 못 했더라도 각 정원의 QR코드를 찍으면 멋진 목소리의 설명을 들을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 <포켓몬 시크릿 포레스트> <포켓몬 시크릿 포레스트>
ⓒ 직접 촬영
과거 경마장과 공장 지대였던 서울숲은 이제 가장 역동적인 '정원 도시'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167개의 정원이 일상에 지친 시민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우르르 몰려 다니며 사진만 찍고 지나가는 박람회가 아니라, 곳곳에 앉아 정원의 향기를 맡고 사색 하는 '향유의 박람회'를 경험하고 싶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권한다. 나는 아마 10월까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곳을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관람 정보]

* 기간 : 2026. 5. 1. ~ 10. 27.
* 장소 : 서울숲 및 성수동 일대
* 주제 : Seoul, Green Culture
* 입장료 :무료
* 꿀팁 : 정원 도슨트 투어나 '서울숲-성수 커넥트 투어'는 사전 예약이 필수지만, 예약 없이도 각 정원의 QR코드를 통해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소풍 가듯 정원을 즐겨보세요.
▲ 호수가에서 정원을 향유하는 사람들 호수가에서 정원을 향유하는 사람들
ⓒ 직접 촬영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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